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의 빛 지금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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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창조의 신화 이미지.

우주창조의 신화 이미지.

구약성서의 창세기편 제1장은 하나님이 혼돈 속에서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로 시작한다. “하나님은 무한히 펼쳐진 우주 속에 은하계 집단을 배치하시고 그 중 하나인 “은하수 은하계”의 중심부에서 3분의 2 정도 외각지대에 태양계를 만드시고 그 행성 중에서 세 번째 되는 지구 위에 아름다운 산과 들을 만들어 놓으셨다. 그는 바람과 물을 적당히 배치하시고 과일과 곡식이 풍부한 낙원에 ‘아담과 이브’를 만들어 그 풍요로움을 맛보게 하시고 물고기와 짐승들, 나무와 미생물들을 조화롭게 배치하셨다.” 이렇게 기독교는 천지창조와 그 조화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현대과학은 같은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레마르트 “우주는 빅뱅으로 시작”

뉴턴의 유명한 ‘F=ma’(힘=질량×가속도)는 이 세상의 모든 운동을 만유인력을 통해 질서 있는 톱니바퀴의 운동처럼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의 운동방정식으로 명왕성의 존재를 예견하고 그 존재를 끝내 확인하는 예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19세기가 되면서 뉴턴의 운동방정식은 이 세상 구석구석의 모든 현상을 잘 설명하고 무한히 펼쳐진 공간과 절대시간을 믿게 만들었다. 그러나 20세기가 되면서 아인슈타인이라는 천재에 의해 상대적인 시공(時空)의 개념으로 바뀌고 이 세상의 물질과 그 법칙 역시 뉴턴을 벗어나 미시의 세계에 들어서면서 F=ma를 송두리째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하나님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그의 디자인 감각의 일단을 우리에게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한다. 어떤 것일까?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우주와 그 시공의 구조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다. 그는 이 세상은 시간 따로 공간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합친 4차원 시공으로 존재한다는 특수상대론을 혼자 힘으로 만들어냈다. 그는 그 옛날 플라톤이 말한 것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3차원 공간은 시공이란 4차원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또 한 번 일깨워주었다. 비춰지는 각도에 따른 그림자의 변화를 통하여 시간과 공간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면 길이가 줄어들고 시간이 느리게 가며 질량이 커지는 것도 모두 4차원 실상의 3차원 그림자를 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인슈타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우주의 시공을 지배하는 ‘마스터 방정식’인 일반상대론을 발표한다.

밤하늘을 보면서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팽창하는 것이 아니라고 믿었기에 팽창하지 못하도록 ‘우주상수’라고 알려진 팽창을 막는 힘을 자기의 일반상대론의 방정식, 즉 아인슈타인 방정식에 억지로 집어넣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살고 있고 그 중 일부는 자기만의 세상을 꿈꾸고 있다. 그 중 한 사람인 프리드만은 아인슈타인의 생각이 틀렸고 자기 방식대로 얻은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해답은 우리 우주는 마치 풍선처럼 그 표면에 자리 잡은 은하계와 별들은 팽창하면서 멀어져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미국인 허블이란 천문학자에 의해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이 팽창하는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신부 레마르트는 우리의 우주는 큰 폭발, 즉 빅뱅(Big Bang)으로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를 받아들여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로 잘 알려진 가모프(Gamov)라는 러시아계 물리학자와 그의 공동연구자들은 좀 더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모형을 제시했다. 그들은 이 세상은 대폭발로 시작되었고 뜨거운 아기 우주였다고 주장했다. 아기우주 탄생 후 0.000000000000001초까지는 수십억℃. 모든 물질은 녹아서 존재하지 않았으며 에너지로 채워져 있었다. 이 뜨거운 우주가 식어가면서 이슬이 맺히듯 질량을 가지는 물질들이 생겨났으며 우주는 계속 팽창하여 온도가 3000℃ 정도 되었을 때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의 기본인 원자가 생겨난다. 이런 변화를 겪을 동안 대폭발이 일어난 순간부터 30만 년 정도의 세월이 흐른다. 양성자와 전자가 서로 분리된 플라즈마 상태에서 양성자가 전자를 궤도에 가두면서 +전기를 띤 양성자와 -전기를 띤 전자가 하나의 개체인 원자가 되면서 전기적으로 중성이 된다. 이때 뒤엉켜 있던 뜨거운 빛과 물질이 분리되면서 이 세상은 뜨겁고 밝은 빛으로 가득 찬다. 성경에서 말하듯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가 일어나는 것이다.

마이크로파가 되어 우리 코앞에

우주의 풍선모형.

우주의 풍선모형.

그 후 137억 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우주는 식어가서 차디찬 공간으로 변한다. 그 뜨거웠고 밝았던 빛은 식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이크로파가 되고 우주의 온도는 3000℃에서 -270℃로 식어서 차디찬 현재의 우주가 되었다. 창세기의 빛도 같이 식어서 차가운 마이크로파가 된다. 우주 곳곳에 깔려 있는 이 마이크로파를 우주배경복사라고 한다. 1963년 이를 발견한 펜지아 박사와 윌슨 박사는 1978년도 노벨상을 받는다.

우주배경복사는 과학자들만의 전유물인가? 그렇지 않다. 독자 여러분의 코앞에도 우주배경복사의 마이크로파가 있다. 태초의 빛은 약 3000℃ 되는 불빛이므로 태양빛(태양의 표면은 6000℃)보다 좀 더 황색을 띤 빛이다. 창세기의 빛은 지금은 식어서 보이지 않는 마이크로파가 되고 있다. 우주배경복사인 마이크로파의 알갱이는 여러분의 코앞에 있다. 두 손을 모아 가두면 그 속에는 500개의 ‘우주배경복사’의 알갱이가 손에 잡힌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이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라는 그 빛(전파)의 알갱이 500개를 언제나 손에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왜 일반 대중이 코앞에 창세기의 빛이 있다는 것을 몰라야 하나! 다시 한 번 과학의 대중화가 시급하다는 것을 느낀다.

김제완〈과학문화진흥회 회장·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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