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륙은 지금 '성혁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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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젊은이들의 사랑은 뜨겁다. 대낮에도 주위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목을 껴안고 포옹이나 키스를 하고 때로 낯뜨거운 자세로 사랑을 주고받기도 한다.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대담하면서도 거침없는 애정 표현에 혹자는 퇴폐적이지 않은 건강성이 내재되어 있다고도 평가하기도 하고 혹자는 개혁 개방 이후 천박한 서구의 성문화가 중국에 잘못 전해진 것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월드리포트]중국대륙은 지금 '성혁명'중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관리해야 한다는 만능정부 시절에 만들어진 중국의 결혼제도에 개혁과 개방을 알리는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해 중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주고 있다. 

8월 12일 〈베이징천바오〉(北京晨報)는 장쑤(江蘇)성에서 7월 10일부터 결혼 증명 없는 남녀의 동거를 금지한 조항을 삭제키로 하고 새로운 '임시거주인구관리조례'를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는 현실적으로 만연하고 있는 남녀의 혼전동거를 승인한 것으로 우리에게 혼전동거의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TV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처럼 중국 전역에서 뜨거운 찬반 논란을 일게 했다.

의식의 서구화 성 개방화 촉진

요는 혼전동거가 사회적인 성도덕 문란을 가져오고 전통적인 가족제도를 무너뜨리기 때문에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대도시의 이혼율이 1980년대 3%에서 90년대 말 2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이혼율을 줄이고 개인의 사생활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혼전동거에 관한 한 설문조사에서 68%가 동거에 찬성하고 12.8%는 반대했으며 19.3%가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것이다. 혼전동거에 대한 찬성이 우리나라 72.2%, 일본 91.8%에 비하면 낮은 수치로 다소 보수적인 중국 젊은이들의 성 관념과 결혼관을 엿볼 수 있다.

'살아보고 결혼한다'는 새로운 결혼관이 중국 도시 젊은이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혼 및 중년 남녀의 동거 추세 현실을 인정하자는 중국 장쑤(江蘇)성의 첫 시도가 앞으로 어떤 파장을 몰고올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대목이다.

또 하나의 변화는 지난 8월 19일, 원쟈바오(溫家寶) 총리가 반포하여 10월 1일부터 시행되는 '혼인등기조례'이다. 제6장 22조로 간소화된 새 조례는 1994년 2월 1일 이래 9년 동안 시행해온 '혼인등기관리조례'를 대체하는 것으로 '관리'란 단어가 삭제되면서 이제 결혼은 중국에서 더 이상 관리의 대상이 아닌, 완전히 개인적인 일임을 천명하였다.

'혼인등기조례'에서는 지금까지 중국인이 결혼과 이혼시 필요했던 직장의 비준제가 폐지되었으며 앞으로 정부당국이나 직장이 개인의 혼인 문제에 관여할 수 없게 되었다. 22세 이상의 성인 남자와 20세 이상의 성인 여성은 오는 10월부터 신분증과 호구(戶口)만 제시하고, 결혼한 적이 없다고 적고 본인이 서명만 하면 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결혼등기성명서와 이혼등기성명서의 작성 요령을 인터넷을 통해 국민에게 교육하고 있다. 또한 결혼과 이혼 시 강제 규정이던 건강 검진도 폐지할 방침이었지만 이는 다른 법조항과 충돌되는 면이 있어 향후 재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드리포트]중국대륙은 지금 '성혁명'중

결혼 절차 간소화와 주권화는 랴오닝(遼寧)성의 선양(瀋陽)시가 어떤 직장이나 조직도 개인의 결혼 결정에 간섭할 수 없다는 내용의 조례를 발표하며 앞장섰으며 향후 중국인의 '성혁명'을 주도해갈 것으로 보인다.

늘어가는 이혼율 부채질 우려도

그러나 서방의 자유화와 성 자유 사상의 영향을 받은 중국의 젊은이들이 보다 간소화된 결혼 문턱을 넘어 얼마나 더 자유롭고 행복해질지는 앞으로 더 두고 봐야 할 대목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중국 대도시의 이혼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결혼과 이혼 절차의 간소화가 오히려 이혼과 재혼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새로운 조례 이후 결혼하기도 쉬워지지만 이혼하기는 더욱 더 쉬워질 전망이다.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의 모럴 해저드와 성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게다가 봉건적인 남존여비의 사상까지 가미되어 중국은 지금 그야말로 성에 대한 가치의 혼란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혼 사유의 3분의 1이 혼외정사이며 경제력을 가지게 된 여성이 이혼을 먼저 제기하며 봉건적인 부권에서 해방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부부가 재산 분배, 채무, 아이 양육 문제 등에 합리적으로 합의만 되면 곧바로 이혼 수속이 가능하고 법정에서는 10분 만에 판결이 끝난다고 한다. 또 서점에서는 이혼 관련 법률서적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하니 중국에서 이혼이 얼마나 보편화하고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은 1998년 8백91만 쌍이 결혼하던 것이 2002년에는 7백86만 쌍으로 줄었고, 이혼은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1백20만 쌍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급속한 변혁기에 놓인 중국에서의 결혼은 선진국이나 인접국가(대만-한국-일본 등)로의 이민이나 이주를 위한 도구, 혹은 도시로의 호구 이전이나 신분 상승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측면이 있다. 3억에 달하는 거대한 유동인구의 정상적인 결혼생활이 어렵다고 보면 이혼율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성(省)에서 시도되는 혼전동거에 대한 용인과 오는 10월 새롭게 시행되는 '혼인등기조례'가 중국의 성 가치와 결혼, 이혼의 제반 문제와 조화롭게 어우러질지, 현실 속에서 또 어떻게 뿌리내릴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베이징/김대오 통신원 dae555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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