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씨앗-전주영화제가 인정한 화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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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폭력의 씨앗-전주영화제가 인정한 화제작

제목 폭력의 씨앗 (The Seeds of Violence)

제작연도 2017년

제작국 한국

러닝타임 82분

장르 드라마

감독 임태규

출연 이가섭, 정재윤, 김소이, 박성일

개봉 2017년 11월 2일

등급 미정

공식적으로 소개된 줄거리만 보고는 스릴러 영화일까 생각했다. ‘꿈에도 그리던 하룻밤의 외박이 서로에 대한 불신과 폭력 속에 누군가를 색출해내야 하는 지옥 같은 시간이 된다?’ 하지만 그것은 필자의 지나친 상상에 불과했다. 뭐 오해의 원인은 그냥 개인적 취향 탓이었다고 해두자. 임태규 감독은 그보다는 현실에 굳건히 발을 디디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군복무 중인 일병 주용(이가섭 분)은 분대원들과 함께 단체 외박을 나온다. 모처럼 답답한 병영을 벗어난 금쪽 같은 시간이건만 상전 노릇하는 고참들도 모자라 군생활에 적응이 더딘 후임병 필립(정재윤 분)까지 함께 동행하고 있다는 현실에 주용의 마음은 영 편치가 않다. 막사를 빠져나와 근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을 즈음 부대 안으로부터 지금 외박을 나온 인원 중 누군가가 고참병들의 가혹행위를 간부에게 고발하려 했다는 소식이 전해져온다. 분이 바짝 오른 고참들은 고발자를 잡아내 손봐주겠다며 이를 갈고 있고, 후임병 필립은 자신은 고발하지 않았다며 도와달라고 매달린다. 중간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주용은 자칫 꼼짝없이 고발자로 낙점될 모양새다. 이 심란한 상황에서 주용을 구원해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마중을 나오겠다고 약속했던 누나의 전화뿐이지만 웬일인지 아무리 기다려도 전화벨은 울리지 않는다.

만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주인공 주용의 주변에는 폭력이 넘쳐난다. 영화 속에서 실질적으로 보여지는 묘사는 소극적인 편이지만 주인공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관객들의 감정을 이끌어가기엔 충분하다. 당연히 군대를 경험한 남성들이라면 공감의 여지는 더욱 클 테다. 사회적 이슈와 더불어 배우들의 무난한 연기와 감독의 차분한 연출이 맞물려 나름의 가치를 확보한 영화 <폭력의 씨앗>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부문 대상과 더불어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도 수상해 2관왕을 기록했고, 현재까지도 크고 작은 해외영화제에 초청되며 꾸준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여세는 개봉 후 관객들의 반응은 어떨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이렇게 비교적 화려한 장편 데뷔식을 치른 신인감독은 2개의 이슈를 중요한 포인트로 설정했다고 한다. 첫 번째는 과도한 폭력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정작 일상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폭력들에 대해서는 무뎌져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이는 작품 속에서 군대와 가정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구체화된다. 두 번째는 가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지극히 평범했던 그들에게 잠재된 폭력성을 자극하고 분출되게 몰아가는 것은 결국 태생적인 과잉 폭력성향이 아니라 사회라는 시스템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다. 영화 <폭력의 씨앗>은 적어도 이 두 가지 포인트는 충실히 이야기 속에 녹여내고 있으며,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애초의 소임은 분명히 한다. 하지만 독립영화의 품위를 지켜내려는, 또는 저예산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포착되는 익숙한 기시감은 이런 포석을 흔쾌히 받아들이기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도 하다. 또 근래 보기 드문 4:3 화면비율이나 철저한 음악 사용의 배제, 명쾌한 답을 회피한 열린 결말 등은 감독이 심사숙고한 선택이지만, 말초적 재미와 속도에 집착하는 요즘의 영상물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답답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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