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변리사 김승곤씨 “사회적 약자의 지식재산권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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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특허상담센터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주목! 이 사람]공익변리사 김승곤씨 “사회적 약자의 지식재산권 보호”

“변리사님 어쩌죠. 우리 가게 문 닫아야 하는 건가요?”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작은 중국집을 꾸려온 사장님이 울먹이며 물었다. 사장님의 사연은 이렇다. 10년 넘게 같은 상호를 내걸고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영업을 중단하라는 경고장이 날아왔다. 다른 업자가 같은 이름으로 상표를 등록하면서 내려진 행정조치였다. 다행히 연남동 중국집 사장님은 특허상담센터의 도움으로 선사용권을 인정 받아 무사히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어려움에 처한 사장님들을 돕는 게 공익변리사 김승곤씨(36)의 일이다. 모두 12명의 변리사가 상담센터에서 ‘공익’을 위해 일한다.

처음부터 ‘공익’변리사는 아니었다. 김 변리사는 2014년 자격증을 딴 뒤 일반기업과 특허법률사무소에서 일했다. 그러다 지난해 공익변리사의 길에 들어섰다. “막연히 힘든 분을 도우면 보람은 있겠다 생각했어요. 와보니 제 예상을 뛰어넘는 만족감을 느껴요. 저도 놀랐습니다.” 김 변리사의 전공은 화학분야지만 업무에 있어서 대상과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기초수급자, 장애인를 비롯해 지식재산권을 보호 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는 공익변리사의 귀한 ‘손님’이 된다.

간판 때문에 분쟁이 생긴 정육점 사장님부터 창업을 준비하는 대학생까지 김 변리사를 찾는다. 언젠가는 발명 신동이라 불리는 5살 꼬마도 발명품과 아이디어를 정리해 상담센터를 찾았다. 김 변리사는 “아직 어리지만 아이디어가 정말 좋더라고요. 특허를 내진 못했지만, 후에 도와줄테니 아이디어를 꼭 쥐고 있으라고 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미흡하다. 특히 정보를 얻기 힘든 사회적 약자는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사장시키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위치가 높은 사람은 각종 분쟁이 있을 때 소송에 엄청난 투자를 합니다. 시간을 끌어서 약자를 버티지 못하도록 하는 거죠.” 김 변리사는 버티기 힘든 이들을 위해 자문을 하고 대리업무를 맡는다. 힘의 균형이 맞지 않는 사회에서 미약하게나마 그 균형을 맞추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게 김 변리사의 신념이다.

대기업에 오랜 기간 연구 끝에 얻은 고유기술을 빼앗겼다는 중소기업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편치 않다. 일단 대기업에서 특허를 내겠다고 마음 먹는 순간 중소기업에서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전담부서가 있는 대기업을 상대로 싸움을 걸기는 언감생심이다. “공익변리사로서 힘이 없다는 이유로 지식재산권이 사장될 수 있는 부분을 진정성 있게 발굴하려고 합니다. 지식재산권은 우리 산업군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길을 택할 수 있는 변리사라는 직업에 ‘공익’이라는 테두리가 족쇄처럼 느껴지지는 않을까. “공익변리사로 일하면서 갖고 있던 가치관도 많이 바뀌었어요. 내 생활의 전반을 지배하는 ‘일’을 하면서 기쁠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습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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