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사이를 가로막는 금기는 어느 시절에나 있었다.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가문의 벽이,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는 신분의 벽이 있었다. 가문과 신분의 벽이 낮아진 현대는 어떤 금기가 연인 사이에 버티고 있을까.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성별’이라고 말한다. 동성애에 대해 낯선 시각이 여전히 많지만, 싫든 좋든 동성애는 점점 우리에게 익숙해지고 있다. 최근 국제영화제에서는 <브로큰백 마운틴>, <그린북>, <아가씨>, <보헤미안 랩소디> 등 동성애가 직·간접 소재가 되는 퀴어영화가 주목을 많이 받는다.
역사학자인 펄먼 교수는 여름마다 젊은 학자 한 명을 자신의 가족별장으로 초청한다. 1983년 이탈리아의 여름. 24세 미국 청년 올리버(아미 해머 분)가 찾아왔다. 지적이면서 자신감에 넘치는 호남, 올리버는 주변 여성들에게 인기다. 그런데 비단 여성들뿐 아니다. 펄먼 교수의 아들인 17세 소년 엘리오(티모시 샬라메 분)도 그에게 호감이 커진다. 올리버 역시 엘리오에 대한 감정이 예사롭지 않다.
동성애의 역사는 깊다. 고대 그리스의 호메로스와 소크라테스도 동성애에 탐닉했다. 플라톤은 <향연>에서 “인간은 원래 하나가 둘로 나누어진 불완전체인데, 다시 온전한 하나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자신과 똑 닮은 나머지 반쪽을 찾아다닌다”고 말했다. “Call me by your name and I’ll call you by mine(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이라고 올리버가 엘리오에게 읊조리는 바로 그 대사다. 영화가 계속해서 고대 그리스풍 조각을 비추는 것은 동성애가 허용됐던 그 시절을 떠올리는 미장센이다.
성소수자(LGBTQ)가 증가하면서 이들이 소비하는 시장도 커지고 있다. 이를 ‘핑크머니’라고 부른다. 미국의 핑크머니 시장은 9170억달러(110조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6월에는 LGBTQ들의 ‘월드 프라이드’ 행사가 열린다. 미국 소비업계에서는 연중 소비가 가장 큰 시즌으로 연말 핼러윈과 크리스마스, 2월 밸런타인데이에 이어 6월 LGBTQ 프라이드를 꼽는다. 사이먼 펜윅 미국 광고 대행 협회 부사장은 “기업들은 핑크머니가 6월 성소수자의 달에만 발생하는 이윤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좋은 돈(Good money)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앞장서 광고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뉴욕에서 열렸던 LGBTQ 프라이드에서는 베르사체, 유튜브, 유나이티드항공, 로레알, HSBC 등 글로벌 기업들이 로고를 무지개색으로 바꿨다. 다이어트 코크, 유니레버, 우버, IBM, 닛산 등은 메인스폰서로 참여했다. 기업들이 앞다퉈 LGBTQ를 공략하는 건 핑그머니는 브랜드 충성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LGBTQ 커뮤니티에 따르면 LGBTQ를 지지하는 회사의 상품을 더 많이 소비하겠다는 답변이 응답자의 76%나 됐다.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각은 나라마다 크게 다르다. 대만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동성 간 결혼을 합법화했지만, 동성 간의 관계가 불법인 나라는 여전히 70개국에 달한다. BBC는 “LGBTQ에 대한 태도가 국가마다 다른 것은 경제발전, 민주주의, 종교 등 세 가지 요인과 연결된다”며 “가난한 나라일수록, 민주주의 발전이 더딜수록, 종교의 영향력이 강할수록 LGBTQ에 덜 우호적”이라고 분석했다. 영화의 말미, 엘리오의 부모는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챈다. 이탈리아 부모는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까.
<박병률 편집장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