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재활용 사회적기업 ‘금자동이’ 박준성 대표 “버려진 장난감도 귀중한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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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장난감 재활용 사회적기업 ‘금자동이’ 박준성 대표 “버려진 장난감도 귀중한 소재”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시리즈를 관통하는 플롯이 있다. 장난감은 언젠가 버려진다는 것이다. 3편에서는 쓰레기차에 실린 장난감들이 뜨거운 용광로에서 타들어 갈 위기에 처한다. 이 장면은 현실을 빗댄 연출이다. 실제로 플라스틱 재질로 이뤄진 장난감은 좋은 ‘땔감’이다. 화력발전소나 열병합발전소에서는 장난감류 폐기물을 모아다 소각해서 전기를 만들어 낸다. 동시에 미세먼지를 내뿜는 주범이 된다. 버려졌다가 불에 타 ‘공해’가 되는 비극적인 장난감의 일생을 바꾼 사람이 있다. 장난감 재활용 사회적기업 ‘금자동이’의 박준성 대표다. “장난감만 재활용하는 회사는 전세계에서 우리뿐입니다. 재활용 장난감이지만 갖고 노는 아이들은 귀하게 크라는 의미로 ‘금자동이’라는 이름을 붙였지요.”

금자동이는 올해로 창립 20년을 맞은 회사다. 영국 구호단체 옥스팜의 사업 모델에서 영감을 얻어 사업을 시작했다. 1998년 당시에는 출산율이 지금보다 높았다. 버려지는 유아용품과 장난감도 흔했다. 자발적으로 장난감을 갖고 오는 시민들과 제조업체에서 버려지는 장난감이 밑천이 됐다. 해마다 버려지는 장난감을 돈으로 환산하면 1000억원어치나 된다. 박 대표는 “장난감 재활용은 단순히 버려진 장난감을 되판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분해된 장난감에서 나온 플라스틱 조각을 이용해 새로운 장난감을 만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난감에서 나온 플라스틱 조각으로 새로운 장난감과 예술작품을 만드는 장난감의 ‘대변신’은 사람들로 하여금 큰 호응을 얻었다. 박 대표는 재활용 장난감 조각을 이용해 자신만의 장난감을 만드는 장난감 학교 ‘쓸모’를 열었다. 다녀간 사람들만 40만명에 달한다. 장난감은 아이들의 전유물 같지만 그렇지 않다. 노인층에서도 장난감 놀이를 좋아한다. 치매노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 정도다. “장난감 특유의 따뜻한 성질이 있어요.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분들도 장난감을 보면 저절로 가슴이 열려요. 재밌어 하면서 몰입을 합니다. 몰입은 치유의 과정이기도 하거든요. 그분들에게 의미가 있는 놀이입니다.”

박 대표는 자신이 장난감 세계 속에서 ‘쓸모’의 시대를 만들고 있다고 자부한다. 단 두 조각을 만들고 붙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는 장난감. 만들면서 스스로 자기 안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장난감이 그가 원하는 ‘쓸모’ 있는 장난감이다. 박 대표에게 장난감 플라스틱 조각은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다. “불타 사라질 뻔한 플라스틱 조각이 사람들의 손길을 거치면 치유의 도구이자 예술작품이 됩니다. 장난감은 단순한 리사이클링을 벗어나 업사이클링이 가능한 귀한 소재예요.”

장난감이 일이 됐지만 박 대표는 여전히 장난감이 재미있다. 일터가 행복한 흔치 않은 사업가다. “지금 청년들에게 얘기하고 싶어요. ‘이렇게 버려진 장난감을 갖고도 재밌게 사는 선배가 있다. 생각보다 곳곳에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고요. ‘금자동이 아저씨처럼 재밌는 분야를 찾아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 힘내라’는 말을 전합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우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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