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57년 10월 4일 러시아가 농구공만한 금속구(球)를 지구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어로 ‘동반자’라는 뜻의 스푸트니크 1호가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으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스푸트니크 이후 지구의 동반자로 지구 주변을 맴돌았던 지름 10㎝ 이상의 인공물체는 2만6000개가 넘었다. 현재 미국 우주감시망에 따르면 지구 궤도에 떠 있는 인공물체는 8000개 이상인데, 이 가운데 560개가 인공위성이다(나머지는 쓸모없는 우주쓰레기다). 스푸트니크 1호가 미국 상공을 지날 때마다 일부 미국인들은 러시아가 자신들을 속속들이 감시한다고 오해하며 두려움에 떨었다. 당시 기술로는 어림없는 얘기였지만 현재는 네티즌들이 구글어스를 통해 지구 구석구석을 찍은 위성사진에서 누드로 일광욕하는 사람을 찾아낼 정도가 됐다. 최초의 인공위성 탄생 50주년을 맞아 스푸트니크 후예들의 새로운 면면을 살펴보자.
200g 초소형 JAK vs 470t 슈퍼헤비급 ISS
스푸트니크 1호는 지름 58㎝에 무게 83.6㎏의 소형 위성이다. 초창기 발사체는 가벼운 위성만 우주로 올릴 수 있는 한계 때문에 세계 각국의 최초 위성은 모두 소형 위성이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익스플로러(13.9㎏), 프랑스의 아스테릭스(42㎏), 일본의 오스미(23.8㎏), 영국의 프로스페로 X3(66㎏), 한국의 우리별 1호(48.6㎏) 등이 있다. 1970년대 이후부터는 통신방송위성, 정찰위성을 중심으로 1t이 넘는 대형 위성이 등장했다. 특히 통신방송위성은 1990년대 이후 4∼6t으로 덩치가 커졌다. 키홀(KH-12) 같은 정찰위성은 무게가 19t에 이른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발사한 인공위성 중 가장 무거운 것은 현재 16개국이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다. ISS가 완성되면 470t이 넘을 전망이다. ‘슈퍼헤비급’ 인공위성인 ISS와 달리 가장 가벼운 인공위성은 무엇일까. 2000년 1월 미국 산타클라라대 여학생 6명이 10개월간 3대의 초소형 위성을 제작해 우주로 쏘아올렸다. 이 가운데 델마와 루이스란 이름의 위성은 각각 0.5㎏이었고, 나머지 하나의 위성 JAK는 0.2㎏에 불과했다. 위성 개발비용과 개발기간이란 측면에서 보더라도 ISS와 산타클라라대 초소형 위성은 극과 극이다. 1993년에 건설하기 시작한 ISS는 2010년까지 1300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어 완공할 예정이다. 반면 위성 델마를 개발하는 데는 5000달러가 들어갔고 루이스와 JAK의 개발비는 각각 2500달러다.
킬러 vs 보디가드
미니, 마이크로, 나노…. 요즘 스커트뿐 아니라 전자기기에도 불고 있는 미니 열풍이 인공위성에도 몰아치고 있다. 소형 위성은 무게에 따라 미니위성(100∼500㎏), 마이크로위성(100㎏ 안팎), 나노위성(10㎏ 안팎), 피코위성(1㎏ 안팎)으로 나뉜다. 1990년대 이후 마이크로전자기계시스템(MEMS) 같은 소형화 기술을 인공위성에 적용하면서 소형 위성이 다시 뜨고 있다. 사실 소형 위성의 아이디어는 우주전쟁이라는 군사적 용도에서 먼저 나왔다. 수톤씩 되는 위성은 유사 시에 금방 발사하기 힘들지만 소형 위성은 수주 또는 짧은 시간 내에 여러 대를 동시에 발사할 수 있다.
현재 미국 공군과 항공우주국(NASA)이 40여 개 대학 및 위성 제작업체와 공동 연구 중인 ‘테크샛(TechSat)-21’이 대표적인 예. 이들은 자동차보다 훨씬 작은 130㎏ 정도의 마이크로급 위성들과 10㎏급 초소형 위성들로 무리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들은 지상뿐 아니라 서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어 전투기 무리처럼 편대비행이 가능하다는 게 큰 특징이다. 예를 들어 8기의 위성이 넓은 지역에 걸쳐 통신할 때는 길게 늘어서고, 문제의 지역을 집중 촬영할 때는 다이아몬드 형태를 갖추는 것이다.
2000년 중국에서는 적의 위성에 부착돼 필요할 때 폭파할 수 있는 ‘기생 위성’(마이크로 위성)을 시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적의 위성 앞에서 자폭해 다수의 금속 파편 세례를 퍼부어 적의 위성을 파괴시키는 ‘킬러 위성’도 가능하다. 반면 중요한 임무를 띤 대형 위성을 보호하는 ‘보디가드 위성’에 대한 연구도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는 초소형 위성 5대가 적의 위성을 육탄으로 막거나 ‘전자탄’이라는 위장신호를 발사해 적의 위성을 교란시킨다는 아이디어에서 비롯한 것이다.
재난감시 편대에서 수리위성까지
소형 위성은 군사용 외에도 다양하게 쓰인다. 지구 재난감시 위성무리인 DMC가 대표적인 사례다. 2002∼2006년에 영국을 비롯한 알제리, 나이지리아, 터키, 중국이 100㎏ 안팎의 소형 위성을 각각 1기씩 발사해 구성됐다. 5기의 마이크로위성은 해상도 30m급 이상인 카메라를 장착해 전 세계 자연재난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다. 해상도가 30m인 영상에서는 가로, 세로가 30m인 지역이 한 점으로 나타난다.
2005년 발사한 영국의 관측위성 톱샛은 작지만 매서운 ‘우주의 눈’이다. 승용차와 트럭을 구별하기에 충분한 2.5m 해상도의 영상을 보내기 때문이다. 비슷한 능력의 중대형 위성에 비해 개발비용이 20% 이하지만 고해상도 영상을 제공할 수 있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776㎏의 아리랑 위성 2호가 촬영한 영상이 해상도 1m급임을 감안하면 톱샛은 가격 대비 성능이 탁월한 셈이다. 우주에서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을 시험하고 검증하는 역할도 소형 위성의 몫이다. 미국의 오비털 익스프레스 프로젝트는 고장이 나거나 연료가 떨어진 위성은 버려야 한다는 기존 관념을 바꿨다. 지난 3월 ‘아스트로’라는 서비스 위성이 224㎏짜리 파트너 위성 ‘넥스트샛’에 다가가 연료를 주입하고 고장 난 컴퓨터를 교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한국도 과학기술위성과 한누리 같은 소형 위성을 이용해 우주용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수신기, 태양전지판, 별 센서(별을 관측해 위성의 자세를 잡는 센서) 관련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처럼 앞으로 주먹만한 초미니 위성이 대형 위성의 자리를 위협할 날도 멀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충환〈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