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범-한국 공포영화의 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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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장산범-한국 공포영화의 새 가능성

제목 장산범 (The Mimic)

제작연도 2017년

제작국 한국

러닝타임 100분

장르 미스터리, 공포

감독 허정

출연 염정아, 박혁권, 허진, 신린아, 방유설, 이준혁

개봉 2017년 8월 17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일단 어원부터 알아보자. ‘장산범’은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 위치한 산 이름인 ‘장산(獐山)’과 호랑이를 뜻하는 우리말 ‘범’이 합쳐져 만들어진 말이다. 단어 그대로는 장산과 인근에 거주하는 호랑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엄밀히 그것은 호랑이도 그와 유사한 동물도 아니다. 그렇게 보이는 ‘무엇’일 뿐이다.

장산범을 보았다는 사람들의 진술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대부분 홀로 산길을 가다가 마주친다. 마치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분명히 사람이 아닌 그것은 온몸이 매우 곱고 촘촘한 털로 덮여 있다. 목격한 사람들에게 큰 해가 없었으니 이후 다른 이들에게도 이야기가 전해졌을 텐데, 그것이 사람들에게 위협적이고 실제 공격당한 사람들이 있다는 주장은 늘 진지하게 따라붙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장산범이란 존재에 대한 구전이나 문헌적 기록의 흔적은 아무리 빨라봐야 80년대 후반에야 발견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다른 요물들과 가장 크게 차별되는 목소리를 흉내 내어 사람을 홀린다는 특성 또한 애초엔 없던 것으로 근래 들어서야 두드러지게 부각되고 있다. 현대 도시괴담의 전형이다.

도시를 떠나 가족과 함께 시골로 이사 온 희연(염정아 분). 표면적으로는 치매를 겪고 있는 시어머니(허진 분)의 호전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정작 아픈 과거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해 병들어가고 있는 것은 희연 자신이다. 어느 날 남편(박혁권 분)과 함께 산 속에서 길을 잃은 소녀(신린아 분)를 발견한 희연은 잠시나마 아이를 집에 들여 돌보기로 한다. 문제는 더불어 끔찍한 무엇인가도 함께 집안에 불러들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허정을 단번에 흥행감독으로 인식시킨 성공적 데뷔작 <숨바꼭질>(2013)에서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는 부분은 오프닝이다. 이 장면은 무명의 신인감독이 품고 있는 특별한 연출적 재능이란 어떤 양태인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영화 <장산범>은 예의 그만의 특별한 장기를 원 없이 풀어놓은 듯 보인다. 다른 곳에 한눈 팔거나 눈치 보지 않고 오직 ‘공포’라는 감정을 응집시키고 폭발시키는 데 온 힘을 집중한다.

그래서 이 영화 속에는 관객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장면들이 꽤나 등장한다. 돌발적 음향효과와 빠른 편집의 잔재주로 직조된 처음 몇 번의 익숙한 충격은 기대보다 뻔하다는 생각에 실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층층이 쌓이며 밀도를 더해가는 분위기는 종국에 이르러 기대 이상의 강렬한 공포와 전율을 경험케 만든다.

어쩔 수 없이 전개상 빈틈들이나 개운하지 못한 의문들도 발견되지만 이에 버금가는 창의적 장치와 설정들 역시 여러 아쉬움들을 상쇄하고 남을 만큼 뛰어나고 재미있다. 중요한 소품 중 하나로 빈번히 등장하는 거울이 담고 있는 의미와 기능적 활용이라든가, 제목 그대로 이 작품의 중요한 소재가 되는 장산범의 실체 등이 그렇다. 특히 홍보에서는 전략적으로 노출을 삼가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장산범의 형태와 이를 구현한 영화적 기교는 압권이다. 그 뜻밖의 기괴함이 전하는 공포의 수위가 한국영화사상 가히 역대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엔 장산범을 연기한 중견배우 이준혁의 재능도 새삼 큰 몫을 차지한다. 오랫동안 사이비의 득세로 회생 불능이 됐던 한국 공포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조심스레 기대케 만든 감독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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