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범인추격 필요 이상 과속으로 애꿎은 시민들 피해 증가
![[월드리포트]브레이크 없는 경찰차](https://img.khan.co.kr/nm/ContentsObject/9/9153_3_e3_1.jpg)
현실에서는 이런 장면이 과연 얼마나 자주 연출될까. 그리고 그 결과를 보고 사람들은 정말로 통쾌함을 느끼는 것일까. 최근 호주에서 한 방송이 경찰의 교통법규 위반 사례를 보도한 것을 계기로 이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호주 공중방송인 채널7은 연초 "지난해 뉴사우스웨일스 주에서 경찰 차량의 범인 추격이 2459건이나 있었다"며 "그중 상당수가 엉뚱한 시민에게 피해를 끼쳤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범인을 추격하는 경찰의 과속차량 때문에 뉴사우스웨일스 주에서만 54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지난해 6월 정형외과 인턴 앤드류 로츠치키가 뉴캐슬의 뉴잉글랜드 고속도로에서 신호대기중에 경찰의 추격을 피해 빨간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던 범인 차량에 받혀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앞날이 창창하던 본인 뿐만 아니라 승용차에 함께 타고 있던 여자 친구도 변을 당했다. 당시 범인은 열네살의 어린 운전자로 차를 훔쳐 경찰들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다 이와 같은 사고를 낸 것이다.
로츠치키의 어머니인 일레나는 "당시 경찰들이 불필요하게 과속 운전을 하며 범인을 추격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녀는 뉴사우스웨일스 주 밥 카르 총리의 공개적인 사과와 차후 경찰의 범인 추격에 대한 적절한 지도방침을 하루 빨리 마련하라고 주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월드리포트]브레이크 없는 경찰차](https://img.khan.co.kr/nm/ContentsObject/9/9153_4_e3_2.jpg)
경찰 내부서도 검거관행 자성
최근에는 경찰 내부에서도 시민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과속으로 범인을 추격하는 검거 관행에 대한 자성이 일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어느 현직 교통 경찰관이 "범인 추격 과정에 대부분의 교통 경찰이 시민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스피드를 즐기듯 범인을 추격한다"고 언론에 고백해 크게 논란이 된 적도 있었다.
물론 갈수록 늘어나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범인 검거를 위한 약간의 특혜(?)는 융통성 있게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처럼 경찰의 '과속 추격'이 연일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는 860만 호주달러를 투자해 시간당 2000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는 경찰 헬기 운행을 늘리는 한편, 경찰이 과속으로 범인을 추격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경찰 순찰차 안에 비디오 카메라와 현장 상황을 녹음할 수 있는 블랙박스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순찰차 안 블랙박스 설치는 영국에서 먼저 실시되어 경찰의 범인 추격시 사고 비율을 25%나 감소시킨 것으로 전해지는데, 그 효과 여부가 호주에서도 주목되고 있다.
시드니/김경옥 통신원 kelsy03122022@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