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위 34.26°, 동경 127.3°에 위치한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최전방 전초기지인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는 현재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중간중간 바리케이드를 피해 레미콘이 분주히 오가며 발사대 부지의 기초 공사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2008년 12월 나로우주센터에서는 러시아와 함께 개발한 로켓 KSLV-Ⅰ에 우리 손으로 제작한 100㎏급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실어 우주로 발사할 예정이다. 우리가 만든 위성을 우리 로켓에 실어 우리 땅에서 무사히 발사하는 데 성공하면 대한민국은 자력으로 위성 발사에 성공한 국가를 상징하는 ‘스페이스 클럽’에 세계 9번째로 가입하게 된다. 사실상 한국이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하는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셈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12월부터 총사업비 3125억 원을 들여 여의도 면적의 0.6배에 해당하는 부지에 나로우주센터를 건설했다. 사업에 착수한 지 7년 만인 2007년 6월 우주센터 공사의 대부분이 끝났다. 발사체를 조립하고 시험할 수 있는 조립시험시설과 추진기관시험동, 발사 전체 과정을 지휘하는 발사통제동, 발사과정을 추적하는 광학장비동과 추적레이더동을 완공했다. 이제 우주센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발사대 공사만 남겨둔 셈.
나로우주센터의 핵심 발사대는 건설 중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 민경주 센터장은 “발사대 시스템은 24개 서브시스템으로 구성되는데 크게 추진제 공급설비, 지상기계장비, 발사관제설비로 묶을 수 있다”며 “2008년 5월 발사대를 완공한 뒤 3개월간 각 서브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는지 자체 시험을 거친다”고 말했다. 발사대 시스템 개발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과 울산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러시아 관계자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우주센터에서 쏘아올릴 2단 발사체 KSLV-Ⅰ도 한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개발해왔다. 1단 액체엔진은 우리 기술이 부족해 러시아가 담당했고 2단 킥모터(고체로켓)와 인공위성 탑재부를 포함한 상단은 한국이 맡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발사체사업단 조광래 단장은 “공동 개발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우주개발 분야의 고수’인 러시아에 한 수 배우고 있다”며 “사실 러시아 정부가 기술보호협정을 요구해 양국 국회에서 비준까지 해야 했다”고 말했다.
조 단장은 또 “기술적으로는 2008년 말 KSLV-Ⅰ을 발사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최근 러시아와 기술검토 회의를 하고 상세 설계를 확정해 발사체의 비행 모델을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연구진은 2008년 8월 나로우주센터에 발사대가 완공되면 서너 달간 발사장에서 KSLV-Ⅰ을 놓고 종합 리허설을 할 계획이다. 연료와 산화제를 채웠다가 배출하는 연습을 하면서 발사체의 압력용기에서 새는 데가 없는지, 밸브가 정상 작동하는지, 전자장치의 송수신이 잘 되는지 등을 점검한다.
지난해 11월 20일 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우주개발사업 세부실천 로드맵‘에 따르면 한국은 2017년 나로우주센터에서 300t급 한국형 발사체(KSLV-Ⅱ)를 자력으로 발사할 예정이다. 조 단장은 “75t급 액체엔진을 자체 개발한 뒤 4개를 묶어 한국형 발사체의 1단에 쓰고 2단에는 하나만 사용할 계획”이라며 “한국형 발사체로는 1.5t짜리 위성을 고도 680㎞ 정도의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한국형 발사체가 뜬다
정부가 2026년까지의 청사진으로 야심차게 제시한 ‘우주개발사업 세부실천 로드맵’에서 눈에 띄는 항목은 2020년 달 탐사위성을 개발해 발사한다는 내용이다. 최근 일본, 중국, 인도는 모두 자체 개발한 대형 로켓인 H2A, 창정, GSLV를 각각 보유하고 있어 달 탐사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소형 위성 발사체(KSLV-Ⅰ)를 개발하는 수준이다. 달 탐사에서도 발사체가 가장 큰 관건이다.
우리의 우주개발 로드맵에는 한국형 발사체(KSLV-Ⅱ)를 수정해 달 탐사위성을 쏠 수 있는 발사체를 개발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조 단장은 “한국형 발사체를 이용하면 450㎏급 달 탐사위성을 쏠 수 있다”고 말했고, 민 센터장은 “발사 패드나 로켓을 세우는 장치 같은 발사대 기계장비와 일부 하드웨어를 변형하면 나로우주센터에서도 달 탐사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일반적인 2~3t급 달 탐사위성은 우리 로켓을 이용해 2020년에 발사하기 쉽지 않다”며 “외국 발사체에 우리 달 탐사위성을 실어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외국 로켓으로 달 탐사선을 보내더라도 우리가 달 탐사를 하는 것”이라며 “중국이 러시아 발사체에 자국의 화성 궤도선을 실어 보내기로 한 협력 모델을 빌려보자”고 덧붙였다.
미래 달기지에서 우리 로봇 활약할지도
달 탐사선은 대형 발사체에 비하면 개발하기 어렵지 않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우리도 다양한 위성을 개발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우주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달 탐사위성 1호는 2017년 개발에 착수해 2020년 발사하고 2호는 2025년에 발사할 계획이다. 1호는 달 주변을 도는 궤도선으로, 2호는 달 표면에 내리는 착륙선으로 각각 예정돼 있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달 탐사에 대한 타당성과 필요성에 대한 기획 연구가 시작됐다. 기획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최기혁 박사는 “연구 기간은 1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2008년 하반기에는 달 탐사를 비롯한 우주탐사를 전담할 조직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주도하는 우주탐사계획에 따르면 2020년쯤 사람이 다시 달에 발을 딛고 그 이후에는 국제협력으로 달에 기지를 건설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탐사선이 달에 간다면 여러 미션 가운데 하나를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최 박사는 “달 궤도선은 표면을 정밀 촬영하거나 자원을 파악하기 위한 스펙트럼을 관측하고, 달 착륙선은 로봇을 보내 극지역에서 물이나 헬륨3 같은 자원을 탐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국제협력을 거쳐 달 탐사를 추진할 것이다. 2008년 말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하는 KSLV-Ⅰ는 달로 향하는 작은 발걸음이다. 2020년쯤 나로우주센터에서는 우리 탐사선이 달에서 방아 찧는 토끼를 찾으러 떠나지 않을까.
이충환<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