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의 전편을 압도하는 속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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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쇼박스

(주)쇼박스

제목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Detective K: Secret of the Living Dead)

제작연도 2018년

제작국 한국

러닝타임 120분

장르 코미디, 액션, 미스터리

감독 김석윤

출연 김명민, 오달수, 김지원, 이민기, 김범

개봉 2018년 2월 8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전편만한 속편 없다’는 속설은 일종의 불문율처럼 전해진다. 소수의 예외 작품들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사실이다. 전편의 참신함은 식상함으로 변질되기 쉽고, 요란했던 찬사와 애정은 아쉬움의 그림자를 더욱 짙게 만든다. 그래서 달콤한 유혹 이상의 위험을 감수해야만 속편을 만들 수 있다. 이야기의 창조부터 홍보까지 맨땅에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유리하겠지만, 제대로 넘어서지 못한다면 오리지널 작품이 어렵게 쌓아놓은 성과까지 물거품으로 날려버리니 결코 ‘밑져야 본전’이 아니다.

근래 한국영화로는 드물게 꾸준히 연작을 내놓고 있는 <조선명탐정>의 행보는 그래서 이색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첫 번째 작품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 나온 때가 2011년 1월이니 벌써 7년 전이다. 대작은 아니었지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코미디, 범죄수사, 액션 등의 현대적 오락요소를 두루 접목시킨 재치 있는 기획이 돋보였던 이 작품은 명절연휴를 관통해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총 478만명이라는 흡족한 흥행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짜임새에는 여러 모로 아쉬움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두 번째 속편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이 공개된 것은 2015년 2월이다. 전작 이후 4년이라는 꽤 오랜 공백이 있었던 탓에 시기적으로 다소 김빠진 감도 있었지만 완성도 면에 있어서는 전편에 비해 한층 발전한 결과물을 선보였다. 그리고 다시 3년 만에 세 번째 속편인 <흡혈괴마의 비밀>이 공개된다. 공교롭게 세 편 모두 설 명절을 즈음해 개봉하고 있는데, 애초 기획 때부터 변함없이 강조돼온 ‘재미있는 오락영화’의 정체성에 어울리는 일종의 자조적 이벤트가 된 듯하다.

불에 타 말라버린 채 발견된 시신에 대한 사건을 청탁 받은 탐정 ‘김민(김명민 분)’과 파트너 ‘서필(오달수 분)’은 즉시 강화도로 향한다. 자신이 누군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미모의 여인 ‘월영(김지원 분)’이 나타나 협력하면서 조사는 급물살을 타지만, 엽기적 살인은 계속 벌어지고 정체불명의 괴인 흑도포(이민기 분)와 검객 ‘천무(김범 분)’ 일당의 끊임없는 방해로 사건은 더욱 미궁에 빠져든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이번 3편은 모든 면에서 앞선 두 편을 압도한다. 공납비리, 불량은괴 유통 같은 현실적 소재에 머물렀던 이전과 달리 초자연적 존재인 흡혈귀를 등장시킨 만큼 상상의 폭도 넓어졌는데, 의외로 큰 이질감 없이 무난하게 전개된다. 액션은 더욱 화려해졌고, 유머는 더 걸쭉해졌으며, 한층 확장되고 보강된 인물들의 관계는 이전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다층적 갈등과 정서까지 이끌어낸다.

매편 새로운 사건을 예고하며 끝나는 에필로그는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날인이자 또 다른 재미다. 방송사 PD 출신으로 2006년 TV 시트콤 원작인 <올드미스 다이어리> 극장판으로 영화계에 발을 디뎠지만 여전히 방송과 영화를 병행하고 있는 김석윤 감독은 2편의 마지막에 등장했던 흡혈귀가 3편의 주소재가 되었지만 애초 이를 염두에 뒀던 것은 아니었다고 밝힌다. 그런 포석보다는 비슷한 시기에 주목 받고 있는 소재를 차용하는 일종의 농담이자 응원이란다. 그러니 3편 마지막에 등장하는 ‘그것’ 역시 필히-아직은 장담할 수 없는-4편의 소재가 되리라고 지레 기대하거나 우려할 필요는 없겠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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