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나이 초전도성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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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 현상은 과학자가 극저온 영역을 개척하는 과정에 얻은 결과다. 1908년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오네스는 헬륨을 액체화함으로써 냉동액체의 끊는 점을 영하 269℃까지 내렸다. 이는 가장 낮은 온도까지 극저온의 영역을 개척한 것이다. 이로써 '모든 기체는 온도를 내리면 결국 액체가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를 통해 오네스는 이 극저온에서 수은의 전기 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 현상을 발견한다. 그는 극저온의 세계와 초전도성의 발견으로 191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다.

자기부상열차에 응용하는 초전도성

[과학이야기]유물 나이 초전도성으로 안다

초전도성이 보여주는 공중부양이 차세대 교통수단인 자기부상열차에 응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자기부상열차는 레일에 전자석을, 그리고 열차 바닥에 초전도 코일을 설치한다. 그러면 초전도 코일을 통해 강한 자기장을 얻어 레일과 열차 바닥이 서로 밀어내거나 끌어당겨 시속 500㎞ 이상으로 공중에 떠서 앞으로 나아간다. 이 속도는 비행기와 맞먹을 정도다. 하지만 운행에 필요한 에너지는 비행기의 절반 수준이다.

[과학이야기]유물 나이 초전도성으로 안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의 시몬 라이 박사는 야금전문가-고고학자와 함께 새로운 연대측정법을 개발해 〈뉴 저널 어브 피직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들 연구팀은 고대 유물에 널리 쓰인 성분인 납의 초전도성에 주목했다. 납은 기원전 1500년쯤부터 인류가 사용해왔다. 로마 시대에는 수도관뿐 아니라 동전, 그릇 등을 납으로 만들었다. 납은 의약품이나 안료에도 널리 활용됐다. 고대 중국에서는 납이 황금(금)-백금(은)-흑금(철)-적금(구리)-청금(납)의 5색금 중 하나로 여겨졌을 정도다.

이처럼 널리 쓰인 납은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이다. 새로 절단된 납은 은빛 금속 광택을 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납은 공기 중에서 점점 녹슬어간다. 이때 납은 산화납과 탄화납으로 화학적 변환을 겪는다. 납의 이같은 반응은 철과 같은 일반적인 금속과 달리 무척 느리다. 그래서 오래되지 않은 납은 단지 표면만 둔탁한 빛깔을 낼뿐 안은 전혀 부식돼 있지 않다.

라이 박사 연구팀은 납의 이같은 성질을 새로운 연대측정법에 활용했다. 납으로 만들어진 유물이 아주 오랜 세월 납성분이 점점 줄어드는 대신 납의 부식물인 산화납과 탄화납은 늘어난다. 바로 이 점에서 라이 박사 연구팀은 납의 초전도성을 통해 연대측정을 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납은 7.2K(절대온도, 0K=-273℃)에서 초전도성을 나타낸다. 하지만 부식이 일어나면 이보다 낮은 온도에서 초전도체가 된다. 유물이 오래될수록 부식물의 비율은 높아지면서 초전도성이 나타나는 온도가 점점 낮아진다. 이것은 바로 유물에 포함된 납이 보여주는 자기적 성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과학이야기]유물 나이 초전도성으로 안다

샘플에서 납과 부식물의 질량 비율을 구하는 방법을 알아낸 라이 박사 연구팀은 납과 부식물의 비율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도표화했다. 그들은 납을 포함하는 실제 데이터를 근거로 했다. 그들은 이스라엘 텔도르 지역에서 발굴한 2500여년 전 페르시아 시대에서부터 750여 년 전까지의 여러 유물을 연대에 따라 납과 부식물의 질량비율을 측정했다.

놀랍게도 연구팀은 시간에 따라 납과 부식물의 질량 비율이 일정하게 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납으로 이뤄진 유물의 연대를 측정하려면 그 안에 포함된 납과 부식물의 비율만 알아내면 되는 것이다. 라이 박사는 "지금까지 납 유물은 직접적으로 연대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오래될수록 산화납-탄화납 늘어

[과학이야기]유물 나이 초전도성으로 안다

지금까지 과학은 고고학의 유물 연대를 측정하는 데 큰 활약을 했다. 폭탄이 터지는 원리인 방사선 원자의 붕괴를 활용해 고고학적 유물의 연대를 측정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지하에 여러 층으로 쌓여 있는 여러 시대의 유적지를 파괴하지 않고 연대를 측정하는 데에는 지구 자기장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점을 이용했다.

하지만 연대측정뿐 아니라 고고학의 여러 영역에서 과학적 방법이 동원된다. 미 항공우주국의 과학자들은 우주선을 손상시키는 산소 원자의 강력한 산화력을 연구하다가 불이 나 검댕이가 묻은 그림을 복원하는 데 응용하기도 했다. 산소 원자는 원 그림에는 아무런 손상을 입히지 않고 검댕만 제거했다. 또 최근에는 르네상스 시대에 유럽에서 각광받은 도자기의 독특한 금빛이 나노 단위의 입자 때문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앞으로도 고고학은 과학적 방법에 더욱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박미용〈동아사이언스 기자〉 pmiyong@d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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