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그 후, 진압군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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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김기덕필름

(주)김기덕필름

제목 포크레인

제작연도 2017년

제작국 한국

러닝타임 92분

장르 드라마

감독 이주형

출연 엄태웅, 김경익, 심정완, 정세형, 조덕재, 조영진, 김정팔

개봉 2017년 7월 27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지난번 앞서 리뷰한 <택시운전사>(이하 택시)에 이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또 한 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김기덕 감독이 각본과 제작을 담당한 일곱 번째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는 <포크레인>이다.

공교롭게도 인간이 만든 탈 것이 제목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두 작품은 소재와 개봉시기가 비슷할 뿐 그 외에는 여러 면에서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어 눈길을 끈다. 일단 <택시>가 평범한 서민들과 그들의 모습을 대변한 택시운전사의 입장에서 진행된 영화라면 <포크레인>은 시위진압군이었던 포크레인 운전기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시공간적으로도 <택시>가 폭력의 현재를 광주 금남로란 지역 안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한다면, <포크레인>은 폭력이 지나간 한참 뒤의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무대로 삼는다.

작품 외적인 부분에서도 이런 비교는 계속 유효하다. 제작환경과 홍보규모, 개봉관 수도 눈에 띄게 대조적이고 어쩔 수 없이 관객들의 인지도 차이 또한 뚜렷하다. 이쯤에서 더욱 극적인 사실은 <택시>를 연출한 장훈 감독이 과거 김기덕 감독의 조감독 출신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그는 김기덕 감독이 스스로 각본을 쓰고 제작한 첫 번째 영화인 <영화는 영화다>(2008)의 연출을 맡으며 성공가도에 올라섰다. 이후 사이가 멀어진 두 사람의 관계는 호사가들의 사이에서 많은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했으니 비슷한 시기에 같은 소재의 영화로 만나게 된 두 사람의 인연은 참으로 얄궂다 하지 않을 수 없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시위진압군으로 복무했던 김강일(엄태웅 분)은 20여년이 지난 지금, 포크레인 기사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야산에서 작업을 하던 그는 땅속에 묻혀 있던 신원미상의 백골을 파내게 되고 이로 인해 오랫동안 잊고 살려고 노력했던 의문이 다시금 되살아나 괴로워한다. 차가 없는 강일은 포크레인을 타고 자신의 질문에 답을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를 그때 그 사람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묻는다. “그날, 왜 그곳에 우리를 보냈습니까?”

이주형 감독이 2013년 연출한 장편 데뷔작 <붉은 가족>은 일가족으로 위장해 한집에서 사는 북한공작원팀인 암호명 ‘진달래’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매일같이 싸워대 조용할 날이 없는 옆집 이웃가족들은 살벌한 지령과 북에 남겨둔 가족 걱정으로 경직된 진달래 팀원들의 마음에 조금씩 균열을 만든다. 만듦새에 있어 아쉬움이 남지만 김기덕의 숨결이 불어넣어진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사상과 보편적 인간애에 대한 직설화법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이주형 감독은 자신의 두 번째 장편으로 <포크레인>을 선택함으로써 김기덕 감독의 각본·제작 작품 연출목록에 있어 이례적으로 두 번이나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이미 5년 전부터 쓰인 시나리오는 김기덕 감독이 영화를 위해 직접 구입해 놓았던 중고 포크레인과 함께 빛을 보길 기다렸지만 그 바람은 오랫동안 성사되지 못했다.

어렵게 완성된 영화 <포크레인> 역시 예의 김기덕 영화들이 지녔던 특성들이 고스란히 발견된다. 거친 전개 속에 노골적 상징과 꾸밈없이 쏟아지는 주제와 문제의식의 제기는 관객입장에선 호·불호가 분명해질 요소지만, 가해자이자 피해자일 수도 있는 시위진압군들의 상처를 전면에 다뤘다는 시도는 가치를 평가 받을 부분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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