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빛, 오로라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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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대륙에 나타난 오로라. <극지연구소 제공>

남극대륙에 나타난 오로라. <극지연구소 제공>

고체에 열을 가하면 액체가 된다. 여기에 계속 열을 가하면 기체가 된다. 여기에 열을 더 가하면 높은 온도에서 원자들 간의 충돌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충돌은 원자핵에서 전자들을 분리시키고, 고체·액체·기체가 아닌 ‘물질의 네 번째 상태’를 만드는데 이 제4의 물질이 ‘플라즈마’다. 이온화한 상태의 이 물질은 다른 물질과는 달리 높은 전기 전도성을 띠고 또한 전자기장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 지구 남반구나 북반구를 가면 이 플라즈마 현상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아름다운 모습의 ‘오로라’를 통해서다.

고체 액체 기체 아닌 물질의 네 번째 상태
남북극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것은 태양에서 발생한 플라즈마 때문이다. 태양풍(solar wind)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 플라즈마는 지구 주변에서 마치 입자들을 스프레이로 뿌린 것처럼 흩어져 있는데, 이들 중 일부는 지구 자기장에 이끌려 반 알렌대(Van Allen belt)라고 불리는 자기권 내에 붙잡힌다. 그런 다음 지구 자기장에 의해 대기 속으로 흘러 내려오는데, 이때 대기에서 공기 분자와 플라즈마 입자들이 심하게 충돌한다. 이 과정에서 녹색, 적색, 황색, 청색 혹은 황록색, 보라색 등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빛을 방출한다.

많은 사람이 극지의 오로라를 한 번쯤 보고 싶어한다. 특히 사진작가들은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데도 남북극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더 아름다운 모습의 오로라를 촬영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오로라 촬영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사진작가 대열에 올라설 수 있기 때문에 사진작가들에게 오로라 촬영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오로라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007년 2월 3일 미국 나사(NASA)는 알라스카 북부 지방에서 로켓 4기를 발사했다. 로켓들은 한 쌍씩 발사됐는데, 하나의 로켓은 오로라 내부 전류의 상세한 구조를 측정하기 위한 장비를, 다른 로켓은 해당 고도에서 바람과 난류를 측정하기 위한 가시화 추적물질을 방출했다. ‘JOULE II’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섬세한 디지털과 필름 카메라를 이용해 대기권 상층부, 즉 오로라 영역에서 일어나는 바람을 연구하기 위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 대기권 상층부에서 발생하는 전자 가열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이어 2007년 2월 15일 나사는 지구 자기장과 오로라를 관측하기 위해 델타II 7925 로켓을 통해 5개 위성을 쏘아올렸다. ‘테미스(THEMIS)’라는 이름을 가진 5개 위성군은 현재 지구를 돌면서 자기권에서 발생하고 있는 부폭풍(substrom)을 관찰하기 위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테미스 프로젝트의 수석 연구원인 UC 버클리의 앙겔로플로스 박사는 우주 폭풍인 이 부폭풍 연구가 위험한 태양 활동을 예측할 수 있고, 또한 우주 날씨와 지구에 대한 그 영향을 이해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연구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 새로운 에너지 발생 사실에 촉각

THEMIS 위성을 이용해 오로라를 연구하는 모습.

THEMIS 위성을 이용해 오로라를 연구하는 모습.

과학자들이 이처럼 오로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오로라 연구가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부폭풍의 경우 태양 활동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기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태양 활동이 활발해지면 10개 이상의 부폭풍이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그럴 경우 지구의 전력과 전파 네트워크, 혹은 지구를 돌고 있는 위성 네트워크 등 중요한 시설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구체적으로 부폭풍이 심해지면 전 세계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GPS(위성항법장치)에 영향을 미쳐 심하면 통신 두절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부폭풍으로 위성통신이 두절될 경우 북극권을 통과하는 항공기의 통신장애를 불러일으키고, 결과적으로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세계 전역에 설치된 송유관에 공급하고 있는 전력 배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1989년 캐나다 송유관 사고와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근 들어서는 대기권 상층부, 즉 오로라권의 상황이 지구온난화 현상과 관련 있다는 주장이 나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지구 북반구 상공에서 어른거리는 빛의 흐름에서 새로운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나사가 최근 위성사진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태양과 지구 상공의 자기지대를 흐르는 자성을 가진 미립자들의 흐름을 통해 에너지가 발산된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에너지 확보경쟁을 벌이고 있는 세계 각국은 북극뿐 아니라 남극, 더 나아가 우주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가져올 수 있는지 그 가능성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오로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00년대 초 극지연구소를 통해 우주기상 예측 연구를 시작한 후 지구표면 30~100㎞ 영역에 대한 관측을 남극 세종기지에서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한국천문연구소에서 우주기상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으며, 현재 KAIST, 충남대 등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 소규모 관측 연구이며 본격적인 연구 단계로 진입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극지연구소 지건화 박사(고층대기물리학)는 “오로라 연구는 우주환경 연구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인간 실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오로라 연구에 국내 과학기술계가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주문했다.

이강봉<사이언스타임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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