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해피 문데이 공동대표 “한부모 아이들에게 초경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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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김도진 해피 문데이 공동대표 “한부모 아이들에게 초경 가이드”

“초조였다.”

소설가 오정희가 쓴 단편소설 <중국인 거리>의 마지막 문장이다. ‘초조(初潮)’란 초경(初經)의 다른 표현으로 소녀에서 여성으로의 변화를 상징한다. ‘어바웃 문데이’는 초경 가이드북을 만들어 한부모 가정 소녀들에게 기부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의 기획을 맡은 김도진 해피 문데이 공동대표(27)는 “한부모 가정 중에 어머니가 없는 소녀들은 초경의 정확한 정보를 알려줄 사람을 주변에서 찾기 어렵다. 초경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가이드하고, 올바른 정보를 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월경은 모든 여성이 겪는 생리적 현상이지만, 사람마다 다르게 발현된다. 별다른 생리통 없이 월경을 겪는 사람도 있고, 진통제를 먹어도 괴로운 시간을 보내는 이도 있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8명이 집필진으로 합류했다. 김 대표가 책을 기획했다. 월경용품의 소개와 사용방법은 생리용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블로거가 썼고, 월경의 원리와 증상처럼 의학적인 내용은 대학병원 간호사가 풀어냈다. 월경을 받아들이는 담론 부분은 ‘월경사’를 다룬 책을 쓴 작가가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는 올해 1월 10대 소녀 인터뷰를 시작으로 8월에 원고와 삽화작업이 끝났다. 집필 내용은 대한산부인과협회에서 감수했다. 기획자인 김 대표와 10대 소녀들이 책을 피드백했다. 인쇄·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텀블벅(https://www.tumblbug.com/aboutmoonday)에서 펀딩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유기농 목화 생리대를 고객들에게 정기배송 서비스해주는 ‘해피 문데이’를 설립했다. 월경의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내고자 해피 문데이로 회사명을 지었다. 김 대표는 “생리를 보통 ‘그날’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period다. 추상적인 표현 대신 구체적으로 지칭했으면 좋겠다. 월경이나 menstruation(월경)은 달(moon)이 어원이다. 월경을 ‘문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기간이 좀 행복하고 밝은 느낌이었으면 해서 ‘해피 문데이’라고 지었다. 해피 버스데이(Happy birthday)가 주는 긍정적 느낌처럼 말이다”라고 말했다.

경영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학부시절 모바일 광고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과 설문조사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에서 일했다. 도서 추천 관련 서비스업체 ‘㈜어떤 사람들’을 공동창업하고 회사를 나왔다. 이 경험을 토대로 생리대 사업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의사결정권을 가진 여성이 적다보니 발생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들이 많다. 하지만 생리대 사업은 여성이라는 점이 오히려 장점이 된다. 생리대를 사용하는 사람만이 느끼는 아주 자세한 불편함을 꼼꼼하게 따져 소비자에게 제공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사업으로 젊은 여성 기업가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싶다. “중국 소설가인 루쉰은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초조(焦燥)하지 않게 제 길을 갈 겁니다.”

<정상빈 인턴기자 literature09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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