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참여자 처벌할 수 있을까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얼마 전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누군가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입에 담기에도 힘든 성범죄를 저질렀고, 그 내용과 영상을 ‘텔레그램 N번방(이하 N번방)’에서 대가를 받고 유포했는데, 많은 이들이 여기에 참여해 범죄 영상을 소지·배포했다는 것이다. 참담한 내용에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고, 영상을 만들어 배포한 사람 이외에도 해당 영상을 소지하거나 대화방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를 처벌하고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그렇다면 ‘N번방’ 참여자를 무슨 근거로 어떻게 처벌할 수 있을까.

3월 18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 청원은 3월 26일 오전 10시 52분 현재 262만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3월 18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 청원은 3월 26일 오전 10시 52분 현재 262만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우선 영상을 만들어 공급했다는, ‘박사’나 ‘갓갓’으로 알려진 이들에 대해서는 형량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제11조 1항의 아동 음란물 제작배포죄·형법상 강요죄 등이 성립할 것이다. 주범뿐 아니라 영상에 출연하는 등 제작에 참여한 이들 혹은 개인정보를 수집해 강요행위를 용이하게 한 이들이 영상 제작의 필수적인 역할을 분담했다면 공범으로 처벌 가능하다.

문제는 돈을 내고 가입해 음란물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처벌이다. ‘N번방’에서 맞춤 영상 제작을 의뢰했거나, 라이브 촬영에서 ‘미션’ 등을 주었다면 그 자체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배포죄의 방조범·교사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 그리고 해당 음란물을 배포했다면 아청법 제11조 2항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이, 배포하지 않고 소지했다면 같은 법 제5항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 텔레그램은 영상을 볼 때 자동 다운로드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동영상을 본 이들은 대부분 ‘소지죄’의 요건을 충족할 것이다.

다만 해당 법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임을 알면서 소지한 경우’만을 처벌하고 있다. 따라서 대화 내용이나 입장 경위 등을 볼 때 소지자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임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면 해당 조항으로 처벌은 어렵다. 수사가 어렵다면 이 부분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굳이 거액의 돈을 내고 해당 방에 입장한 경우 ‘아동·청소년 음란물임을 몰랐다’고 주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신상공개의 경우 아청법 제49조에 따라 영상 제작 과정에서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을 저지른 자는 신상공개 대상이다. 그러나 단순 소지자나 배포자 중 ‘13세 미만’이 피해자인 경우 유죄 확정 이후 신상공개 대상이 될 수 있지만, 13세 이상이 피해자인 경우에는 신상공개의 대상이 아니다. 한편 ‘포토라인’은 언론의 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관행에 불과하고, 초상권 보호를 위해 설치가 제한되어 있어 현실적으로 포토라인에 세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법치주의 국가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다. 그러나 이 원칙이 앞으로도 지켜지려면, 국민이 신상공개 등 사회적 형벌이 아닌 제도적 형벌이 효과적으로 기능한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수사기관과 법원이 한 치의 빈틈 없는 수사와 엄벌로 국민이 우리 사회를 안전하고 정의로운 곳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란다.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소속 변호사>

법률 프리즘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