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과 독서모임 운영하는 김화수씨 “책과 사람을 통해 내 삶 찾아”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독서모임 운영자, 독서 지도사, 책방지기, 작가. 직함이 많은 김화수씨(38)는 어떤 호칭을 좋아할까.

김씨의 책을 보자마자 궁금증이 풀렸다. 김씨가 쓴 책 제목은 <나는 고양이 쌤입니다>. 김씨와 일면식도 없지만 ‘고양이 쌤’이라는 별명이 그와 썩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궁금했다. 왜 고양이 쌤이지?

[주목! 이 사람]책방과 독서모임 운영하는 김화수씨 “책과 사람을 통해 내 삶 찾아”

“고양이처럼 적당히 게으르게, 고양이처럼 싫은 건 절대로 하지 않으면서, 고양이처럼 사랑받으며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러면서도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도요.”

고양이처럼 살고 싶다는 고양이 쌤 김씨의 집은 경남 통영이다. 그곳에서 책방과 독서모임을 운영한다. 아이들에게 책읽기와 글쓰기를 가르치기도 한다. 김씨가 운영하는 독서모임만 8개에 회원도 60명 가까이 된다. 독서모임은 8년차, 책방을 연 지는 2년이 됐다.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처음에는 더 그랬다. 부산 토박이인 김씨는 서른 살에 통영에 왔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 사람이 그리웠다. 어떻게 사람을 만날까 고민하다가 지역 맘카페에 ‘함께 책 읽으며 친해지실 분 없나요?’라는 글을 올렸다. 그게 고양이 쌤 독서모임의 시작이었다. “모이고 보니 전부 외지에서 온 이주여성들이었어요. 다들 외롭고 친구가 없었죠. 첫 토론책은 공지영의 <도가니>였어요.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희미한데, 첫 모임에서 느낀 감정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책을 매개로 이뤄지는 모임인 만큼 책 선정은 김씨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작업이다. 늘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공을 들인다. 북리뷰나 다른 책방지기들이 추천하는 책을 리스트로 만들어 놓고 시기나 이슈에 맞춰 고른다. 이를테면 5월 가정의 달에는 <이상한 정상가족>을 고르는 식이다. 반응이 좋으면 그만큼 흐뭇하다.

“최근 고른 문학작품 중에 <채식주의자>가 반응이 좋았어요. 유명한 작품이니까 관심도 많았고요. 읽고 얘기하다 보니 작품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럴 때면 저도 흡족하죠.”

회원들은 주로 독서를 하지만 그렇다고 책만 읽는 건 아니다. 모임이 자리를 잡으면서 강연회를 비롯한 여러 문화행사도 마련한다. 지역 내 작은 카페들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문화 네트워크가 생겨났다. “통영에 처음 왔을 때 30~40대가 즐길 만한 문화행사가 없었어요. 문화 주도층이 60대 이상이다 보니 대부분 행사가 그 연령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죠. 이제는 저희 모임을 주축으로 행사를 자주 여는데, 뭔가 변화를 끌어낸 것 같아 기쁩니다.”

김씨의 활동은 통영이나 다른 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온전히 자신을 위해서다. 책을 읽고 모임을 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삶을 직접 만들 수 있게 됐다. 자존감이 생겼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됐다. 세상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됐다.

“서른 살 독서모임 시작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에요. 책과 사람을 만나면서 내가 그렸던 삶을 비로소 살 수 있게 됐어요. 저와 같은 기쁨을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도록 새로운 모임을 해보려고 합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주목! 이 사람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