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국민에게도 먹는 물 선택권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최재왕 한국물문화연구소 이사장(59)은 자칭타칭 ‘천연광천수’ 전도사다. 천연광천수라고 하면 색다르게 들리지만 사실 ‘생수’ 또는 ‘먹는샘물’을 뜻하는 ‘내추럴 미네랄 워터’를 직역했을 뿐이다. 과거에 비해 상수원 보호와 원수 취득 및 정수과정이 크게 개선됐음에도 여전히 국민 사이에서는 불신이 적지 않은 수돗물 대신 또 하나의 음용수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뜻에서 새롭게 내건 표현이다. 한편에선 수돗물이 안전한 식수원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직접 마시거나 조리를 할 때는 정수기로 거른 물이나 마트에서 사온 생수를 사용하는 현실이 공존하는 모순을 해결해보고자 최 이사장이 머리를 싸맨 결과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들 간의 정책 대결에 이목이 집중되는 요즘 최 이사장은 더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불과 수십년 전만 하더라도 마을마다 우물이 있어 공동체 구성원끼리 소통하고 결속하게 하는 창구가 되지 않았습니까.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물이 매개가 돼 그 역할을 다한 것이죠.” 아직도 연배가 높은 세대에선 우물이나 지하수에 대한 선입견이 있지만, 최 이사장은 천연광천수가 땅속을 흐르며 오염물질이 걸러진 탓에 오히려 현재의 상수원인 하천 등 지표수보다 깨끗하다고 말한다.
98%가 넘는 상수도보급률을 자랑하고, 그것도 모자라 집마다 정수기까지 다는 이 시대에 그가 새로운 음용수로 천연광천수를 제안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정수기를 쓰거나 먹는샘물을 사먹는 비용은 고스란히 각 가계의 부담으로 전가되지만, 천연광천수를 쓰는 일종의 공동 약수터는 초기 설치 과정에 드는 예산만 집행하고 나면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큰 액수가 필요하지 않은 것이, 전국 6000여곳에 설치된 민방위 비상급수 시설이 여전히 관리 중이라 이용하기 위해 약간의 개선만 거치면 됩니다. 추가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전국에 도합 2만여곳이 있는 각급 학교에 먼저 이 약수터를 세우면 우선 학생들부터 지역주민까지 바로 맑고 깨끗한 음용수를 공짜로 활용할 수 있지요.”
최 이사장은 언론인 출신이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태를 겪은 뒤부터 물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더 깨끗한 물을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언론사 사장까지 지낸 뒤 좋은 물에 대한 자문을 구하려 국내외의 물 전문가를 만나고, 관련 자료와 논문을 독파하며 찾은 대안이 천연광천수를 음용수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전국의 연간 지하수 사용량이 약 40억t, 수돗물이 약 60억t인데 음용·조리용으로 넉넉하게 써도 전 국민이 연간 2억t이면 충분히 쓰거든요. 무엇보다 건강에 직결되는 정책인 음용수 개선 대책 역시 이번 대선에서 함께 국민의 판단을 받으면 한층 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