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한테 실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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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들의 포로 학대는 동맹국 국민도 예외가 아니다'

얼마 전 호주인 두 명이 '쿠바 관타나모 미군 기지에 수감돼 있을 때 미군에게 고문을 당했다'고 언론에 밝힌 기사를 본 호주 국민들의 심정이다.

이라크 포로에 대한 미군의 학대가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에 현재 호주에서는 이라크 파병국 중 하나인 호주의 시민권자도 고문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친미 성향이 강한 호주 정부는 자국민이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감옥에 수감되고 더 나아가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자 앞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고민에 빠졌다.

미군에게 고문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데이비드 힉스는 호주 시민권자로 호주에서 군대까지 다녀온, 법적으로 정신적으로 완전한 호주인이다. 힉스는 개신교에서 이슬람교로 개종한 뒤 탈레반 정부를 지지하며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살해하려 했다는 혐의로 관타나모 미군기지에서 현재 2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자국 정부 대응방법도 비판

문제는 그가 실제로 탈레반 정권을 대신해서 미군과 싸웠다는 충분한 증거도 없이 체포됐고 적절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감중 수시로 미군에게 구타를 당했다는 사실이 얼마 전 그의 변호사 스티븐 케니에 의해 밝혀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호주 여론들은 안하무인 격으로 국제법을 무시한 미국의 행동과 자국민을 사건 현장에서부터 보호하지 못한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이라크에 호주군을 파견할 당시 '동맹국인 미국을 도와 테러를 주도하는 지역에 호주군이 먼저 가 호주인의 안전을 지킨다'는 구호 아래 파병했지만 이번 사건이 불거지면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미국이 동맹국인 호주의 시민권자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 상황이니 동맹도 무의미해지고 말았다.

연일 힉스와 관련된 기사가 호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다른 호주 시민권자가 미군에게 구타와 전기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해 호주 정부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호주 시민권자로 시드니에 사는 맘도흐 하비브는 테러범으로 간주돼 이집트에서 체포된 후 적절한 법적 조사 없이 관타나모 미군기지에 수감됐다. 그곳에서 그는 구타는 물론 수시로 전기고문을 당했으며 이라크 포로와 같이 쇠로 만든 족쇄를 발목에 차는 등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자국민이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된 데는 호주 정부도 한몫했다. 하비브가 테러 혐의로 체포돼 다른 독일인과 함께 이집트 감옥에 수감됐을 때 호주 정부와 독일 정부 관계자가 조사차 방문했다. 이때 적극적인 조사와 대변으로 자국민을 보호한 독일 관리와 달리 호주 외무부 관리들은 하비브의 주장을 지지하기 보다는 미군 쪽에 서서 그의 죄를 인정했으며 심지어 조롱도 했다.

자국민이 관련된 사건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호주 정부 관리 앞에 호주 시민권은 아무런 힘이 없었다. 이번 사건이 공개되자 호주 시민은 호주 정부에 대한 배신감은 물론 미국에는 호주가 동맹국이라는 사실도 아무 소용이 없다며 현재 국제사회에서 보이는 미국의 일방적인 행동들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시드니[김경옥 통신원 kelsy03122022@yahoo.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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