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2:소방구조대-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데스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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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명예의 전당’ 사진을 남길 수 있나요?” “죽으면 되지.”

공항 소방관의 말에 철없던 ‘더스티’도 금세 숙연해진다. 소방관은 남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해야 하는 숭고한 직업이다. <비행기2:소방구조대>는 소방관에 대한 헌사다.

세계 최고로 빠른 비행기인 ‘더스티’의 기어박스가 고장난다. 더 이상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 때마침 더스티의 공항도 옥수수 축제를 앞두고 폐쇄 위기에 몰린다. 소방비행기를 갖추지 않아 안전규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더스티는 부품을 찾는 동안 소방자격을 따기로 한다. 자격증은 ‘피스톤 피크 국립공원’ 소방구조대에서 딸 수 있다.

하지만 불을 끄는 것은 만만찮다. 팀플레이에 익숙하지 않은 더스티는 팀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리더인 ‘블레이드 레인저’는 더스티를 마뜩찮게 여기지만 더스티가 위기에 처하자 몸을 던져 구해낸다. 알래스카 출신의 전직 화물운송기로 수다쟁이인 ‘디퍼’, 과거 목재인양 헬기였던 ‘원디리프터’, 한국전쟁 참전 군용수송기인 ‘캐비’ 등은 철부지 신참 동료들로 더스티를 돕는다. 농약살포기에서 세계 최고의 레이서로, 이제 소방구조대로 탈바꿈하려는 더스티는 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영화 속 경제]비행기2:소방구조대-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데스밸리’

<비행기2:소방구조대>는 피스톤 피크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정경이 압권이다. 피스톤 피크는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합성한 영화 속 가상의 공원이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높이 120m, 나무 밑동지름 8m에 달하는 자이언트 세쿼이아 군락이 이름 높다. 189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1만개가 넘는 온천과 물을 뿜는 간헐천이 있는 곳으로 187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피스톤 피크의 관리인은 소방구조대에 갈 예산 80%를 빼돌려 대규모 산장을 짓는다. 이어 내무부 장관을 초청해 화려한 파티를 열다 경질된다. 경질된 그가 가는 곳은 ‘데스밸리’. 데스밸리는 실제로 있는 국립공원이다.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에 걸쳐 있는 거대한 사막이다. 해수면보다 낮아 온도가 55~56℃에 달한다.

데스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란 사람이 살 수 없는 혹한의 환경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곳에 피스톤 피크의 전 관리인을 보냈으니 좌천도 이만저만한 좌천이 아닌 셈이다. 데스밸리는 벤처업계에서도 많이 쓰이는 용어다. 연구개발(R&D)이 성공한 뒤 상품화해야 할 단계에서 돈이 부족해 신생기업들이 많이 무너지는 구간을 말한다. 창업 후 4~5년쯤 됐을 때다. 통상 벤처기업들은 연구개발을 위해 많은 돈을 퍼붓는데 이때 적자가 누적된다. 간신히 제품을 개발했다 치더라도 사업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한데, 은행은 이때부터 종종 돈줄을 죈다. 그동안 빌려줬던 대출을 상환하라고 압박하거나 추가 대출을 해주지 않는 것이다.

상장을 해 자금을 모으면 되지만 상장 기준이 까다롭고 경영권에 대한 새로운 부담이 생기는 데다 상장 뒤에는 관리해야 할 것도 많아 기업공개(IPO)도 말처럼 쉽지 않다. 이럴 때 벤처투자자들까지 외면하면 좋은 상품을 개발하고도 벤처기업은 망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좋은 벤처’와 ‘나쁜 벤처’를 가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갑작스런 자금압박으로 문을 닫게 되는 선의의 벤처가 나올 개연성도 크다. 때문에 최근 정부는 벤처기업들이 데스밸리를 헤쳐나올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데스밸리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를 만들고, 이들이 상장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옥석가리기에 실패할 수 있는 데다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론도 제기된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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