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재료의 예술…정크 아티스트 안선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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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다시 쓰고 늦게 버리기 위하여”

안선화 작가(54). 그는 정크 아티스트로 불리길 원했다. 정크 아티스트를 굳이 정의한다면 ‘버려지는 재료로 조형물을 만들어 전시하는 예술가’다. “‘환경을 살리는 예술활동’ 같은 소개를 받은 적 있는데 너무 거창한 이야기입니다. 예컨대 저는 물티슈를 사랑해요. 더러운 것을 닦고 버리는데 물티슈만큼 편리한 도구는 없어요. ‘지구를 구하는 예술’이라 설명하는 분도 있는데 과분한 칭찬입니다. 쓰레기를 안 버릴 수는 없겠죠. 저의 모토도 최대한 다시 쓰고 늦게 버리는 쓰레기를 말하고 있습니다.”

사진/정용인 기자

사진/정용인 기자

지난 9월 초 어느 주말, 그의 작업을 처음 봤다.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할 청소년들이 경기 파주 헤이리에서 기후정의를 주제로 한 ‘아트월’을 만들 계획인데 구경 오라는 한 선배의 메시지를 받았다. 막상 현장에 가서 보니 코로나19 확진으로 청소년들은 빠졌고, 급한 대로 젊은 배우들이 모여 그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전체를 총괄해 감독하는 역할을 맡은 이가 안 작가였다.

사람인(人) 자를 가운데 두고 왼쪽은 붉은색 계열, 오른쪽은 푸른색 계열 생활쓰레기가 붙어 있는 설치작품이었다. ‘기후위기는 인권문제다’라는 주제로 “실제 주변 편의점, 카페, 공사장 등에서 버려진 폐품 목재 등을 소재로” 아트월을 만들었으며, 인류의 삶을 시시각각 위협하는 극한의 폭우·홍수와 폭염·가뭄 등 기후변화를 표현했다는 설명이 달려 있었다. 나아가 “우리에게 닥친 기후위기는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고, 기후위기의 책임 또한 불평등하게 분배되고 있는 중대한 인권문제임을 강조했다”고 작품의 기획 의도를 밝히고 있었다.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최근 전시를 마친 작품은 부산, 광주, 대구, 대전, 강원 등 지역인권사무소를 순회하며 전시될 예정이다.

정크 아티스트 안 작가의 최근 작업은 버려진 그림책으로 만든 팝업북(사진)이다. 따라서 직함을 덧붙인다면 ‘정크 아티스트·팝업북 작가’다. 만드는 팝업북이 꼭 책 내용을 따라 가진 않는다. 그림책에 등장하는 장면, 캐릭터를 활용해 재창조하는 작업이다. “그림책이라는 것이 흔한 재료입니다. 어느 집이나 안 보는 그림책 하나 정도는 있잖아요. 아파트 재활용쓰레기장에서 수거해오기도 합니다. 그림책 대부분이 코팅된 종이로 만들어져 있는데 재활용이 어렵다고 합니다. 코팅비닐이 종이죽을 만드는 기계에 미세하게 끼어 수리하는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수거하더라도 소각 처리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해요.”

처음에는 두 딸에게 보여주기 위해 시작한 작업이었다. 만들면서 스스로 위로가 되는 경험도 했다.

“물론 다른 팝업북을 보면 화려하거나 작품성 있는 작업도 많아요. 그분들 작업과 비교하면 제가 만드는 건 발바닥도 못 쫓아가겠죠. 콘셉트는 버려지는 그림책을 나만의 방법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화려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 그림책에서 자신을 찾는 작업이지요.”

안 작가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팝업북 만들기 교육을 하고 있다. 11월까지 잡힌 지방 교육 일정이 빽빽하다. “100명 이하 학교는 무조건 간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어요. 대중교통이 닿지 않고 너무 먼 곳도 많아요. 두세 시간 강의하려고 7시간, 8시간 내려가야 하는 곳도 많아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방을 많이 돌려고 합니다. 하는 일이 좋고 또 거기서 만나는 아이들이 좋으니까요.”

<정용인 기자 inqbus@kyu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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