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팔라우
물속을 다니다 보면 물고기들이 가만 머물러 있거나 별다른 노력 없이 아래위를 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물고기들의 노련하면서도 우아한 움직임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정답은 바로 몸속의 공기주머니인 부레에 있다. 어류는 부레 속 기체량을 조절하면서 상승하거나 하강하며 중성 부력을 유지한다. 부레 속에 저장된 기체는 공기와 같이 산소와 질소, 약간의 이산화탄소 등의 혼합물인데, 혼합비는 공기와 다르다. 또 종류나 서식처에 따라 차이가 있다. 보통 민물 어류는 산소량이 적고, 바다 어류는 깊은 곳에 사는 것일수록 산소량이 많다.
부레는 경골어류가 가지는 특징이다. 상어, 가오리 등 연골어류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지구상에 생명체가 탄생한 이후 원시 허파를 가진 어류가 있었는데, 이 허파가 부레로 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허파를 가진 어류는 6종으로 호주, 아프리카, 남미의 아마존 등에 살고 있으며, 모두 민물 어류다. 이들은 늪지나 고여 있는 물속이라는 산소가 부족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아가미 외에 추가로 허파가 있다. 허파 외에 별도의 공기 호흡기관을 가진 민물 어류도 있다. 미꾸라지나 메기는 장호흡을 하고, 가물치 등에는 래버린스(Labyrinth)라는 공기 호흡기관이 있다. 상대적인 개념이지만 바닷물고기 중 아가미 외에 별도의 공기 호흡기관을 가진 어류가 없는 것은 바다에는 해류와 항상 파도가 치는 등 고립된 민물 환경보다는 상대적으로 산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부레는 어류 몸의 비중을 조절하는 일 외에도 여러 역할을 맡는다. 귀와 연결돼 청각 또는 평형감각을 담당하기도 하며, 조기 등 일부 어류는 부레로 소리를 내기도 한다. 한편 민어나 철갑상어 부레로 만든 부레풀은 예로부터 최고의 접착제로 대접받고 있다.
<박수현 수중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