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자본 투입된 이미지의 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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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씨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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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원제 Valerian and the City of a Thounsand Planets

감독 뤽 베송

출연 데인 드한, 키라 델러비인. 리한나, 에단 호크, 클라이브 오웬

상영시간 137분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17년 8월 30일

호들갑이었다.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역사적 도킹. 1975년의 일이다. 소련의 소유즈와 미국의 아폴로호가 도킹했다. 나는 ‘꼬리가 붙은 개’마냥 어딘가 모르게 볼썽사납게 붙어 있는 두 우주선 그림을 열심히 스케치북에 그렸다. 동네 어른들이 내 그림솜씨를 칭찬했다.

뤽 베송 감독의 인생작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를 보면서 떠올랐던 어린 시절 추억이다. 소유즈와 아폴로가 도킹하던 때는 냉전이 한창이었다. 우주공간은 동서화합의 상징이었고 미래의 평화였다. 내친 김에 외계문명과의 ‘조우’ 역시도? 생각해보니 대부분의 외계인 침공 이야기는 지구이자 ‘땅’(earth)에 ‘그들’이 내려왔다.

영화 <발레리안>의 무대는 28세기. 한참 후의 이야기다. 최초의 도킹 이래 차례차례 외계문명이 그곳에 도달해 도킹했고, 이들은 행성 내지는 우주의 도시처럼 만들어진 그 ‘알파스테이션’에서 혼종문화를 만들어낸다. 총 3236종의 외계종족이 공생하는 곳이다.

그리고 발레리안과 로렐린. 외계종족 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특수임무를 띠고 각 종족들의 ‘게토’를 누비며 문제 해결에 나서는 남녀요원이다. 영화 보도자료엔 데인 드한이 맡은 ‘발레리안’은 악동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원래 계급은 소령이다. 파트너 로렐린은 명석한 두뇌와 발군의 실력을 지닌 여성수사관이다.

영화의 원작은 1960년대 프랑스의 고전SF 만화 <발레리안과 로렐린>이다. 사실 이 원작은 동시대 SF 쪽에서는 고전이 되는 이야기의 원형을 담고 있다. 외계종족의 공존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스타트랙> 시리즈다. 발레리안과 로렐린이 타고 다니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XB982’의 외형은 누가 봐도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한 솔로가 모는 밀레니엄 팔콘이다. <스타워즈> 1편(1977)보다 발레리안과 로렐린 만화가 최소 10년은 앞서 연재하기 시작했으니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미쳤는지는 분명하다. 해외의 위키사이트 등을 보면 만화 원작자인 뫼비우스와 장 클르드 메지에가 스타워즈 측에 정중하게 관련 문의편지를 보냈으나 아무런 대답을 못얻었다고 하는데, 공식 확인된 이야기는 아니다.

뤽 베송이 어린 시절부터 만화의 팬이었고, ‘인생영화’로 이 작품의 영화화를 꿈꿔왔다는 것은 사실이다. 벌써 20년 전(이나 되었다!)에 찍은 <제5원소>(1997)에 이 만화의 설정을 가져다 쓴 것이 있었고, 만화의 원작자들이 제작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그동안 기술력(그리고 자본)이 뒷받침 안돼 영화를 찍지 못했다는 말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제일 먼저 뜨는 것이 자본을 댄 중국 측 영화사의 로고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묘사하는 최초의 도킹 주체도 소련이 아니라 중국인으로 그려져 있다. 아마도 중국 시장을 의식해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중국 배우들의 출연 시퀀스도 튀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이미지의 성찬이다. 아마 3D 감상은 필수일 듯싶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수확은 로렐린 역을 맡은 키라 델러바인의 발견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6373살 먹은 마녀 ‘인챈트리스’ 역으로 정반대의 주목할 만한 인상을 남긴 바 있는데, 이 영화에서 뤽 베송 감독은 풋풋한 젊은 여성(1992년생이다)으로서 그녀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냈다. 그 또한 감독의 능력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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