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도박 끊게 하는 것보다 시장 자체를 박살 내는 게 더 쉽다.”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51)은 도박 문제에 대한 접근법이 다르다.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건 수긍이 간다. 그런데 음지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도박 생태계를 박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원천은 그의 이력이다. 그는 현재 인터넷 불법 도박판의 토대를 만든 1세대 기획자였다. 20여년 전 도박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어 팔았고, 중국 등지에서 사이트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 스스로 “어떻게 보면 내가 제일 나쁜 놈”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청소년 도박 근절을 지향하는 시민단체 대표로서는 이런 이력이 도움이 된다. 도박판의 생리를 알고 사이트의 아킬레스건을 안다. 지금까지 도박 사이트가 사용하는 계좌 4500개, 가상계좌 100만개가량을 동결시켰다. 도박없는학교를 거쳐 간 학생·학부모만 800명에 달한다. 그는 치유와 예방 교육에 방점을 둔 정부 정책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청소년 불법 도박이 문제가 되고 십수년이 지났는데 예산은 예산대로 쓰고 청소년 도박 경험은 계속 증가했다. 이제까지 펼친 정책을 돌이켜볼 만하지 않나.” 대면·전화 인터뷰를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조호연 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