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상, 공익제보자들께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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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TV를 켜면 연예대상·연기대상 등 시상식이 펼쳐진다. 내가 시상식을 연다면 누구에게 상을 드릴까? 2019년을 돌아보니, 여러 사람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나는 그중에서도 특히 두 가지 사건의 공익제보자들에게 상을 드리고 싶다.

12월 9일 서울 용산구 용산아트홀에서 열린 공익신고의 날 기념식에서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왼쪽 여섯 번째) 등 참석자들이 공익신고 응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12월 9일 서울 용산구 용산아트홀에서 열린 공익신고의 날 기념식에서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왼쪽 여섯 번째) 등 참석자들이 공익신고 응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첫 번째 수상자는 지역의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수년간 장애인들과 일해 온 직업훈련교사들이다. 이들이 일하는 시설에서 운영자가 장애인들을 성추행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장애인들에게 먹이고, 허위로 보조금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교사들은 장애인들을 위해 고발을 했다. 장애인 시설에서 일하는 이들에게는 장애인 학대를 신고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의무를 이행하자 돌아온 것은 각종 고소와 해고통보였다.

두 번째 수상자는 특수학교에서 일한 사회복무요원들이다. 이들은 함께 일했던 사회복무요원들이 발달장애학생들을 때리고 괴롭히는 것을 보고, 학교에 먼저 얘기했으나 묵살당했다. 이에 언론에 제보했고, 학대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면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될 수 있었다. 제보한 사회복무요원 중 한 명이 1심 마지막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피고인들 앞에서 어렵게 증언을 마치고 어두운 표정으로 나가는 제보자를 쫓아나갔다. 나는 그에게 피해자 대리인임을 밝히고 “피해학생 부모님들이 용기를 내 제보해준 것을 무척 고마워한다”고 전했다. 그는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갔다.

우리나라에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있다. 이 법에서 공익신고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공익침해행위는 6대 분야(건강, 안전, 환경, 소비자 이익, 공정경쟁, 기타 공공의 이익), 284개 법률 위반 행위로, 장애인 학대도 여기에 포함이 된다. 공익신고 접수기관은 국민권익위원회, 수사기관, 관할 행정·감독기관, 국회의원 등이다.(따라서 사건을 언론에 제보한 사회복무요원은 이 법에 따른 공익신고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해 변호사를 통한 비실명 대리제도가 도입되었고, 공익신고자에게 불이익조치를 하면 처벌도 된다. 하지만 공익신고, 특히 내부고발은 여전히 힘든 일이다. 첫 번째 사건에서 해고당할 위험에 처한 고발인을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에 해고를 막아달라는 신청을 했지만, 해고를 막을 수 없었다. 그 뒤에는 복직을 요구하는 보호조치를 신청했다. 하지만 조사하고 판단하는 데 수개월이 걸린다는 말에 좌절했다. 법원에 해고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해 일단 고발인은 복직했으나 고소에 따른 수사와 민사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공익신고자보호법위반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지만 과거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너무 고생하는 것이 안쓰러워 고발인에게 후회하지 않는지 물었다. 그분은 “힘들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고발할 것 같다. 피해 장애인들에게 끝까지 편이 되어주겠다고 약속했으니까”라고 말했다. 어느 시상식의 소감보다 멋진 말씀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주언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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