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사람들의 여정과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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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목 다운사이징 (Downsizing)

제작연도 2017년

제작국 미국

러닝타임 135분

장르 드라마, 코미디

감독 알렉산더 페인

출연 맷 데이먼, 크리스튼 위그, 크리스토프 왈츠

개봉 2018년 1월 11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우리는 종종 “예고편이 전부인 영화”라는 말을 쓰곤 한다. 이런 표현을 쓰게 되는 대부분의 경우는 부정적 의미가 강하지만, 반대로 예고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는 경우라고 해서 긍정적 평가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럴 때 주로 사용되는 “예고편과는 다른 영화”라는 표현 역시 관객들을 속이거나 실망시켰다는 의미로 더 크게 들리기 때문이다.

영화 <다운사이징>은 명백한 후자의 경우다. 예고편에서 보여지는 것은 작품의 중반까지의 내용과 분위기다. 그 뒤부터 펼쳐지는 이야기는 예고편에 혹한 관객들에겐 재미없고 무거운 사족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출을 맡은 감독이 ‘알렉산더 페인’임을 인지하고 있는 관객이라면 ‘역시!’라는 탄성을 지를 확률도 크다.

알렉산더 페인을 이해하는 데는 이번 작품으로 명배우로서의 가치를 더욱 확고히 다진 맷 데이먼의 소감이 유용할 것이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영화는 잘난 체나 설교를 하지 않고도 멋지게 완성된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깔끔함이 영화에 반영되는 것 같다. 그의 영화를 존경한다. 특유의 깔끔함도 그렇고,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따끈따끈한 새로움을 보여준다는 점도 대단하다.” 그의 평가는 연기만큼이나 명석하고 예리하다.

고등학교 학생회장 선거를 통해 현대사회의 뿌리 깊은 엘리트주의를 꼬집는 <일렉션>(Election. 1999), 인생에 회의를 느낀 중년남성이 사랑하는 딸의 결혼을 방해하기 위해 소동을 벌이는 <어바웃 슈미트>(About Schmidt. 2002), 와인과 여자를 사랑하는 두 친구의 무책임한 동반 여행기 <사이드웨이>(Sideways. 2004), 아내의 사고로 미처 보지 못했던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변호사의 이야기 <디센던트>(The Descendants. 2011), 복권 광고지를 당첨 통지서라고 믿는 아버지의 고집을 꺾지 못해 결국 당첨금을 받기 위한 먼 길을 함께 나서는 아들의 여정을 그린 <네브라스카>(Nebraska. 2013)까지 그의 작품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목격할 만한 사건과 인물을 소재로 선택하지만 언제나 따뜻한 시선으로 비범한 성찰을 이끌어냈다. 모두가 필견작이다.

알렉산더 페인의 거의 모든 영화들에는 일상에 지치거나 상처받은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또 어떤 계기를 통해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로드무비의 형식을 취한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인간의 몸이 2744분의 1로 축소되는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신작 <다운사이징>은 외형적으론 그의 작품연보에 있어 가장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하다. 그러나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져 왔던 특색들이 변함없이 유지될 뿐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인간애와 사회문제의식 같은 주제는 더욱 또렷해졌다. 여기에 ‘선택’이라는 중요한 화두가 더해졌다.

인구 과잉과 환경문제의 대안으로 인간의 몸을 축소하는 ‘다운사이징’ 기술이 상용화된다. 나름 열심히 노력했지만 이상과는 거리가 먼 일상을 사는 소시민 ‘폴(맷 데이먼 분)’은 이 놀라운 기술로 삶을 ‘혁신’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도피’와 무엇이 다른가?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영화가 우리가 사는 세상, 바라보고 이해하는 세상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세상과 같은 생동감과 익숙함을 담고 싶다”고 밝힌다. 이번에도 그는 자신의 바람에 부합하는 또 한 편의 빛나는 작품을 완성해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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