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위기 20년 안에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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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전문가들은 수년 안에 석유 소비가 공급을 초과해 가격이 폭등할 것을 우려한다. 과거의 석유 위기는 새로 찾은 유정에서 공급이 늘어 해소됐지만 다음 석유 위기는 그렇게 손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새로 발견하는 유전의 수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이야기]석유위기 20년 안에 닥친다

현재 지구 매장량 절반 가량 사용

유전에 구멍을 뚫으면 석유가 나오면서 유전의 압력이 줄기 시작한다. 따라서 하나의 구멍에서 나오는 석유의 생산량은 계속 줄어든다. 유전에 새로 구멍을 뚫을 때마다 생산량이 늘어나기는 하지만 결국은 하나의 유전에서 생산할 수 있는 석유의 양은 종 모양의 곡선을 그린다. 즉, 2분의 1을 채굴했을 때 최대 생산량에 이른 후 감소한다. 더 이상 석유가 나오지 않는 구멍에 물을 밀어넣어 그 주변의 구멍으로 석유가 더 나오게 하는 등의 기술을 쓴다고 해도 결국 한 유전의 석유 생산량은 최대치에 이른 후 감소한다.

인류는 지구에 있는 석유의 2분의 1을 사용했다. 많은 전문가가 앞으로 5~15년 안에 석유 생산량이 감소하기 시작할 것을 예상한다. 세계 경기가 불황에 빠지기 직전인 2000년보다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하는 해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다. 아주 낙관적인 전문가라고 해도 석유 생산이 앞으로 20년 너머 멀리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석유 소비는 한 해 평균 2%씩 늘었다.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자동차가 늘어도 전 세계 석유 소비 증가율이 과거처럼 2%에 머무를지는 미지수다. 생산량이 당분간 늘어난다고 해도 소비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면 생산량이 줄어들기 전에 위기가 닥칠 것이다. 생산이 줄어드는 것을 피할 수 없고 수요가 늘어난다면 파국은 필연적이다. 파국을 미루거나 피할 유일한 방법은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을 10% 높이면 수요를 10% 줄일 수 있다. 태양전지나 원자력이나 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하면 화력 발전용 석유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최소한 해마다 지금 인류가 소비하는 석유의 2%만큼을 에너지 효율을 높여서 줄이거나 다른 에너지원으로 바꾸어야 석유 위기가 20년 안에 닥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석유 대신 석탄을 태우면 이산화탄소가 더 많이 나오기 때문에 석탄으로 석유를 대체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수억 년에 걸쳐 지구가 저장해 놓은 화석연료를 200년 동안에 태워서 이산화탄소로 대기에 방출하면서 기후에 아무 변화가 없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에너지 비효율적 활용 오명 벗어야"

한국은 석유 위기가 닥칠 때 가장 고통을 겪는 나라다. 총에너지 수요의 97%를 수입하고 그 중 2분의 1 이상을 석유에서 얻는 한국은 산유국을 제외하고는 에너지를 가장 비효율적으로 쓰는 나라다. 1990~98년 한국은 경제성장률보다 에너지 소비 증가율이 더 높았다. 1999년 이후에야 에너지 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낮아졌다. 2002년 기준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이 일본의 32%, 독일의 42%에 불과한 한국이 1인당 에너지 소비는 일본-독일보다 더 많다. 에너지를 낭비한다는 비난을 받는 미국과 비교해도 1인당 국내총생산이 미국의 28%에 불과한 한국의 1인당 에너지 소비는 미국의 55%나 된다. 소득을 감안하면 한국은 미국보다 1.9배나 에너지를 더 낭비하고 있다.

한국은 교토의정서와 기후변화협약을 2002년 10월에 비준했다. 교토의정서에서 선진국으로 분류된 나라는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기체 방출량을 1990년보다 5% 줄이기로 약속했다. 한국은 현재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온실가스를 줄여야 할 의무가 없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에너지 소비량 세계 10위, 석유 소비량 세계 6위,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도 머지않아 다른 선진국처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의무를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석유 소비가 늘면 늘수록 나중에 더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석유 생산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이 5년 뒤건, 15년 뒤건 간에 화석 연료가 아닌 에너지를 지금부터 찾아야 한다. 5~15년뿐이다. 길어야 20년이다.

세계 2위 원유 보유국은 캐나다

석유 전문지인 〈오일 & 가스 저널〉이 발표한 세계 석유-가스 확인매장량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 기준 캐나다의 석유 매장량은 세계 2위인 1천8백억배럴로, 1위인 사우디아라비아의 2천6백억배럴보다 적고 3위인 이라크의 1천1백억배럴보다 많다. 이 잡지는 처음으로 캐나다 앨버타주의 오일 샌드 광산을 세계 석유 통계에 포함시켰다. 이 때문에 캐나다의 총 석유 매장량은 2002년보다 37배나 늘어났고 전 세계 석유 총 확인 매장량도 17%나 늘었다.

캐나다 북동부 앨버타주에는 비투멘 중질유를 뽑을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샌드 오일 광산이 있다. 충청-전라-경상도를 합한 것보다 조금 큰 면적에 1조6천억배럴의 석유가 있고 지금의 기술로 이 중 3천억배럴을 뽑아낼 수 있다. 최근까지 이것은 에너지로 이용하기에 너무 비쌌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고 석유값이 올랐기 때문에 이제는 가치가 있다. 석유업계에 오래 전부터 알려졌던 이것이 이제 공식 통계에 포함됐다. 현재 여기서 하루에 1백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고 2012년까지 하루 생산량을 3백만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늘어나는 생산량은 현재의 석유 소비량 하루 7천5백만배럴의 4%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것이 석유 생산 감소의 충격을 줄여줄 것이다.

그러나 이 중질유를 모래에서 뽑아내는 데에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고 쓸모 있는 휘발유나 경유로 바꾸는 데에도 에너지가 또 필요하고, 황을 제거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또 필요하다. 지금의 경질유에서 1,000ℓ의 자동차용 연료를 만들어 태우면 300㎏의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나가는 데에 비해, 이 중질유에서는 350㎏의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나간다. 2002년 12월 도쿄의정서를 비준한 캐나다는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1990년 수준으로 제한해야 하기 때문에 이 중질유를 계획대로 생산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2002년 국가별 1인당 에너지 소비량과 국내총생산

(국가명-1인당 에너지 소비량(석유로 환산한 ㎏)-1인당 국내총생산(달러) 순서)

미국    7,878.7    35,891

한국    4,319.9    10,004

일본    3,996.0    31,302

독일    3,996.9    24,110

프랑스  4,310.8  23,957

고원용[사이언스타임스 객원기자] wykoh@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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