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럽 교황 탄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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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대 교황은 누구… 이탈리아계와 남미계 물밑 경쟁

요한 바오로 2세를 이을 265대 교황에 누가 오를까.
4월 2일 교황 선종 후 바티칸 안팎 기류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안개국면 속에 현재까지 후보군은 대략 10여명. 대륙별로는 유럽,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지에서 각각 1~5명씩 거론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4월7일 전체적인 판세는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유럽세과 가톨릭 신자의 절반을 보유한 남미세의 다툼이라고 전했다.

이탈리아인을 주목하라 이탈리아 출신 후보군은 디오니지 테타만치 밀라노 대주교(71)를 중심으로 지오바니 바티스타 레 교황청 주교성 장관(70), 안젤로 스콜라 베네치아 총대주교(63), 엔니오 안토넬리 추기경(68), 타르시스코 베르토네 추기경(70) 등이 꼽힌다. 선두주자는 오푸스 데이(Opus Dei, 신의 사역)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테타만치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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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수석 대변인 호아킨 나비로 박스 추기경을 비롯, 세계적인 유력인사 8만여명이 회원인 오푸스 데이는 요한 바오로 2세의 막후단체였다. 모임 ‘자유선택을 위한 천주교도’의 프랜시스 키슬링은 “요한 바오로 2세 밑에서 강력한 권력을 누렸던 오푸스 데이는 차기 교황 하에서도 권력을 잃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티스타 레는 서거한 교황이 가장 신임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고, 스콜라 총대주교는 이슬람 전문가인데다 언론과 친숙하고 지적이라는 장점을 지녔다.
지난 4일 교황 장례 참석차 로마를 찾은 조지 펠 호주 시드니 대주교는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비밀회의(4월 18일 콘클라베)는 가장 먼저 이탈리아인 후보를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적당한 이탈리아 출신 후보가 없을 경우라야 남미 등지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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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혁신적인 교황을 뽑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면 크리스토프 쇤보른 오스트리아 대주교(60)를 빼놓을 수 없다. 사회적 이슈에 있어선 자유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쇤보른은 소장파 추기경 중 가장 유력한 후보다.
또 다른 개혁파 고드프리드 다넬스 벨기에 추기경(72)도 로마 가톨릭의 영향력 확산에 기여한 주요 ‘공신’이다. 피터 헤블스웨이트는 저서 ‘차기 교황’에서 다넬스 추기경을 미래에 대한 비전과 명쾌한 교리 해석 능력을 지닌 몇 안되는 추기경 중 한명으로 지목했다.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후보들 개도국에서 차기 교황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은 “왜 교황은 항상 유럽인이어야 하느냐”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특히 남미 가톨릭 신자들은 교황권을 높이려면 신자 수가 많은 남미에서 교황이 배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장 유력한 ‘다크호스’는 클라우디오 우메스 상파울루 브라질 대주교(7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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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EFE통신은 4월 4일 “시간이 지나면서 남미 후보는 우메스 대주교와 온두라스 오스카 안드레스 로드리게스 마라디아 테구시갈파 대주교, 멕시코 노르베르토 리베라 카레라 대주교 등 3명으로 압축되는 양상”이라고 보도했다.

우메스 대주교는 보수적인 정통교리를 고수하면서도 그동안 민감한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명성을 쌓아왔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지침을 충실히 따랐고, 자신의 상파울루 대교구를 크게 확장했다는 업적도 긍정적 요소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우메스 대주교가 교황에 선출되기를 희망한다”고 노골적으로 밝힌 바 있다.

만일 이번에 1500년여 만에 흑인교황이 나온다면 1순위는 나이지리아 프란시스 아린제 추기경(72)이다. 나이지리아 출신이지만 런던에서 교육을 받아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며 서유럽과 제3세계의 지지를 동시에 받고 있다. 이슬람 전문가로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을 장기간 역임했고 지금은 교황청 신앙성성(聖省) 수장을 맡고 있다.
외신은 아일랜드 최대 출판사 ‘패디 파워’가 진행하고 있는 ‘차기 교황 알아맞히기 내기’에서 아린제와 테타만치 대주교가 동점을 기록, 선두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데스먼드 투투 남아공 대주교 등도 ‘아린제 지원사격’을 벌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의 보수적인 교황청 분위기 볼 때 흑인교황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아시아 출신 후보도 있다. 교황청 외교관으로 36년 동안 복무했고 17개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능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이반 디아스 인도 뭄바이 대주교(69)다.

최근 유럽의 호사가들 사이에선 중세에 지어진 ‘말라키아 예언서’가 화제다. 아일랜드의 말라키아 주교(1094∼1148년)가 1139년에 내놓았다는 이 예언에 따르면 차기 교황은 ‘올리브의 영광’으로 표현돼 있다. 제3세계가 아닌 유럽인, 그중에서도 이탈리아 같은 지중해권 국가 출신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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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이상연기자 lsy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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