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놈-괴물에서 영웅으로 탈태한 외계생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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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놈’은 원래 <스파이더맨>에 등장하는 빌런(악당)들 중 하나다. ‘심비오트(Symbiote)’란 이름으로 불리는 외계 생명체에 잠식되어 가공할 파괴력을 갖게 된 인간(또는 동물)은 악행을 일삼게 된다.

[터치스크린]베놈-괴물에서 영웅으로 탈태한 외계생명체

제목 베놈(Venom)

제작연도 2018년

제작국 미국

러닝타임 107분

장르 액션, SF, 코미디

감독 루벤 플레셔

출연 톰 하디, 미셀 윌리엄스, 리즈 아메드, 스콧 헤이즈

개봉 2018년 10월 3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한동안 대작이라 불릴 만한 할리우드 상업영화가 없던 터라 미국 현지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영화 <베놈>의 개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할리우드의 장기인 대규모 SF 액션 장르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슈퍼 히어로물인 데다, 내놓는 족족 승승장구하고 있는 마블 코믹스 소속의 캐릭터 영화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개봉 전부터 여기저기서 불안한 풍문들이 나돌았다. 잔인하고 폭력적인 원작 캐릭터의 특성상 R등급(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로 나와 주길 은근히 바랐던 팬들의 기대와 달리 완성된 영화는 PG-13 등급을 받았다. 관계자들의 구체적 발언이 근거로 제시되며 제작사가 등급을 낮추기 위해 많은 장면을 자진 삭제했다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또 최근 대작들에 관례처럼 따라붙는 엠바고(보도시점 제한) 역시 개봉일 바로 코밑으로 정해지면서 영화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더욱 부채질을 한 모양새다. 그만큼 캐릭터의 인기와 작품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방증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과연 국내관객에게는 ‘빌런 히어로’라는 뻘쭘한 표현만큼이나 생경한 이 낯선 캐릭터가 얼마나 호감을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스파이더맨’의 악당, 홀로서다
‘베놈’은 원래 <스파이더맨>에 등장하는 빌런(악당)들 중 하나다. ‘심비오트(Symbiote)’란 이름으로 불리는 외계 생명체에 잠식되어 가공할 파괴력을 갖게 된 인간(또는 동물)은 악행을 일삼게 된다. 만화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심비오트는 특정한 모양을 갖추고 있지 않은 액체처럼 묘사된다. 숙주로 삼는 사람의 몸에 직접 침투하기 때문에 여러 객체를 옮겨 다닐 수도 있지만 오랜 시간을 안정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이상적 대상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는 설정이다.

만화 속에서의 첫 등장은 1984년인데 이후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대표 빌런 중 하나로 성장했고 드디어 단독 영화로까지 만들어져 개봉하게 됐다. 사실 영화 속에서의 등장은 2000년대 큰 인기를 얻었던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부작 중 2007년 발표된 3편에서 이미 실현됐다. 주인공인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 분)의 몸에 붙어 선과 악 사이에서 깊이 갈등하게 만들다가 결국에는 경쟁 사진기자인 에디 브록(토퍼 그레이스 분)에게 흡수되어 괴물로 변신시키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직업이 살짝 달라지고 배우도 바뀌었지만 이번 새로운 작품의 주인공 이름도 원작만화와 같은 ‘에디 브록’이다.

의협심 넘치는 탐사보도 기자 에디 브록(톰 하디 분)은 최근 불법 임상시험 의혹이 불거진 거대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에 잠입했다가 외계생명체 심비오트에 감염되고 만다. 이때부터 기업이 고용한 킬러들의 목표가 된 그는 점차 자신의 몸을 잠식해가는 사악한 괴물 베놈에게 복종하거나 타협해야만 하는 위기에 빠진다.

재능 있는 배우의 새로운 매력
영화를 본 소감은 예상대로 특별하기보단 무난하다는 느낌이다. 주로 코미디 계열의 작품에서 인정을 받아온 감독 루벤 플레셔의 연출답게 의외의 유머들이 빛을 발하는 부분들도 있지만 이야기나 액션 등 전반에 걸쳐 복고적 감각과 감성이 지배적이다. 영화 <베놈>을 감상한 후 뚜렷하게 남는 강렬한 이미지는 오직 하나, 배우 톰 하디다. 꽤 많은 작품에 출연해 익숙한 이름에 비해 이렇다 할 이미지를 남기지 못하고 있던 그이기에 더욱 반갑다.

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디딘 후 2001년 TV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영화 <블랙 호크 다운>을 통해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한 그는 <인셉션>,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같은 흥행작들을 거치며 차곡차곡 인기를 쌓았다. 하지만 작품의 성공에 비해 배우로서 스스로를 강렬히 기억시킨 작품은 많지 않았다. 2008년 작인 <장기수 브론슨의 고백>에서는 체중을 20㎏이나 늘리고 전라노출도 마다 않는 열연을 펼쳤지만 폭넓은 인정까지 이끌어내지 못했다. 2015년에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남우주연상 수상 이슈에 바로 가려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 <베놈>에서는 명연기까진 아니더라도 그의 다양한 표정과 인간적 존재감을 넉넉히 경험할 수 있다. 외계 생명체에게 잠식당하는 숙주를 연기하는 그의 존재는 되레 괴물 베놈을 집어삼키고 영화 자체마저도 압도해버린 것 같다. 그래서 모처럼 목격하게 된 배우 톰 하디의 새로운 매력이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인 동시에 상대적으로 작품 자체의 나약한 단점들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치명적 약점이 되고 있기도 하다.

마블 영화의 두 가지 시그니처

흥행불패의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마블 코믹스’ 원작의 영화들이 마치 인장처럼 삽입하는 두 가지 특별한 것이 있다. 첫 번째는 현재 마블 엔터테인먼트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스탠 리의 카메오 출연이다. 그는 ‘스파이더맨’, ‘엑스맨’, ‘아이언맨’ 등 마블을 대표하는 슈퍼히어로들의 상당수를 창조한 만화가이자 편집자로 마블 코믹스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인물. 고령에 따른 건강문제와 더불어 최근 들어 부쩍 금전과 관련한 가족들의 분쟁이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면서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의 마블 영화 출연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매번 작은 비중이지만 다양한 역할로 얼굴을 내비치고 있어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작품마다 그를 찾는 것도 큰 재미다. 물론 이번 <베놈>에서도 말미에 깜짝 등장한다.

[터치스크린]베놈-괴물에서 영웅으로 탈태한 외계생명체

마블 영화의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쿠키’ 영상이다. 쿠키 영상이란 영화 본편이 끝난 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중간이나 끝난 뒤 삽입되는 보너스 영상을 일컫는다. 주로 코미디나 공포 영화에서 장르 본연에 충실한 재미 또는 뒤끝(?)을 전달하기 위한 장치로 종종 쓰였는데, 이제 마블 영화에 있어서는 당연한 관습이자 약속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를 인지한 관객들도 점차 늘어나 본편이 끝나도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얼마 전에 오역논란을 크게 불러왔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도 가장 지탄을 받으며 조롱의 대상이 된 부분이 바로 쿠키 영상의 일부였다. <베놈>에는 더욱 강력한 빌런인 ‘카니지’의 등장을 암시하는 짧은 영상이 쿠키로 추가되어 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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