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컴 스페인어 실력, 진짜야?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영국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최근 공식석상에서 스페인어 실력을 선보인 것을 두고 영국사람들의 뒷얘기가 무성하다. 베컴은 2003년 여름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후 한번도 스페인어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1년이 훨씬 넘게 스페인에 살면서 영어만 고집하는 그를 두고 갖가지 소문과 억측이 난무했다. "베컴은 축구밖에 할 줄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월드리포트]베컴 스페인어 실력, 진짜야?

이런 상황을 일거에 역전시킨 '골든 골' 같은 사건이 바로 베컴의 스페인어 인터뷰였다. 그것도 2004년 부진했던 성적과 사생활을 비판하는 짓궂은 질문에 스페인어로 의연함을 보여줬으니 팬들이 느낀 짜릿함이 어느 정도였을지 쉽게 짐작된다. 어느 스페인 기자가 영어로 "레알 소시에다드와 아틀레티코를 꺾고 선두와의 승점차이를 줄인 소감이 어떤가"라고 묻자 그는 "팀이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 열심히 하면 될 것 같다"고 스페인어로 답변했다.

그렇다면 베컴의 스페인어 실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텔레비전으로 인터뷰를 시청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법적으로 다소 틀린 부분이 있지만 초보치곤 나쁘지 않았다"고 격려를 보냈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따뜻해지지는 않은 듯하다. "1년이 넘게 배운 스페인어 실력치고는 실망스럽다"거나 "외국어를 배우기 전에 모국어나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는 등 감정섞인 의견을 넘어 "베컴의 스페인어 실력은 커닝 덕분"이라는 음모론까지 제기되었다.

귓속 이어폰으로 커닝 의혹도

기자회견 당시 베컴은 귀를 덮는 흰색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귓속에 장치한 이어폰을 가리려는 '위장 패션'이라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다른 사람이 불러주는 스페인어를 따라하려고 이어폰을 끼지 않았겠느냐는 얘기다. 질문에 대답하면서 머리를 긁적이거나 귀 주변을 만지는 등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한 것은 이어폰 소리를 잘 듣기 위해서였다는 그럴 듯한 해석까지 덧붙어 엉뚱한 소문은 꼬리를 물고 퍼져나가고 있다. 베컴측이 "지금 베컴이 머리를 기르는 중이라 단정하지 못한 모습을 가리기 위해 모자를 썼을 뿐"이라고 해명한 후 음모론은 점차 수그러들고 있지만 베컴에 대한 영국 및 스페인 사람들의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한편 이번 베컴의 스페인어 인터뷰가 영국에 다시 한번 스페인 바람을 몰고 올 것인지도 주목된다. 그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이 결정되던 2003년 당시 영국에는 잠시 스페인 바람이 불었다. 스페인어 강의에 평소보다 3배나 많은 수강생이 몰려들었는가 하면, 수많은 축구팬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보기 위해 위성방송에 새로 가입하는 북새통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국어를 배우려는 노력이 덜한 영국. 축구스타이자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베컴이 스페인어를 배우는 노력을 보여준 것이 어떤 후폭풍을 일으킬지 지켜볼 일이다.

런던 | 정수진 통신원 jungsujin@hotmail.com


월드리포트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