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자유보다 감염병 예방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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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이다. 학교와 유치원은 언제 개학할지 불분명하고, 여러 사람이 모이는 회합은 없어지다시피 했다. 게다가 이번 코로나19 확진자의 대부분이 신천지 집회에서 감염된 것으로 보여 종교 집회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한국 천주교는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사를 중단했고, 조계종을 비롯한 많은 불교 종단들, 많은 개신교회도 법회와 예배를 중단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부가 예배 등의 중단을 요청하는 것이 종교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국가는 헌법상 종교의 자유에도 불구하고 예배 등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일까. 그 법적·철학적 기반은 무엇일까.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지난 3월 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 평화의궁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도들에게 보내는 특별 편지를 들어보이고 있다./연합뉴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지난 3월 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 평화의궁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도들에게 보내는 특별 편지를 들어보이고 있다./연합뉴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제49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과 지자체장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흥행·집회·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해야 한다. 문언상 재량행위가 아니라 기속행위라 지자체장 등은 제한할 의무가 있다. 이 법이 종교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을까? 종교보다 공공보건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종교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으로 이어지는 핵심적인 기본권이라는 점에서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종교의 자유가 기본권이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종교의 자유에는 ‘종교를 가질 권리’뿐 아니라 ‘종교를 가지지 않을 권리’도 포함된다. 서양 중세 시절, 종교의 자유는 기본권이 아니었다. 종교의 자유를 최초로 명시한 헌법은 ‘권리장전’으로 불리는 미국의 수정헌법인데 가장 첫 번째 기본권으로 종교의 자유가 명시된다. 누구나 자유롭게 종교를 가지고 종교 행위를 할 수 있고, 국가는 이를 막거나 장려할 수 없다는 내용의 수정헌법 제1조는 원래 종교인의 정치적 권위를 부인하기 위해 만들어진 면이 크다. 하지만 결국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권의 어머니가 됐다. 반면 유럽에서 종교의 자유란 정교분리의 맥락이 강하다. 종교전쟁을 겪고, 종교 권력과 투쟁하면서 만들어진 유럽의 근대 국민국가는 국가와 민주주의를 하나의 ‘시민 종교’로 삼고, 다른 이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는 종교적 표현은 공적 영역에서 철저히 금지한다. 이슬람 여성이 ‘부르카’를 착용하는 것이 미국에서는 종교의 자유 이름으로 허용되고, 프랑스에서는 종교의 자유로 금지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결국 헌법은 종교가 국가 공동체의 틀 안에 있을 때, 그리고 헌법 제37조 2항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 제한할 수 있는’ 조건에서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 현재와 같이 공공보건의 위협이 되는 경우라면 종교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는 필요한 범위만큼 제한될 수 있다. 이 글을 쓰기 하루 전,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에게 죄송하다’면서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갖고, 국가와 사회를 뛰어넘는 능력을 가졌다는 교주조차 국가와 헌법, 그 근본이 되는 국민 다수의 결단 아래에서는 한 명의 국민에 불과함을 단적으로 드러낸 장면이다.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소속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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