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어디로 튈지 세계가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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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재선에 성공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일 역사적인 제2기 행정부 출범식을 가졌다.

부시 대통령은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날 오전 미 의사당에서 취임 선서식을 가진 뒤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의 인도에 따라 성경에 손을 얹고 "나는 미합중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며 최선을 다해 미합중국 헌법을 보전하고 수호할 것을 엄숙히 선서한다"고 다짐했다.

이로써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 국민들이 반대하는 가운데 미국인들이 선택한 부시 대통령의 두번째 임기가 시작됐다.

불안한 세계여론 향후 4년 동안 세계 정치-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부시 행정부를 보는 지구촌의 시선은 냉랭하다. 여론조사기관 글로브스캔과 국제정책경향프로그램(PIPA)이 21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58%가 부시 대통령 재선으로 세계가 더 위험해졌다고 답했다. 국가별로 살피면 21개국 중 16개국에서 이렇게 응답했으며 세계가 더 안전해졌다고 믿는 국가는 인도-폴란드-필리핀 3개국이었다. 스티븐 컬 PIPA 소장은 "부시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높고, 이것이 그를 다시 뽑은 미국인에 대한 반감으로 재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 대외정책 우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는 18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 출석, 2001년 9월 11일 이후 굳어진 강경 외교정책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이라크전으로 훼손된 우방국과의 관계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지만 북한, 이란 등을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 of tyranny)'라고 지칭하며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다. 결론적으로 9-11 발생시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 재직한 라이스가 국무장관에 지명됨으로써 예상됐던 결과다.

주목되는 대목은 그가 현재 진행되는 대테러전을 과거 냉전시대 대(對)공산주의 투쟁에 비유한 사실이다. 그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범과의 투쟁은 냉전시대 공산주의 국가들과의 투쟁에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은 유럽과 유엔 등의 반대를 불사하고 이라크전쟁을 벌였던 부시 행정부 2기 매파들이 이란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면서 이라크전에 이어 이란전 발발 가능성을 거론했다. 징조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 스스로도 올들어 NBC 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무력 사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뉴요커'의 탐사전문기자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시모어 허시는 '다가오는 전쟁'이라는 제목 아래 미국 정부가 이란내 30개가 넘는 장소에 대해 공격 정보를 얻기 위해 비밀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라크 문제는 오는 30일 실시되는 총선이 분수령이 될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1일 새로운 정보평가 보고서를 인용해 총선 이후 들어설 새 이라크 정부가 미국을 향해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 시점 결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부시 행정부는 이제까지 이라크 보안군을 훈련시키는데 어려움이 있고 이라크 치안이 불안하다며 철군 날짜를 못박지 않았다. 

한편 대북한 정책에 있어서는 외교적 해결책이 주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스는 인준 청문회에서 "어떤 옵션도 테이블에서 배제되지 않았다"고 전제했지만 "외교적 해결의 가능성을 믿는다"고 밝혔다. 또 북한에 대해 공격의도가 없으며, 핵 포기시 다자간 안보보장의 약속이 유효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부시 행정부 1기 후반 이후 누누이 밝힌 내용이다.

쌍둥이 적자 최대 과제 취임식을 즈음한 미국 경제지표들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지난해에는 일자리 220만개가 새로 창출되면서 신규고용이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소비지출 및 제조업 관련 지수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미국경제는 9-11테러 직후 짧은 침체기를 거쳐 확실한 회복기에 돌입했고, 이라크전쟁과 최근의 유가폭등에도 내성을 보이고 있다.

결국 집권 2기 부시행정부의 최대 경제 현안은 재정, 경상부문에 걸친 쌍둥이 적자와 약한 달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쌍둥이 적자는 부시 집권 이래 사상 최대규모로 불어났다. 작년 11월 중에는 수출이 2.3% 줄어들면서 무역적자 폭이 사상 최고치인 603억 달러에 달했고, 쌍둥이 적자는 약달러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달러화 가치하락 문제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상황이다. 달러화는 최근 금리인상 전망과 맞물리면서 유로화에 대해 반짝 반등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난해 이후 16%나 가치가 빠졌다. 부시는 지금까지 강달러가 바람직하지만 어디까지나 시장에서 결정될 문제라는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와 함께 세제개혁과 에너지부문 규제해제, 퇴직연금 등 복지부문 개혁도 현안으로 안고 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일터에서 물러나기 시작하는 2008년이면 연금재정이 심각한 문제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부시는 2기 재임중 적자폭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정부의 다짐이 얼마나 지켜질지 미지수다.

JP모건은 미국의 쌍둥이적자 문제와 관련, 재정적자는 차츰 완화될 것으로 낙관했지만 경상적자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재정수지의 경우 대개 경제사이클보다 1~2년 후행하는데 최근 미국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던 점을 고려할 때 조만간 개선될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반면 경상적자의 경우 오히려 악화되며 국내총생산(GDP)의 6%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행정부가 쌍둥이적자 문제를 중국 정부에 대한 위안화 절상 요구 등 대외정책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서 "위안화가 절상되면 수입가격이 올라 무역수지 적자가 되려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별다른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상연[국제부 기자] lsy77@kyunghyang.com

취임식 리무진

[월드리포트]부시 어디로 튈지 세계가 불안

이 리무진은 오는 9월 시판될 DTS 세단형과 기본 디자인은 같지만 차체가 훨씬 크고 웬만한 미사일 공격에도 끄떡없는 첨단 보안장치와 통신시설을 갖췄다.

기존 캐딜락 드빌을 대체해 대통령 전용차가 된 이 리무진은 6인승. 뒷좌석에는 이동시에도 집무를 볼 수 있도록 접이식 책상과 10개의 CD를 동시 장착할 수 있는 음향 시스템 등 편의시설도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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