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계엄법 손봐야, ‘막무가내 선포’ 막는다
허술한 계엄법 손봐야, ‘막무가내 선포’ 막는다
“너무 어처구니없는 일이라서, 학문적으로 평가할 대상도 아니에요. 한마디로 미친X이에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헌법 제77조가 정하고 있는 계엄의 요건이다. 전쟁이 일어났거나 무력 충돌 등이 벌어져 일반적인 공권력으로는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국가 기능이 마비됐을 때 선포하는 것이 ‘계엄’이다. 지난 12월 3일 느닷없는 계엄이 이런 헌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 헌법학자는 기자에게 이번 계엄의 비상식성을 강조하기 위해 ‘미친X’이라는 원색적 표현을 쓰기도 했다.
엄혹한 세월이 소환한 익명 대자보의 시대
엄혹한 세월이 소환한 익명 대자보의 시대
“동국대학교 시국선언은 예정대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12월 3일 밤 11시 48분,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학가 시국선언을 취재하기 위해 만났던 동국대 학생 홍예린씨로부터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동국대 학생들은 일주일 전부터 계획했던 시국선언을 하루 앞두고 ‘12·3 비상계엄 사태’라는 중대 변수를 맞았다. 계엄사령부가 ‘처단’을 언급하면서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의 포고령을 발표한 지 불과 20여 분 만에 동국대 학생들은 예정대로 시국선언을 진행하기로 했다. 국회에 군 병력 투입이 시작된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전송된 짧은 문자메시지는 사뭇 비장하게 느껴졌다.
일본에 기회만 주는 윤석열 정부
일본에 기회만 주는 윤석열 정부
윤석열 대통령이 초래한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정부 대외정책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기여를 다한다는 대외정책 기조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는 윤 대통령 말과 달리 국무위원들이 사의를 표명하며 사실상 정부 기능이 멈췄다.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대한 준비뿐만 아니라 예정돼 있던 국가 간 교류가 속속 취소됐다. 특히 현안인 ‘한·일관계 불협화음’ 대응도 미궁에 빠졌다.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으로 불거진 일본의 약속 불이행 문제는 또다시 흐지부지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일본 정부는 한·일 간 현안을 사도광산에서 계엄 이후 상황으로 빠르게 옮겼다.
여성들은 왜 ‘비혼 출산’을 고려하나
여성들은 왜 ‘비혼 출산’을 고려하나
비혼 출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11월 12일 20대 청년 10명 중 4명(42.8%)이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통계청 조사 결과가 나왔다. 10년 전 비혼 출산에 대한 긍정 응답률(30.3%)에 비해 12.5%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비혼 출산에 관한 인식이 변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며칠 뒤 모델 문가비씨와 배우 정우성씨가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출산한 사실이 알려져 ‘비혼 출산’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지난 11월 28일에는 대통령실 관계자가 “비혼 출산 아이도 차별없이 자랄 수 있도록 지원을 살피겠다”고 말하면서 정책적 측면에서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등록 동거혼제’(나경원 국회의원), ‘동반가정 등록제’(이철우 경북도지사), ‘연대관계등록제’(박홍근 국회의원) 등 비혼 출산 가구 지원 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잇달아 나왔다.
인간관계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인간관계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한 해 농사를 갈무리한 농부들은 슬슬 가지치기를 준비한다. 나무가 햇빛을 고루 받아 건강하게 자라게 하려면 말라죽거나 길게 늘어진 가지를 잘라내야 한다. 제멋대로 뻗어 나가 뒤엉킨 가지는 나무에도 스트레스여서 솎아내야 한다. 그래야 튼실하고 풍성한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인간관계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가족이나 친구, 연인, 동료 등과 인연을 맺으며 새로운 가지를 뻗어 나간다. 이 가운데는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만남도 있지만, 갈등하고 고통받는 만남도 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는 법이니까.
윤 “고도의 통치행위”에 “유신시대 살고 있나”
윤석열 대통령은 12월 12일 긴급담화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월 3일의 비상계엄이 “야당의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은 아님은 자명하다”고도 주장했다. 내란 수괴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오른 대통령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논리를 담화문 형식으로 밝힌 것이다.
조국, ‘입시비리·감찰무마’ 징역 2년 확정
대법원이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기소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조 대표는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을 잃고 의원직도 박탈된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2월 12일 사문서 위조 및 행사,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대표에게 징역 2년과 600만원의 추징 명령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한동훈 “탄핵 찬성···의원들 소신 따라 표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2월 12일 “지금은 탄핵으로 대통령의 직무 집행 정지를 시키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이 조기 퇴진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임기 등 문제를 당에 일임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어긴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 국수본 ‘경찰청장·서울청장 긴급체포’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12월 11일 새벽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긴급체포했다. 계엄 당일 국회 출입통제를 지시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다. 특별수사단은 이날 오전 3시 49쯤 “조 청장, 김 청장을 내란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전날인 12월 10일 오후 4시부터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김 청장은 같은 날 오후 5시 30분부터 서대문 경찰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계엄군은 왜 충정로에도 출동했을까
‘2024년에 비상계엄이라니.’ 대부분 비슷한 심경이었을 겁니다. 저 역시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해서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대통령 긴급브리핑을 켰습니다. 아래에 달린 자막에 ‘비상계엄 선포’가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진짜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던 시간, 회사에 있었습니다. 회사 편집국이 술렁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큰소리도 나왔습니다. 아마도 회사 인근에 있었을 기자들이 하나둘씩 복귀해 긴급사태 취재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한 시간쯤 지나 이른바 ‘계엄사령부 포고문(제1호)’이라는 게 나왔는데, 제3항은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라고 돼 있었습니다. 자정 무렵 퇴근했는데, 신문사 문을 나서면 군대나 적어도 경찰이라도 와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휑했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건 뭐지?’라는 생각을 하며 버스정류장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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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정예 겁쟁이들
오늘을 생각한다
대한민국 최정예 겁쟁이들
제2차 세계대전 전범의 아들 노다 마사아키가 쓴 <전쟁과 죄책>에는 포로의 목을 베라는 상관의 명령을 거부한 병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 관동군 중대장으로 근무했던 도미나가 쇼조의 증언에 따르면 중국 후베이성에서 포로를 베는 ‘담력’ 교육 도중 한 초년 병사가 “불교도로서 할 수 없습니다”라며 명령을 거부했다. 불교도로서 ‘살생하지 말라’는 계율을 지키려 했던 이 병사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홀로코스트 연구자 크리스토퍼 R. 브라우닝이 쓴 <아주 평범한 사람들>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학살 임무를 거부하고 총기를 반납한 나치 대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독일 101예비경찰대대 빌헬름 프라프 대대장은 유대인 학살 임무에 투입되기 직전 병사들에게 “임무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앞으로 나오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10명 남짓 병사가 앞으로 나왔고, 그들은 소총을 반납하고 대기했다. 그 병사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각 부대에서 학살 임무를 거부한 병사와 장교들이 속출했지만, 나치 독일의 가혹했던 군형법은 이들에게 명령불복종죄를 비롯한 어떠한 형사처벌이나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