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지옥훈련’ 더 독해진 특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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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가 천리행군을 하는 이유는 적지에서 지원 없이 탈출하는 능력을 양성하는 데 있다. 특전요원들은 임무 특성상 적지 깊은 곳에서 휴전선까지 약 400㎞ 이상을 걸어서 탈출 가능한 능력을 기본적으로 구비해야 한다.  

북한군의 침투훈련이 대폭 강화됐다. 북한군이 최근 특수부대 1만여명을 동원한 대규모 침투훈련을 실시하는 등 고강도 동계 군사훈련을 하고 있는 사실이 군 당국에 의해 확인됐다. 북한군 동계훈련이 예년보다 1개월가량 빨리 시작됐고, 특수부대 훈련에 동원된 인력과 훈련 횟수도 예년보다 20배가량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10년간 최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군은 11월 시작된 동계훈련에서 AN-2기를 활용해 공수낙하 훈련도 진행 중이다. 길이 13m, 기폭 18.2m인 AN-2기는 1940년대 소련에서 개발돼 동유럽에서 농약 살포용으로 사용된 비행기이지만 저공비행이 가능하고 목제 프로펠러와 특수천 등으로 만들어져 레이더로 포착하기가 어렵다. 북한군은 완전무장한 특수부대원 10명가량을 태울 수 있는 AN-2기 300여대를 특수부대 침투용으로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AN-2기 공수훈련에 참여한 특수부대원은 1만∼1만5000여명(연인원 기준)인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했다.

한국군 역시 침투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적진 침투부대로 요원들이 ‘번개처럼 나타나 안개처럼 사라진다’는 특전사는 지난해 10월 전인범 중장(육사 37기)이 부임하면서 훈련 강도가 매우 세졌다. 특수전사령부가 있는 서울 송파구 거여동 일대에서 요즘 주말을 즐기는 특전사 장병들을 보기 힘들어 주변 단골가게들이 전 사령관을 원망할 정도라고 한다.

특전사 대원들이 특공무술 시범을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특전사 대원들이 특공무술 시범을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강도 높여 실전적 훈련 대거 강화
전 사령관은 과거에 하지 않던 실전적 훈련을 대거 강화했다. 헬기 사격도 그 중 하나다. 헬기에 탑승한 특전요원들이 지상 목표물을 향해 정확한 사격을 하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 헬기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목표물의 미래 위치를 예상하고 조준해 사격해야 하기 때문이다. 헬기의 속도와 사격의 각도 등도 감안해야 한다.

특전사의 천리행군도 올해부터 인증제로 변경되면서 훈련 강도가 높아졌다. 과거 2주일에 걸쳐 전술훈련과 병행해 2년에 한 번꼴로 대대별로 실시하던 천리행군이 무박 7일의 주·야 연속 행군으로 바뀌었다. 참가자들은 하루 60∼70㎞씩 총 400㎞를 행군 간 별도의 정비시간과 숙영지 편성 없이 논스톱으로 완주해야 한다. 육군의 자격화 훈련 지침에 따라 특수전 기본교육 간 ‘지옥훈련’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다 보니 천리행군에 도전했던 인원 중 10∼30%가 중도에 포기하고 있다. 그러나 특전사 임관 및 전입 이후 천리행군을 통과하는 인증을 받지 못하면 특전사 요원의 자격을 유지할 수 없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산지와 들판 등을 걷는 천리행군에 참여한 후 4∼5일차에 접어들면 가수면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내디디고 6일차 이후에는 정신을 놓게 되는 것이 다반사다. 참가자들은 하루 목표된 구간을 제시간에 도착해야만 휴식을 가질 수 있다. 늦게 도착한 특전요원은 별도의 휴식 없이 다시 행군을 시작하게 되어 거의 수면을 취하지 못하게 된다.

특전사가 천리행군을 하는 이유는 적지에서 지원 없이 탈출하는 능력을 양성하는 데 있다. 특전요원들은 임무 특성상 적지 깊은 곳에서 휴전선까지 약 400㎞ 이상을 걸어서 탈출 가능한 능력을 기본적으로 구비해야 한다. 체력과 정신력의 극한상황에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특전대원만이 고립무원의 적진에서 자신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 13일부터 무박 7일 동안 진행된 천리행군에는 특전부사관 211기 120여명과 새로 전입한 간부, 특전병사 70여명 등 190여명이 참가했다. 이 가운데 120여명만이 천리행군 완주에 성공했다. 이 가운데에는 여군 하사 5명도 포함돼 있다. 특전사 천리행군에 여군이 공식 참여한 것은 처음이다. 1공수여단의 신예슬·민주원 하사, 3공수여단의 김시온·김홍지 하사, 9공수여단의 고다은 하사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실시한 천리행군에서는 여군 2명이 추가로 통과했다.

특급전사 자격에 더해 천리행군을 통과한 병사들은 전투특전병 칭호를 얻는다.

특전사는 육군 소속이지만 일반적인 육군 부대와는 다르다. 육군은 분대-소대-중대-대대로 편성되어 작전하지만, 특전사는 팀 단위 작전이 기본이다. 10여명으로 구성된 하나의 팀에 지휘관부터 저격·폭파·통신·의무 등 각각의 역할이 정해져 있고, 적지 한복판에서 오로지 팀원들에게만 의지하며 임무를 수행한다.

북한군의 동계훈련 모습. | 연합뉴스

북한군의 동계훈련 모습. | 연합뉴스

남녀 구별없이 오로지 전투력으로 평가
특전사는 최근 ‘검은 베레모’ 부대가에서 ‘사나이’를 40년 만에 뺐다. “아아, 검은 베레 무적의 사나이~” 부분에서 ‘사나이’를 ‘전사들’로 바꿨다. 특전사에 여군도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특전사 근무 여군들은 30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은 특전요원들이다.

전 특전사령관은 남군과 여군 구별없이 오직 전투력과 실력·능력만으로 평가하고, 남녀군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전투력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 방침의 일환으로 특전사는 대테러부대인 707 특수임무대대의 여군 수를 50%나 줄였다. 707부대를 보여주기식이 아닌 전투력 위주의 부대로 운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부대 편성도 여군들이 전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군들로만 이뤄진 여군중대 자체를 없앴다. 여군들을 한 부대로 몰아놓은 것 자체가 부대 전투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특전사는 기존의 과도한 제재 규정들도 쳐냈다. 관행적으로 몰래 사용하던 사제 장비들 사용을 허용하고, 해당 사제 장비가 전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부대 차원에서 보급하기도 했다. 방탄복과 전술조끼, 헬멧과 통신기는 물론 각종 총기와 부가장비들을 도입했다. 기존 총기에 조준경, 레이저 표적지시기 등을 쉽게 장착할 수 있는 피카티니(Picattiny) 레일과 광학장비도 확대 보급됐다. 최근에는 M32 6연발 유탄발사기 도입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M32는 기존의 40㎜ 유탄보다 더 크고 위력은 2배 가까이 강력하다. 40㎜ 유탄 6발을 3초 이내에 연속으로 퍼부을 수 있다.

부작용도 있었다. 지난 9월 특전사 예하 제13공수여단에서 포로체험 훈련 도중 요원 2명이 질식사한 사건이 그것이다. 몸을 묶고 머리에 두건을 뒤집어씌운 뒤 견디게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고였다. 미군은 공기가 통하는 삼베 같은 재질의 두건을 사용하는데 신발주머니를 대용으로 사용하다 사고가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특전사령관은 실전 같은 훈련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강화하고 있다.

<박성진 경향신문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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