17대 국회 파노라마/개혁입법 좌초… 여당, 과반의석 무너져
<시계방향>2004년 4월 15일 총선 개표 상황을 보며 열린우리당 당직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우철훈 기자>
2004년 12월 여야 수뇌부가 4인 대표회담을 열고 4대 개혁입법에 대해 절충을 벌이고 있다. <우철훈 기자>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2005년 12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학법 개정안 표결을 앞두고 국회의장석을 점거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문석 기자>
진보정당으로 처음 원내에 진출한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2004년 5월 31일 '국민들에게 드리는 감사와 다짐' 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17대 국회는 2004년 3월 12일 탄핵 폭풍으로 탄생했다. 2004년 4월 15일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152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만들었다. 한나라당은 당시 박근혜 대표의 선전으로 121석을 건졌다. 박 대표는 천막당사에서 당을 수렁에서 건져냈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으로는 처음으로 국회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13%의 정당득표율을 얻은데다 전체 10석을 얻었다.
개혁세력이 대거 진출한 17대 국회는 초반부터 거센 개혁 바람이 몰아쳤다. 국보법 폐지·과거진상규명법·사립학교법·언론개혁법, 4대 개혁입법이 17대 국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개혁입법을 두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해당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사사건건 격돌했다. 이부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4자 회담을 열어 담판을 벌였다. 2004년 마지막날인 12월 31일 한나라당은 법사위장과 본회의장을 점거했다. 결국 4대 개혁입법 중 언론개혁법인 신문법만 통과된 채 17대 국회의 첫해는 막을 내렸다.
신문법만 통과, 국보법 유야무야
<위부터>2006년 11월 한나라당 의원들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상정을 막기 위해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한 채 농성을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2006년 11월 30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정규직 법안 상정에 항의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2007년 12월 14일 이명박 특검법 사정을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이 거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강윤중 기자>
다수당인 열린우리당은 내부에서 국보법 문제를 놓고 실용파와 개혁파 간에 논쟁이 붙었다. 실용파는 대체입법을 주장했지만 개혁파는 국보법 폐지 후 형법 보완의 당론을 유지할 것을 주장했다. 국보법 폐지는 결국 17대 국회에서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정성호 의원은 “국보법 폐지안으로 법사위에서 충돌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며 “당시 여당이 전략을 잘못 짰으며 야당과 타협해 충분히 대체입법을 할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보법 폐지는 17대 국회가 개혁 국회로 갈 수 있는 시금석이었다”며 “이를 처리하지 못한 열린우리당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사학법은 1년 내내 양당이 줄다리기를 한 끝에 2005년 12월 개정됐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본회의장에서 실력 저지에 나섰지만 실패한 후 장외투쟁을 벌였다. 사학법은 이후에도 재개정 여부를 두고 계속 논란거리가 됐다. 과거사진상규명법은 2005년 5월 겨우 국회를 통과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17대 국회는 개혁세력이 4대 개혁입법을 뜻한 바대로 관철하지 못했다는 씁쓸한 인상을 주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김성조 의원은 “개혁입법의 취지가 아무리 옳더라도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 추진해야지 무조건 몰아쳐서 하면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당의 얼굴인 의장이 정동영-신기남-이부영-임채정-문희상-정세균으로 바뀌면서 ‘임기가 평균 6개월’이란 말이 나왔다. 열린우리당은 재·보궐 선거 때마다 대패하면서 ‘과반의석당’의 자리에서 ‘제1당’의 자리로 물러났다. 실용파와 개혁파는 끊임없이 내부에서 논쟁을 벌였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17대 국회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다수당인 열린우리당이 개혁입법을 처리하지 못하고 꺾이면서 다수의 힘을 잃어나가는 과정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한나라당의 강경한 반대도 하나의 요인이었지만 열린우리당의 내부 분열도 실패 요인이었다”며 “이것은 국회 안의 문제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이 지지도를 잃어간 외부적인 요인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당정분리를 외쳤지만 실제로는 당이 청와대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5년 7월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의했다. 이 파동은 또 고스란히 17대 국회가 떠안았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17대 국회에서 다수당인 열린우리당이 당정분리를 시험했지만 현실적인 점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행정부와 입법부가 생산적인 협력과 대립을 이룬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힘에 좌우된 감이 없지 않다”고 평가했다. 정성호 의원(대통합민주신당)은 “당시 열린우리당이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단호하게 거부하지 못한 것이 굉장히 후회된다”며 “청와대 출신 의원이 당을 잡고, 우리가 올바른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특별법으로 한나라당 역시 내홍을 겪었다. 수도권 의원들은 법 통과에 반발해 장외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은 쌀협상 비준동의안과 비정규직 법안 반대에 당의 사활을 걸었다. 2005년 11월 쌀협상 비준동의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은 격렬하게 맞섰으나 역부족이었다. 2006년 11월에는 비정규직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단병호 의원은 “2년 동안 끌었던 비정규직법은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를 남겼다”며 “의석 수에 밀려 법이 통과되는 것을 보며 국회에서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회고했다.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 한·미 FTA, 전시 작전통제권 반환 등의 문제는 청와대와 여당이 몇 년 동안 쉴새없이 손발을 맞추지 못하면서 국회에서 다시 여야 간 논란으로 확대됐다.
재·보궐, 지자체 선거서 잇단 참패
2006년 11월에는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적법성 논란으로 철회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김성조 의원(한나라당)은 “전효숙 재판관 파동은 한마디로 정치 부재의 현상을 드러낸 대목”이라며 “대통령이 정무 기능을 없앰으로써 여야 간 막후 교섭의 통로가 없으졌으며, 쉽게 정치적으로 해결할 일을 절차와 법안 문구 하나 가지고 논란을 벌이는 일이 잦았다”고 회고했다.
2006년 5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로 17대 국회 후반기는 온통 예비선거의 무대가 됐다. 지자체 선거에서 대패한 열린우리당은 급격하게 힘을 잃어 다수당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때부터 예비 대선전이 국회 내에서 불붙었다. 2007년 국회는 이명박 후보의 각종 의혹을 놓고 양당이 힘겨루기를 하였으며, 결국 이명박 특검법안 통과를 둘러싸고 대선을 며칠 앞두고 여야가 몸싸움을 벌였다.
정성호 의원은 “개혁을 실용적으로 해야 했음에도 국민들의 눈에는 개혁과 실용의 이념 논쟁으로 비쳤고, 결국 민생을 소홀히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성조 의원은 “여당이 개혁입법에만 몰입하면서 쓸데없는 힘을 낭비했다”고 비판했다. 김호기 교수는 “17대 국회는 민생문제를 소홀히 한 국회로 볼 수 있다”며 “정치 개혁을 통해 고비용 저효율에서 저비용 고효율로 나가야 하는데, 저비용 저효율에 머무르고 말았다”고 분석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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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