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여군 등장, 마지막 ‘금녀 구역’ 허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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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육군에는 장교 3100여명, 부사관 2900여명 등 6000여명의 여군이 복무하고 있다. 육·해·공군을 모두 합치면 전체 여군 수는 올해 6월 기준으로 9228명이다.

여군의 활동 영역이 다양해졌다. 국방부는 지난 9월 17일 “올 하반기 여군 대위 3명에게 야전 기갑부대 보직을 주는 것을 끝으로 연말까지 육군 야전부대 모든 병과에 여군 진출이 완료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마지막 ‘금녀 지대’였던 기갑부대에 여군 장교 3명을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6월 말에는 포병 여군장교 6명과 방공 여군장교 2명이 야전에 배치됐다.

한국군에서 여군의 참여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육군의 보병 소대장과 특전대원에서부터 해군의 전투함요원, 공군 전투조종사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전투병과에 여군이 진출해 있다. 공군 조종사들의 전투기량을 측정하는 공중사격대회에서도 여성이 두드러진 성적을 내고 있다.

미군 여군들. | AP연합뉴스

미군 여군들. | AP연합뉴스

현재 육군에는 장교 3100여명, 부사관 2900여명 등 6000여명의 여군이 복무하고 있다. 육·해·공군을 모두 합치면 전체 여군 수는 올해 6월 기준으로 9228명이다. 내년이면 여군 1만명을 돌파하게 된다. 한국군은 내년까지 장교 정원 7%, 2017년까지 부사관 정원 대비 5%까지 여군을 늘릴 계획이다.

미 육군도 레인저스쿨에 여군 허용
육군에서는 2002년 여군 소위 20명이 처음으로 소대장에 보직되었고, 공군에서는 2002년 첫 여군 조종사가 배출됐다. 2007년에는 첫 여군 전투기 조종사가 나왔다. 해군에서는 2003년 여군 장교가 처음으로 전투함에 승선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해군은 함상에서 근무하는 여군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여군이 기거하는 함내 숙소에 잠금장치를 설치해 놓고 있다. 이 잠금장치를 열 수 있는 비밀번호는 여군 당사자와 함장만이 알고 있다.

미군의 경우 지금은 여군을 전투병과에 배속하지만 수년 전만 해도 육군 전투병과에 여군이 없었다. 미 국방부(펜타곤)의 ‘직접지상전투’에 관한 규정에 여군이 최전선 지상 전투에는 직접 참가하지 못하도록 돼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미군이 전투병과에서 여성을 배제했던 것은 포로가 됐을 때와 체력적 한계를 고려해서였다. 그러나 현대전에서는 ‘전투’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다. 수㎞ 후방에 위치한 야전 통신부대의 여군도 미사일 공격 밑에서는 소총수와 같은 위험에 처한다. 전투와 최전선의 개념이 모호해진 것이다. 이라크전 등 몇 차례의 전쟁을 치르면서 최전선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미 국방부는 여군에 대한 전투임무 배치 금지 규정을 폐지했다.

이제 미 육군은 ‘금녀의 성’으로 여성에게 입학이 허용되지 않았던 레인저 스쿨(Ranger School)에도 여군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할리우드 영화 ‘GI 제인’이 현실화된 것이다. 중부 조지아주 포트 베닝에 위치한 레인저 스쿨은 산악훈련, 늪지훈련, 사막훈련, 하천훈련 등 다양한 환경에 처한 교육생이 이를 극복하면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2개월 과정이다. 수료율이 평균 40%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훈련 강도가 높다. 미 육군의 여군은 5만5000여명 정도다. 미군은 2012년 기준으로 전체 병력 140만명 가운데 여군이 14.9%를 차지하고 있다. 육군 14%, 해군 15%, 공군 20%, 해병대 6% 등이다.

이스라엘에서는 여성이라도 17세부터 입대 준비를 해 만 18세가 되면 군에 입대한다, 여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31%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의 경우 여성은 2년간 의무복무(남성 3년)를 하고 있지만 주로 비전투 분야에 배치된다. 이스라엘은 전쟁이 벌어지면 여군을 후방지역으로 배치하도록 하는 계획이 세워져 있다. 이는 여군이 포로로 잡혔을 경우 군 사기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영국군도 수년 전부터 잠수함에서의 여군 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이전까지 영국군은 잠수함 내 재생 공기의 이산화탄소(CO₂) 농도가 여성의 임신과 출산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옹색한 논리를 여군의 잠수함 근무를 금지하는 이유 중 하나로 내세우기도 했다. 호주와 캐나다, 덴마크, 스웨덴 해군도 여군의 잠수함 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미군 역시 2011년 여군에 대한 잠수함 근무 금지 규정을 폐지했다. 하지만 한국 해군에서는 잠수함은 여전히 금녀 구역이다.

지난 3월 6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열린 ‘2014년 장교 합동 임관식’에서 여군 임관장교들이 행사 시작에 앞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3월 6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열린 ‘2014년 장교 합동 임관식’에서 여군 임관장교들이 행사 시작에 앞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현재 여성 징병제를 실시하는 국가는 북한·쿠바·이스라엘·수단·차드 등이 있다. 북한에서는 심리전부대나 행정기관에서 여군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교환수, 무전수, 기동통신(우편)중대, 의무병, 보위부(헌병) 등에 여군이 많이 배치돼 있다. IL-28 같은 폭격기의 경우 승무원이 모두 여군으로 교체됐다는 정보도 있지만 전투기 조종사는 없다. 14.5㎜ 고사기관총 부대는 전원 여군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군에서 여군이 되는 길은 쉽지 않다.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군복을 입을 수 있다. 여군의 인기는 사관학교 지원율에서도 엿볼 수 있다. 사관학교별 여생도 입학 경쟁률은 보통 40~50대 1이다.

한국 해군 잠수함은 아직까지 금녀
2010년 육군이 창군 이래 처음 여성 학군장교(ROTC) 지원서를 접수했을 때 전체 60명 모집에 360명이 지원해 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해병대는 2001년 7명의 여군 학사장교를 임관시킨 것을 시작으로 2003년에는 사관학교 출신 여군 장교와 부사관을 선발했다. 해병대 여군의 평균 지원율은 10대 1 수준이다.

여군의 위상은 그만큼 높아졌다. 여군의 인기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여군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는 달라 지원자도 많지 않았다. 고심 끝에 국방부는 여군 모집을 위한 홍보 차원에서 미스 여군 선발대회를 열기도 했다. 1962년 5월 국방부는 ‘제1회 미스 여군 선발대회’를 육군본부 강당에서 열었다. 이 대회에는 육군 여군대대와 여군훈련소 등에서 서류심사 등을 통해 선발된 총 7명이 출전했다. 여기서 뽑힌 미스 여군 진·선·미는 같은 해 6월 16일 열린 미스 서울 특별예선대회에 참가했다.

미스 여군 선발대회 절차는 야외복(드레스)과 수영복 심사까지 있는 등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와 비슷했다. 다만 군복 심사가 있었다는 것이 미스코리아 대회와 다른 점이었다. 당시 일간지에도 미스 여군 선발대회의 결과가 실렸다. 동아일보는 1964년 대회에서 예선을 거쳐 올라온 11명의 후보자 가운데 진에 김명자 하사, 선에 이춘자 상병, 미에 김연순 중위가 선발됐다고 이들의 사진과 함께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스 여군 선발대회가 미스코리아 대회의 여군 예선대회처럼 운영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서 미스 여군 선발대회는 1972년 대회를 끝으로 폐지됐다.

전쟁의 개념이 개인의 육체적 능력이 중시되는 섬멸전에서 하이테크 전략무기로 적 지휘부를 무력화하는 제한적 타격전으로 바뀜에 따라 여군의 활동영역은 더 넓어질 것으로 군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투병과 첫 여성 장군 출신인 송명순 전 육군 준장은 “전술이 중요해지고 첨단과학기술이 동원되는 등 전장 환경이 바뀌고 군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갈수록 군에서 여성에 대한 역할과 기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진 경향신문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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