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현주 공공그라운드 대표 “문화적 의미 담은 공간 만들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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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제현주 공공그라운드 대표 “문화적 의미 담은 공간 만들고파”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미국 시인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쓴 시 <가지 않은 길>의 마지막 행 일부다. 제현주 공공그라운드 대표(40)도 사람들이 적게 간 길에 발을 내디뎠다. 대학로에 위치한 출판사 샘터 사옥을 매입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나 비영리기구(NGO)에 협업공간을 제공하는 신생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공공그라운드는 부동산 임팩트 투자회사다. 부동산 임팩트 투자란 부동산으로 적정한 재무수익을 창출하면서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나 기업에 공간을 제공하는 ‘착한 투자’를 일컫는다. 제 대표는 “기존에 입주해 있던 상업시설은 유지하면서, 교육과 미디어 콘텐츠를 실험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공공그라운드는 사회운동단체인 기본소득청‘소’년 네트워크에서 주최하는 행사 <공공그라운드>에서 이름을 따왔다. 제 대표는 “공공그라운드의 ‘공공’은 공공의 public이 아니라 함께 공(共)을 쓰는 공동의 collective를 뜻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에 설립된 이 회사는 다음 커뮤니케이션 설립자인 이재웅씨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9월 말에 건물 매입 계약이 완료되면,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해 올 12월께 문을 연다. 제 대표는 “개인이 만들어내는 공공의 영역을 넓히는 게 공공그라운드가 가진 목적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제 대표 이력도 특이하다. 2000년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매킨지에 입사해, 홍콩의 크레디트스위스 투자은행, 사모펀드 칼라일을 거치며 억대 연봉을 받던 직장인으로 살다가 2010년에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철학 공부를 위해 홍대 근처에서 책읽기 모임을 시작했고, 2012년 독서 모임 구성원들과 전자책 출간 협동조합인 롤링다이스의 문을 열었다. 두 권의 책을 쓴 작가로, 아홉 권의 원서를 번역한 역자로, 팟캐스트 <일상기술연구소>기획·진행자 등 다양한 일을 했다. 제 대표는 “일을 할 때 ‘무엇을’보다 ‘누구와’ ‘어떻게’, ‘왜’ 하느냐에 초점을 맞춰 살아왔다. 사람은 다양한 일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이것은 하나의 직업과 직장으로 담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공그라운드의 사업계획은 아직 진행 중이다. 민간 교육혁신단체인 미래 교실 네트워크에서 운영하는 거꾸로 교실 캠퍼스와 미디어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메디아티만 입주가 확정됐다. 샘터 사옥 지하에 있는 2개의 소극장 중 하나는 강의나 행사를 유튜브,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에 라이브로 방송할 수 있는 ‘뉴미디어 미니 방송국’으로 만들 계획이다. 제 대표는 “3년 안에 5개 건물을 매입할 계획이다. 공간은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 문화적 가치가 잘 만들어지고. 보존되고. 발신되는 공간을 최대한 많이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정상빈 인턴기자 literature09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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