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소매상’ 오후, 대중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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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식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된 시대라면 ‘도둑놈 심보’라고 비판받을지 모른다. 공부할 수 있는 것이 곧 축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전문서적, 논문 등을 통해 지식에 접근할 수 있다. 복잡한 지식을 손쉽게 얻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바로 이러한 변화 속에 전문가와 대중을 잇는 이른바 ‘지식 소매상’이 탄생했다.

[주목! 이 사람]‘지식 소매상’ 오후, 대중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

지식 소매상은 대중이 느끼는 지식에 대한 갈증을 해결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능력이다. 주제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흥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작가 오후는 지식 소매상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오후라는 이름은 필명이다. 지식을 전달하는 만큼 거창한 의미가 담겼을 것 같다. 하지만 “특별한 의미는 없고 평범한 단어 중에 어감이 좋은 것으로 골랐다”는 것이 본인의 설명이다. 오후의 특별함은 책의 소재에서 드러난다. 그가 처음 출간한 책의 소재는 ‘마약’이었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라는 제목에 ‘교양으로 읽는 마약 세계사’라는 부제를 붙였다. ‘철학’, ‘미술’ 같은 교양이 아닌 ‘마약’에 관한 지식을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독특한 소재의 책을 끝까지 읽게 하는 것은 오후의 필력이다. 인터넷 서점에 달린 그의 책에 대한 댓글은 대부분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고개를 끄덕이다 낄낄거렸다. 아무래도 ‘약 빨고’ 쓰신 듯”이나 “글이 딱딱하고 진지해야만 가치 있다고 여기는 분이라면 이 책은 거르라”는 식이다. 재미있다고 전문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과학’을 소재로 한 책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는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에서 선정한 ‘2020 올해의 과학도서’에 뽑혔다. 한 분야를 파고드는 이른바 ‘덕질’이 ‘지식 소매상’이라는 직업과 만나 빛을 발한 것이다.

‘과학’이라는 평범한 소재로 잠시 외도했던 그는 최근 ‘미신’을 다룬 책으로 돌아왔다. 제목도 <믿습니까? 믿습니다!>다. ‘사주, 관상, 손금, 별자리, 풍수지리’ 등이 소재다. 그는 “그때그때 재미있을 것 같은 것을 책의 소재로 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그때 정한 것치고 미신과 인연도 깊다. “30대 초반 때 1년 반 정도 명리학자 스승 밑에서 공부를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오후 작가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주변에서 정치나 종교에 맹목적인 믿음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맹목적 믿음을 미신과 동일한 것으로 본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인간이 미신을 믿는 이유를 ‘불안함’에서 찾는다. 인간이 원초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떤 식으로든 설명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신을 믿어서라도 설명 가능한 상황을 만들면 인간은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오후 작가 특유의 통찰력과 발랄한 필체는 많은 독자를 매료시키고 있다. 하지만 독자들이 자신의 책을 어떻게 읽었으면 하는 바람은 없다. 그는 “맹목적 믿음이 미신이라는 인식을 가져도 좋고, 단순히 미신을 믿는 남들을 비웃고 끝내셔도 좋다”고 말했다. ‘재미없는 것은 죄악이라는 신념’으로 이미 차기작 구상도 마쳤다. 그가 전달할 다음 지식은 ‘연애에 관한 모든 것’이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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