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수 중장의 경질에 대해선 두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만씨와 ‘절친’이라는 배경에 발목을 잡힌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차후 군 인사에서 ‘파격 발탁’될 개연성이 높다는 정반대의 전망도 나온다.
지난 7일 단행된 군 인사에서 군내 사조직 ‘하나회’ 출신이 육군 대장에 임명된 데 이어 또 다른 군내 사조직 ‘알자회’ 출신이 국군기무사령관에 임명됐다. 기무사령관은 직제상으로 국방부 직할부대이지만 군내 동향과 인사 관련 정보 등을 청와대에 직보할 수 있는 요직이다. 그런 만큼 기무사령관은 정권의 핵심부와 소통이 가능해야 임명될 수 있고, 그렇지 못할 경우 단명에 그쳐 왔다. 이번에 경질된 이재수 중장(육사 37기)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씨의 고교 동창이자 육사 동기생인 실세였던 만큼 그의 갑작스러운 퇴진은 여러 뒷말을 낳고 있다.

조현천 국군사이버사령관이 10월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군기무사령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조 사령관은 전날 단행된 후반기 장성 진급인사에서 신임 국군기무사령관에 발탁됐다. | 김창길 기자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도 의원들은 현 정권 출범 직후 육군 인사사령관과 기무사령관 등 요직에 잇달아 발탁됐던 그가 재임 1년도 안 돼 전격 교체된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이 중장은 “최근 일련의 사건·사고에 대해 기무사가 사전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에 책임감을 느꼈다”며 “마침 1년도 됐고 해서 이번 인사에 포함시켜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셀프 경질’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그러자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은 “자청한 경질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인데…, 지켜보기 안타깝다”고 했다.
이 중장의 경질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중장이 지만씨와 ‘절친’이라는 배경에 발목을 잡힌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차후 군 인사에서 이 중장이 ‘파격 발탁’될 개연성이 높다는 정반대의 전망도 나온다. 육군 인사 전문가로서 야전 경험이 부족한 그를 제3야전군 부사령관에 내정한 것은 야전군 경험을 더 쌓게 한 후 대장으로 진급시키려고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제3야전군 사령관에 하나회 출신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정부가 이번 군 인사에서 경북 예천 출신인 조현천 사이버사령관(육사 38기)을 중장으로 진급시키면서 신임 기무사령관에 임명한 것이다. 조 신임 기무사령관은 하나회와 함께 육군 사조직의 하나였던 알자회 출신이다. 알자회는 하나회의 뒤를 이은 육사 출신 사조직으로, 육사 34기부터 43기까지 매 기수별로 12명씩 120명으로 이뤄졌다. 알자회는 당초 출발이 ‘서로 잘 알고 지내자’는 의미에서 이름이 지어졌지만, 육군 내 핵심 보직을 독차지하고 우월의식을 과시한 탓에 동기생들로부터 ‘알짜회’로 불리면서 배척당하기도 했다. 알자회는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1990년대 초반 실체가 드러나 해체됐고 회원 상당수가 진급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한두 차례 진급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면 이후엔 정상적인 진급이 가능해져 지금은 능력에 따라 군 내 요직에 배치되고 있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8월 육군의 대표적인 사조직이었던 하나회 출신 김현집 장군(육사 36기)을 대장으로 진급시키면서 제3야전군 사령관으로 임명한 바 있다. 김 대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11월 15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군 장성 수치수여식에서 김현집 합동참모차장에게 수치를 수여한 후 악수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김현집 대장에게는 늘 육군 사조직 하나회의 마지막 기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나회는 공식적으로 육사 36기에서 끊겼기 때문이다. 그의 대장 진급을 놓고 일각에서는 ‘하나회의 부활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가 하나회 논란을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역량 덕이 컸다. 그는 육사 36기 가운데 가장 먼저 군단장을 꿰찰 만큼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 대장은 합참 차장과 합참 작전부장, 전비태세검열차장 등 작전분야 주요 요직을 역임한 작전통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잇따른 사조직 출신의 요직 임명에 대해 “육군 내 사조직이 해체되고 사라진 지 20년이 지났다”며 “사조직 출신이라도 이제는 주홍글씨를 지워주고 능력에 합당한 지위를 부여하는 차원에서 인사가 이뤄진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번 군 인사에서는 28사단 윤모 일병 구타 사망사건과 연관된 군 지휘부가 대거 밀려났다. 당시 지휘관과 육군본부 주요 관계자들은 보직을 받지 못해 전역 수순을 밟고 있다. 이모 전 6군단장(학군 18기)은 정책연구관으로 있다가 전역할 예정이다. 이모 전 28사단장(육사 40기)은 합동참모본부나 육군본부로 가지 못하고 국군복지단장에 보임됐다.
윤모 일병 사건 관련 지휘부 한직으로
헌병 병과 지휘라인은 초토화됐다. 국방부는 군 수사기관인 육군 헌병의 최고 책임자인 헌병실장 자리에 보병인 김주훈 3사단 부사단장(준장·육사 40기)을 임명했다. 수사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군 수사기관 책임자에 다른 병과 출신이 임명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인사다. 선모 현 헌병실장(육사 40기)은 사건 발생 후 보고 누락 등의 책임을 물어 정책연구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 전역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통상 육군 헌병실장은 2년 임기를 마치고 육·해·공군 헌병을 총괄 지휘하는 국방부 조사본부장으로 이동하는 게 관례였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현 본부장이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데도 불구하고 대행체제로 바뀌었다. 문책성 인사라는 것을 분명히 한 셈이다. 백낙종 국방부 조사본부장의 후임에는 이종협 국방부 조사본부 범죄정보실장(육사 42기)이 2년 임기제 준장으로 진급해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국방부 조사본부장은 윤 일병 사건 당시 자세한 사건 내용을 보고받고서도 국방부 장관에겐 1장짜리 요약 보고만 해 책임 논란이 일었다.
이번 인사에서는 육군 군단장 자리 3명을 놓고 한민구 국방장관과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이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전방지역 사단장을 거친 중장 진급 대상자들이 후방지역 사단장 출신보다 군단장 진출에 유리하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서는 제2작전사령부 예하 사단장 출신이 2명이나 군단장에 진출했고, 전방지역에서는 6사단장 출신 1명만이 군단장으로 나갔다. 이를 놓고 군내에서는 제2작전사령관 출신인 김 총장의 영향력 행사로 해석하고 있다.
공군에서는 공군의 차기전투기(FX) 사업의 책임자들이 진급하지 못했다. 지난해 사업단장이었던 송모 준장이 올해도 진급하지 못한 데 이어 FX사업단 현 팀장인 이모 대령도 별을 달지 못했다. 2년 연속 공군 FX사업 책임자들이 진급에 실패한 것이다. 공군은 차기전투기로 F-35A 40대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의 적절한 역할 수행 여부에 군 지휘부가 의문을 표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군에서는 김귀옥 대령(여군 31기)이 전투병과 여군으로는 두 번째로 준장으로 선발돼 남편인 이형석 소장(육사 41기)과 함께 창군 이래 최초 부부 장군으로 기록됐다.
<박성진 경향신문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