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의 교육권은 어디에?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최근 화상교육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순회교육을 받지 못하는 은지에 관한 기사를 읽고 눈물이 났다(<주간경향> 1360호 ‘특수교육 지침에 가로막힌 학습권’). 장애학생이 겪는 어려움은 이것뿐이 아니라 더 답답했다.

서울경운학교 이후 17년 만에 신설된 공립특수학교인 서울 서초구 서울나래학교가 2019년 9월 2일 개교했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첫 등교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김창길 기자

서울경운학교 이후 17년 만에 신설된 공립특수학교인 서울 서초구 서울나래학교가 2019년 9월 2일 개교했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첫 등교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김창길 기자

우리나라는 장애인에 대한 교육을 잘하기 위해서 ‘특수교육법’을 만들었다. 이 법에 따라 지혜(가명)는 만 2세에 특수교육을 필요로 하는 사람(특수교육대상자)으로 선정돼 교육청으로부터 치료지원을 받았고, 지혜 엄마는 부모연수를 다녀왔다. 그런데 만 3세가 되자 교육청으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이유는 지혜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수교육법에서는 만 3세부터 의무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고, 의무교육을 할 수 있는 기관은 유치원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어린이집을 다니는 지혜에게는 교육청이 지원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지혜 엄마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혜를 유치원에 보내고 싶었지만 가까운 곳에 지혜를 보낼 수 있는 유치원이 없었고, 어린이집도 겨우 찾아서 보낼 수 있었다. 지혜뿐 아니라 다른 장애아동들도 비슷한 사정이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장애아동 중 5989명은 유치원에서 특수교육을 받지만, 그 두 배 가까이 되는 1만1773명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최근 지혜 엄마는 날벼락 같은 소리를 들었다. ‘더 이상 지혜가 어린이집에 다닐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원장님에게 이유를 물으니, 장애아동이 어린이집에 다니면 반드시 특수교사를 채용해야 하는데, 최근에 특수교사가 어린이집을 그만두면서 새로운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고 했다. 유치원은 교육청에서 특수교사를 배치하지만, 어린이집은 원장의 능력(또는 운)으로 특수교사를 구해야 한다. 특수교사들은 교육기관이 아닌 어린이집에 가는 것을 기피한다. 장애아동을 가르치는 것은 동일한데 월급은 유치원보다 적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특수교사를 구하지 못한 상태로 장애아동을 받으면 어린이집 지정이 취소될 수 있어서 원장님은 지혜를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정부는 2017년 앞으로 5년간 장애아동이 다닐 수 있는 유치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5년 뒤에 정부의 계획대로 유치원이 늘어나더라도 장애아동 중 절반은 여전히 유치원에 다닐 수 없다. 더구나 지혜 엄마는 지금 당장 직장을 그만두고 지혜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으니 정부의 대책은 지혜 가족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지난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해영 의원이 대표로 특수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장애아동이 다니는 어린이집을 교육기관으로 지정해 교육부가 동일하게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서는 장애아동과 관련된 모든 조치에 있어서 장애아동의 최대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장애아동이 유치원에 있든, 어린이집에 있든 동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이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

<이주언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법률 프리즘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