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뮤다 수수께끼는 가스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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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4월 18일 일본의 화물선 리히후쿠마루호가 밀을 싣고 미국 보스턴을 떠나 독일 함부르크로 항해하던 중 버뮤다섬 인근에서 행방불명됐다. 당시 이곳의 바다는 고요했고, 리히후쿠마루호는 선원의 시체는 고사하고 파편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1945년 12월 5일 미국 플로리다의 해군항공기지에서 대서양으로 연습비행을 떠난 미국 해군 수송기 5대가 14명의 승무원을 태운 채 갑자기 행방불명됐다. 해군에서 항공모함과 비행기를 동원해 비행기가 사라졌다고 하는 일대의 바다를 샅샅이 뒤졌으나 비행기 기체는 말할 것도 없고 그 파편 하나, 연료 한방울조차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후 1948년 1월 19일 영국 여객기가 26명의 승객을 태우고 똑같은 항로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과학이야기]버뮤다 수수께끼는 가스 때문?

그동안 지구자기장 변화설 지지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은 의문의 실종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제기된 가설 중에서 지구 자기장의 변화 때문이라는 '지구 자기장 변화설'이 많은 지지를 받아왔다. 지구 자기장은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라 매 20만~25만 년마다 바뀐다. 현재도 자기장의 변화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자기적 지진'이 갑자기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며 버뮤다 삼각지대가 바로 대표적으로 자기장이 불안정한 지역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자기장 가설은 1977년 미 해군과 옛소련의 함대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아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버뮤다 해역의 미스터리가 '바다 밑바닥의 대규모 가스 방출' 때문이라는 새로운 가설이 등장했다. 즉, 해저에서 올라오는 대규모 가스 기포들은 물의 밀도를 낮춰 갑자기 바다를 공기보다 가볍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버뮤다 삼각지대에서는 콜럼부스 시대 이후 끓는 물과 어지러운 반구형의 물기둥이 보고되곤 했다. 1963년 이 지역을 지나던 팬 아메리칸 제트비행기의 조종사는 케네디 비행장 크기의 반구형 끓는 물기둥을 보았다고 보고했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곳을 지나는 선박의 레이더에서 가상의 커다란 섬이 나타나곤 했다. 이러한 현상은 대규모의 가스 방출이 원인인 것으로 추측됐다.

[과학이야기]버뮤다 수수께끼는 가스 때문?

세계 과학자와 연구기관이 지구의 구조와 진화를 밝혀내기 위해 1998년에 조직한 심해굴착계획(Ocean Drilling Program, ODP) 사업으로 동태평양과 서대서양 사이의 해역에서 뚫은 시추공 중 6개 공에서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발견됐다. 이 중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시추공이 바로 버뮤다 해역에 속하는 심도 3,000m의 시추공 533번이다. 이 지역에 대한 탄성파 탐사와 시추 결과 대규모 메탄 하이드레이트 층과 그 하부에 수백m에 달하는 두터운 천연가스 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이야기]버뮤다 수수께끼는 가스 때문?

"작은 기포 큰 배 침몰시킬 수 있어"

1997년 12월 해양생물학자인 찰스 피셔는 잠수정을 사용해 멕시코만 550m 깊이의 메탄 하이드레이트 층에서 살고 있는 벌레들을 발견했다. 이 벌레들은 해저면이 붕괴돼 가스가 지상으로 방출됐다는 사실을 설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가스 기포 때문에 버뮤다 해역을 지나다니는 배와 항공기가 가라앉았다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가스 기포가 부력을 약화시킨다는 과학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2001년 9월 가스 기포가 물에 떠 있는 물체를 가라앉힐 수 있다는 대단히 고무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해군대학원의 브루스 디나르도 교수는 "작은 기포가 큰 배를 침몰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물 속에 많은 기포가 생기면 물의 밀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물 위에 떠 있던 물체가 갑자기 가라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이론을 시험하기 위해 4ℓ 유리 비커에 물을 채우고 다양한 속도로 바닥에서 공기를 뿜어줬다. 그리고 물 위에 물과 공기를 채운 금속공을 떨어뜨려 그 금속공이 얼마나 쉽게 가라앉는지를 살펴봤다. 떠오르는 기포가 없을 때는 물위에 겨우 떠 있던 금속공이 기포를 뿜어주자 곧 가라앉았다.

이제 버뮤다 삼각지대의 불가사의한 실종 사건이 가스 기포 때문에 발생했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때때로 해저에서 분출되는 대량의 메탄가스가 바다를 공기보다 가볍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부력이 갑자기 사라져버린다. 그 위에 있던 배는 순식간에 통째로 가라앉고 만다. 아무 흔적도 없이....

박미용〈동아사이언스 기자〉 pmi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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