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기피’ 귀화한 자, 한국군 입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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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토브리그>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야구단에 새로 부임한 단장이 선수를 영입하고 팀을 꾸려가는 내용의 드라마다. 그런데 해당 드라마에서 재미있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극 중 야구팀은 메이저리그에서 뛸 당시 병역기피를 위해 미국으로 귀화한 로버트 길(이용우 분)을 외국인 용병선수로 데려오는데, 국민의 비난이 커지자 로버트 길이 “국적회복을 하고 내년에 자원입대하겠다”라고 선언하는 장면이다. 병역기피자의 한국활동이 문제가 될 때마다 많은 이들이 한 번쯤 머릿속으로 그려본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가능한 일일까.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야구 꼴찌팀 ‘드림즈’에 새 단장 ‘백승수’(남궁민 분)가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야구 꼴찌팀 ‘드림즈’에 새 단장 ‘백승수’(남궁민 분)가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SBS

헌법 제39조에 따라 대한민국은 국민에게만 병역의무를 부여한다. 즉 외국인이 한국군에 입대할 수 없다. 외국인을 뽑아 입대시키면서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가 있는 미국군과 다르다. 그러므로 로버트 길은 우선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해야 한국군에 입대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외국인은 귀화할 수 없고, 국적법 제9조에 따른 국적회복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국적법 제9조 2항 제3호는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였거나 이탈하였던 사람’의 국적회복을 허가하지 말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불과 한 달 전 대법원은 17세 때 해외로 입양되었다가 40세에 한국 국적회복을 신청한 남성에 대해 ‘병역기피’를 이유로 국적회복을 불허한 처분을 적법하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이렇듯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국적을 이탈한 사람이라면 국적회복이 허가되지 않으므로, 원칙적으로 로버트 길이 대한민국 군대에 입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라는 요건은 ‘목적’이라는 주관적 감정을 요건으로 두고 있기에, 만약 법무부 장관이 국적이탈의 목적을 병역기피가 아닌 다른 이유라고 판단하면 국적회복을 허가해줄 수 있다. 드라마에서 로버트 길은 아내의 병 치료를 위해 미국에 머무르려 한 목적이 있고, 병역의무의 이행을 위해 굳이 국적을 회복하려 하는 것이기에 법무부 장관이 만약 조금 무리라고 생각하더라도 특별히 국적회복을 허가해주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을 무리하게 해석하는 일이고 전례가 없으므로 실제로 매우 어려울 것이다.

만약 국적회복을 한 자가 만 38세 이전의 남성이라면 병역법 제71조 1항 11호에 따라 입영의 의무를 진다. 귀화를 한 자의 경우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입영 의무가 없고, 지원 입대만 가능한 것과 다른 부분이다. 인구 감소 등에 대비하기 위해 귀화로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한 남성에게도 의무적으로 군 복무를 하게 하는 안이 계속 논의되고 있다. 아마 몇 년 안에 입법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한 번 군대에 가기 싫어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를 포기했다면 나중에 입대하더라도 국적을 다시 취득하는 일은 매우 힘들다. 단지 병무청에 전화하고 언론 인터뷰를 한다고 입대할 수는 없다. 예술 작품은 극적 긴장을 위해 현실과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그 왜곡의 폭이 넓어질수록 개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정교한 검증이 아쉽다.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소속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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