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미디어협동조합’ 이사장 백재중 녹색병원 부원장 “의료공공성 강화에 의기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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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 민주적 의료기관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 있다. 주민과 함께 만들고 주민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의료기관을 주축으로 구성된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이하 민의련)이다.

[주목! 이 사람]‘건강미디어협동조합’ 이사장 백재중 녹색병원 부원장 “의료공공성 강화에 의기투합”

백재중 녹색병원 부원장(55)은 평소 민의련을 눈여겨 봤다. 일본 민간의료의 공공성은 민의련이 지키고 있었다. 민의련 활동은 국내 의료계에서 본받을 만하다고 봤다. 마침 일본에서 민의련의 역사와 의미를 담은 책이 출간됐다. 국내 번역본 소식을 기다렸지만 번번이 출판이 이뤄지지 않았다.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출판사들로부터 퇴짜를 맞는다고 했다. 백 부원장이 직접 책을 낼 출판사를 만들기로 했다. 형식은 ‘협동조합’을 택했고 자신이 직접 이사장을 맡았다. 그렇게 ‘건강미디어협동조합’이 탄생했다.

“2014년에 만들었는데 현재 조합원은 40명 정도입니다. 대부분 의료계통 종사자들이고 의료 공공성 강화에 뜻을 두고 있죠. 출판을 주로 하는 다목적 문화협동조합입니다.”

조합에서 내는 책은 ‘돈 안되는’ 의학·건강 서적들이다. 주로 생명과 평화, 인권, 탈핵을 다룬다. 지금까지 15권의 책을 냈는데, 상업적으로 성공했다고 할 만한 건 아직 없다. 그럼에도 조합원과 이사장 모두 출판한 책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다. 모든 출판은 ‘북펀딩’을 통해 이뤄진다. 책이 나오기까지는 나름의 우여곡절을 겪는다.

“책이 나오게 된 과정이 다 달라요. 책 내용과 별개로 고유의 스토리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딴 곳에서 헤매던 원고가 우리 조합을 만나 책이 되기도 하지요. 조합원·후원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좋은 책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소소한 행복입니다.”

조합 활동 말고도 진료시간을 쪼개 공 들이는 일이 많다. 그는 줄곧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활동을 해왔다. 대표까지 역임했으니 꽤나 열성적으로 목소리를 낸 셈이다. 82학번인 백 부원장은 대학시절 내내 최루탄 속에서 살았다. 사회에 나와서도 건강한 ‘운동’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았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국립중앙의료원과 대학을 거쳐 원진레이온 직업병 투쟁의 결과로 설립된 녹색병원에 정착했다. “의료계는 척박한 곳이고 고이기 쉬운 곳입니다. 의료진들이 의식적으로 사회가 변하고 발전하는 방향으로 함께 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의사는 거꾸로 갈 수밖에 없어요. 의사 개인으로서도 손해지만 이렇게 되면 사회 전체로 봐서도 큰 손실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공공병원은 전체 의료기관의 5%에 불과하다. 대부분 병원이 수익을 우선해 운영된다. 일차적으로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하는데 정부는 뒷전이다. 의료 민영화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지난해 공공성을 중시하는 의료기관들이 모여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를 만들었다. 그는 연합회의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연합회 영역이 넓어지면 민간 의료기관 내에서도 공공성이 확대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공공성이 확보된 보건의료체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지요.”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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