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와 긴급체포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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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한 변호사가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었다가 8시간 후 석방됐다. 체포 이후 그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다른 운영자는 ‘모 변호사 긴급체포’라는 헤드라인을 띄워 “도주 우려도 증거인멸 우려도 없는데 체포당했다”면서 경찰을 비판했다. 20개 이상의 언론은 이를 그대로 받아 ‘모 변호사가 긴급체포됐다’라는 기사를 올렸고, 심지어 “대통령을 비난해 그런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나 그는 긴급체포된 것이 아니라 영장에 의해 체포된 것이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법원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법원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 연합뉴스

형사소송법상 긴급체포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 등에 해당하는 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으며 판사의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을 때 영장 없이 할 수 있는 체포이다(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우리 헌법은 개인의 신체의 자유를 규정하고, 체포할 때는 영장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긴급체포는 헌법상 기본권 보장을 위해 되도록 신중해야 마땅하다.

이에 반해 영장에 의한 체포는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관할 지방법원 판사의 영장을 받아서 하는 것이다(형사소송법 제200조). 즉 죄가 중대하지 않은 경우에도 피의자가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할 수 있고, 증거인멸 우려나 도주 우려가 없는 경우에도 할 수 있다. 실무상으로는 충분한 기한을 둔 소환 요청에 3회 이상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영장주의 안에서의 체포이므로 본질적으로 긴급체포와 다르다.

대부분의 근대 헌법은 법관의 판단을 통해야만 체포·구속을 할 수 있는 영장주의를 채택한다. 다만 법관은 전능하지 않기에 주권자인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이 만든 법에 따라 최대한 공정하게 사안을 판단하도록 했다. 즉 영장주의는 이러한 법관들이 법률에 매여 판단할 때만 비로소 신체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의미이다. 이런 이유에서 법관의 법률에 의한 판단을 거치는 ‘영장에 의한 체포’와 법관의 판단 없이 할 수 있는 ‘긴급체포’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체포를 긴급체포라 보도한 것은 ‘긴급하게 한 체포니 긴급체포다’라는 말장난으로 덮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사안의 본질을 왜곡한 것에 가깝다.

긴급체포와 영장에 의한 체포의 차이점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그 변호사는 “수많은 고소건마다 모두 출석하면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다. 그러나 고소를 감수하면서 방송해 수익을 얻은 것이니 그 또한 스스로 감당할 몫이다. 문제는 최소한의 검토도 없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도 알지 못한 채 잘못된 표현을 그대로 실어 본질을 왜곡한 언론에 있다. 영장주의의 의미가 무엇인지, 체포와 긴급체포가 무엇인지 알고 숙고하는 언론, 그래서 무엇을 비판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고 주장하는 언론을 기대한다.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소속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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