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변국가들의 우주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은 이미 우주강국이고 북한마저 대륙간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우주능력은 상대적으로 가장 취약하다.
우주의 시작은 통상적으로 고도 100㎞라고 정의되고 있다. 실제로 인공위성이 배치되는 가장 낮은 고도가 100㎞이고, 3만6000㎞까지 정지궤도 인공위성이 배치돼 있다. 때문에 100~3만6000㎞까지의 우주공간을 통상적으로 공군의 작전 영역으로 간주한다. 이에 따라 이곳에서 발생하는 군사분야의 활동은 대부분 국가에서 공군이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 강대국들은 우주까지도 군사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앞 다투어 우주군을 양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우주군 양성 움직임이 가장 눈에 띈다. 외신 보도 등을 보면 중국 시진핑 정권은 ‘우주부대’ 창설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020년 무렵 발족을 목표로 ‘항천(우주)부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항천부대는 공군의 지휘하에 들어가지 않고 육·해·공군 등 전통적인 3군과 제4군인 제2포병(전략미사일 부대)에 이어 제5군이 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6월 시진핑 주석은 공군 간부가 출석한 회의에서 “하늘과 우주가 하나가 됐다”며 공격과 방어를 겸비한 강한 공군의 건설이 주권, 안전, 이익을 지키기 위해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일이라는 뜻을 표명한 바 있다.

2013년 9월 27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 65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 최종리허설에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이 에어쇼를 펼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중국 2020년 목표로 우주부대 창설
중국은 선저우 시리즈로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하면서 일찌감치 우주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다. 중국은 2011년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 1호도 우주 궤도에 올려놓았다. 중국의 우주프로그램 예산은 전액 국방비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고, 인민해방군(PLA)에서 이를 관리하고 있다. 중국이 지구의 자원탐사나 기상예보를 하는 등의 우주의 평화적 이용보다는 군사적 이용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의 유인우주선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은 미사일이 대기권 바깥을 나갔다가 지구의 목표물을 향해 대기권 내부로 들어올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 기술에 있다. 일본은 아직까지 유인우주선을 띄워 보내는 능력을 지니지 못하고 있지만 돈과 기술을 바탕으로 중국 수준에 근접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러시아는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했던 나라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우주력 현대화 추진’ 계획에 따라 전략군 사령부에서 우주군 및 우주방어군을 분리해 우주군으로 독립시켰다. 그 결과물이 2001년 6월 1일 다시 창설된 러시아 우주군(VKS)이다. 앞서 우주 관련 부서를 대륙간탄도탄 등 핵무기 운용을 담당하는 전략로켓군과 통합했지만 시너지 효과를 거두지 못해 다시 전략로켓군과 우주군으로 분리한 것이다.
러시아 우주군은 전략로켓군과 유사한 성격의 준독립군종이다. 러시아의 우주군 창설은 미국에 비해 낙후된 우주전력 회복을 위한 시도였다. 러시아 우주군의 주요 임무는 러시아 우주자산 종합통제 및 핵 공격 조기경보, 위성통제 및 정보체제 구축, 각 군 사령부에 대한 위성정보 지원 및 외기권 정찰, 군사 및 상용위성 발사 등이다.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해보면 러시아 우주군은 우주미사일 방어군 1개, 조기경보 및 위성통제사단 3개, 통신부대 14개, 사관학교 1개, 연구소 1개, 위성통제센터와 중앙통제센터 11개, 우주발사기지 3개, 위성 약 127기를 보유·운영하고 있다.
어찌됐든 현재 우주 분야에서 가장 앞선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우주군과 관련한 대장 계급만 2명이다. 북미항공우주사령부(NORAD)와 미공군우주사령부(AFSPC) 사령관이 그들이다. 또 우주·유도탄 체계를 개발하는 우주미사일체계본부와 우주전력·작전운영을 책임지는 제14공군의 지휘관이 3성 장군이다.
이처럼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우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은 이미 우주 강국이고 북한마저 대륙간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우주능력은 상대적으로 가장 취약하다. 특히 미국과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 협정으로 로켓 발사 능력은 갈 길이 멀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인공위성 발사로켓과 같은 우주발사체는 최첨단 과학기술의 종합체다. 고온에서 파괴되지 않는 물질 연구를 포함한 비군사적 이득에서부터 위성 자세 변환 기술, 레이저 무기 탑재 기술, 다탄두 로켓 기술 등 군사적인 이득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부가가치를 지닌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세계 강대국들이 우주비행에 열을 올리는 것도 다가올 미래의 삶에서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 우주선 선저우 9호가 2012년 6월 16일 발사되고 있다. | AP연합뉴스
현 한국군 독자 우주작전능력 불가능
한국은 전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감시권 상공 100~3만6000㎞ 범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기본적인 우주작전 개념으로 수립해놓고 있다. 공중 및 정보우세 보장을 위해서는 미국과 같은 동맹국들의 도움을 받아 우주 우세를 달성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쉽게 말해 독자적인 우주작전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의 도움을 받겠다는 의미다. 그런 만큼 한국군의 우주작전 역시 우주감시 및 육·해·공 지원작전, 우주공격·방어작전, 우주수송작전에 대한 개념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한국군은 우주군의 역할을 공군에 맡겨놓고 있다. 그래서 나온 공군의 구호가 바로 “하늘로! 우주로! 미래로!”다. 미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나라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역사의 교훈 속에서 미래를 열기 위해 눈을 우주로 돌려야 한다는 게 공군의 주장이다. 공군 고위 간부들은 “항공의 시대가 인류의 문명을 지배했다면 이제는 우주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면서 “시대의 흐름을 읽어 우주군 능력까지 갖춘다면 주변국들도 감히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런 면에서 공군은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을 공군에서 배출하지 못한 것을 무척 아쉬워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씨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퇴사까지 한 상태다.
우주 개발은 IT기술이 많이 적용되기 때문에 국력을 집중시켜 정부와 연구단체 그리고 산업계가 유기적으로 잘 협력하면 가까운 장래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산업분야다. 정부와 공군도 한반도 기상을 우리 위성으로 관측하면서 관측주기를 30분에서 8분으로 단축하고, 정지궤도에서 500m급 해상도로 한반도를 매시간 감시하는 능력 정도는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도는 대한민국 군사력이 세계 8위 수준임을 감안하면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한국의 경우 우주군의 기본이 되는 항공산업 수준 자체가 브라질이나 이스라엘보다도 낙후한 세계 16위권에 불과한 형편이다. 항공산업은 최첨단 시스템 종합산업으로 전수 고급 연구 및 생산 인력에 의해 만들어지므로 고용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도 공군의 주요 자산과 항공우주산업의 연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성진 경향신문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