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백-투박하지만 충실한 액션 범죄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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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체적으로는 아쉬움도 많이 눈에 띈다. 하지만 딱히 문제 삼을 정도의 치명적 오류까지는 드러내지 않는다. 짜임새와 전개가 다소 투박하고 세련미는 떨어지지만 그로 인해 과거에 느꼈던 소박한 정서와 인간미가 느껴진다.

제목 머니백 (Snatch Up)

제작연도 2018년

제작국 한국

러닝타임 101분

장르 코미디/ 범죄

감독 허준형

출연 김무열, 박희순, 이경영, 전광렬, 임원희, 오정세, 김민교

개봉 2018년 4월 12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리틀빅픽처스

리틀빅픽처스

홍보물에 제목 ‘머니백’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는 돈가방(Money Bag)을 뜻하고, 두 번째는 돌고 도는 돈(Money-Back)이라는 뜻이란다. 말장난처럼도 보이지만 내용에 충실한 해석이다.

영화 내내 등장인물들의 사이를 떠돌며 문제를 촉발하는 거액의 돈뭉치는 사채업자의 골프가방에 담겨 떠도니 말이다. 군더더기 없이 단출한 제목이 갖는 분위기와 성격은 영화의 본질을 고스란히 함축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몇 년째 준비하고 있는 공무원시험에 계속 실패해 의기소침한 민재(김무열 분)는 당장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해 오라는 병원의 독촉에 미칠 지경이다. 집 보증금까지 빼가며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어느 정도 돈을 마련했다 싶은 순간, 빌린 돈을 받으러 온 양아치(김민교 분)에게 고스란히 빼앗기고 만다.

한편 도박장과 사채사업으로 거액을 운용하고 있는 양아치 두목 백 사장(임원희 분)은 과거 한솥밥을 먹었지만 지금은 정계에 진출한 선배 문 의원(전광렬 분)의 선거자금 조달 압박에 허리가 휜다.

그는 고심 끝에 한물 간 킬러 박(이경영 분)에게 연락해 문 의원을 없앨 것을 사주하고 도박 빚 대신 맡아놓은 최 형사(박희순 분)의 권총을 보내주기로 한다. 일진 더러운 하루를 보내고 있던 택배기사(오정세 분)의 손에 들려 배달되던 권총은 우여곡절 끝에 하필 킬러의 옆집에 살고 있던 민재에게 전달되고 민재는 권총을 들고 백 사장에게 복수하러 나선다.

상하관계와 전복에 집중하는 소동극

머니백이라는 제목과 홍보문구, 여러 배우들이 도열한 포스터의 분위기를 본다면 관객 입장에서는 일종의 ‘케이퍼 무비’를 기대할 만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보다는 돈가방을 중심에 놓고 다수의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욕구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얽히고설키게 되는 관계의 난장을 관망하는 시추에이션 소동극에 가깝다.

치밀한 계획보다는 돌발적 상황과 우발적 선택이 극을 주도하고, 복잡한 관계도를 형성한 인물들은 연합하기보다는 서로 견제하고 처리해야 할 걸림돌로 마주친다. 매번 개별적으로 연결되고 흩어지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분명한 상하관계로 마주치지만 단계를 거칠 때마다 관계는 역전된다.

요소요소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들과 현실을 풍자한 장면들이 등장하지만 이 중 배우 이경영이 연기한 ‘킬러 박’이라는 인물의 존재감은 유독 빛난다. 전세계를 무대로 누볐던 화려한 과거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은 나이 들어 일용직 노동자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킬러 박은 문화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꽤나 뒤처진 인물로 그려진다. 총보다 칼이 익숙한 그는 꾸준히 칼 던지기를 연습하고 구멍가게에서는 주인 몰래 소시지 훔치는 것으로 빠른 손놀림이 녹슬지 않도록 연마하지만 매번 제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아랑곳않고 시종일관 자신감과 장난기 넘치는 그의 모습은 귀엽게까지 느껴지는데, 최근 각양각색의 비중과 배역으로 다수의 영화에 얼굴을 비치고 있는 이경영 스스로도 일생일대의 배역이었다며 각별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실생활에서 차용한 소박한 정서

영화 전체적으로는 아쉬움도 많이 눈에 띈다. 하지만 딱히 문제 삼을 정도의 치명적 오류까지는 드러내지 않는다. 짜임새와 전개가 다소 투박하고 세련미는 떨어지지만 그로 인해 과거에 느꼈던 소박한 정서와 인간미가 느껴진다는 부분은 장점이 되고 있기도 하다. 대역 없이 직접 한강다리에서 뛰어내리고 간장게장, 장어도시락을 얼굴에 뒤집어쓰기를 마다하지 않은 배우들의 열정과 노력도 영화의 분위기를 북돋우는 데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머니백>으로 적잖은 나이에 장편 데뷔식을 치른 허준형 감독은 상업적으로 과거 몇 편의 조감독 생활과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첫 작품을 준비하면서 성공할 만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최우선에 두고 작업했다고 한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충분히 소통하며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다는 바람도 버릴 수는 없었단다. 그런 욕심에서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인물들이 만들어졌다. 감독은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고, 실제로 몇몇 캐릭터들과 에피소드는 실화를 적극 반영해 새롭게 각색하고 확장시켰다. 출연배우들은 하나같이 감독의 유머감각을 칭찬하는데, 다소 산만하고 답답할 수도 있는 이야기임에도 객석에서 끊임없이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은 감독의 바람이 어느 정도는 성취된 결과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범죄영화의 하위 장르 ‘케이퍼 무비’

[터치스크린]머니백-투박하지만 충실한 액션 범죄 코미디

<머니백>은 케이퍼 무비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심지어 일부 언론매체조차도 이 영화를 케이퍼 무비라고 혼동해 소개하는 것은 그만큼 이 장르가 최근 들어 많이 등장하고 있고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케이퍼 무비(Caper Movie)란 범죄의 치밀한 준비와 실행과정에 포커스를 맞춰 진행되는 영화들을 분류한 범죄영화의 하위 장르를 지칭한다. 케이퍼란 단어는 속어로 범죄, 못된 장난을 뜻한다. 때로는 강도, 강탈이라는 의미의 하이스트라는 단어를 써서 ‘하이스트 무비(Heist Movie)’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현재는 두 가지 모두 같은 의미로 쓰인다.

케이퍼 장르에 속하는 작품들은 대부분이 범죄를 소재로 하고 범죄자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는 도덕적 껄끄러움과 한계를 동반하는 것이 사실이다. 인물들의 사연과 명목이 어떻든 범죄는 정당화될 수 없으니 말이다. 반면 시작부터 많은 부분에 있어 오락영화의 필요조건들을 충족하고 출발한다는 장점이 있다.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하나하나 극복해나가는 과정은 관객들의 주위를 집중시켜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 다양한 인물들이 합을 맞추는 구조는 개성 있는 캐릭터와 다양한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아 다채로운 재미를 유도할 수도 있다.

최초의 케이퍼 무비로 언급되는 작품은 1950년 존 휴스턴 감독이 연출한 <아스팔트 정글>(The Asphalt Jungle·사진)이다. 이후 장르를 초월해 영화사의 걸작으로 인정 받고 있는 줄스 다신 감독의 <리피피>(Du Rififi Chez Les Hommes. 1955)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킬링>(The Killing. 1956) 같은 영화들도 케이퍼 장르의 대선배로 대접 받고 있는 작품들이다. 그러나 현대적인 케이퍼 무비의 원형을 개척한 작품은 루이스 마일스톤 감독이 1960년 발표한 <오션스 일레븐>(Ocean’s Eleven)이다. 이 작품은 2000년대 들어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에 의해 동명 리메이크되어 크게 성공하면서 원작의 명성을 재확인시켰는데, 얼마 뒤면 네 번째 속편격인 <오션스 에이트>가 개봉될 예정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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