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불의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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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박스

㈜쇼박스

제목 택시운전사 (A Taxi Driver)

제작연도 2017년

제작국 한국

러닝타임 137분

장르 드라마

감독 장훈

출연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개봉 2017년 8월 2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1980년 서울에 살고있는 개인택시 운전사 김만섭(송강호 분)은 11살 난 딸을 홀로 키우는 홀아비다. 최근 빈번한 학생시위로 손님이 뜸해져 월세 독촉에 시달리던 그는 기사식당에서 난데없는 횡재를 엿듣는다. 국도극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외국손님을 전라도 광주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오면 거금 1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사우디 파견 경험으로 남다른 영어실력까지 갖추고 있는 그는 밥숟갈을 집어던지고 냉큼 달려가 외국인을 태운다. 이제 통금 전까지 광주만 다녀오면 되는 단순한 일인데 인생은 이번에도 뜻한 대로 풀리지만은 않는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익히 알려진 대로 19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바깥에 처음 알린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그 위험한 시기에 서울에서 택시를 타고 광주를 다녀왔다는 믿기 힘든 사실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는데, 당시 그를 광주로 싣고 갔다 돌아온 택시기사가 누구인지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는 의문은 이야기를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감독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제껏 광주 5·18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적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이 그 주변을 맴돌거나 심하게 왜곡한 것이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그날의 현장 중심으로 뚫고 들어간다. 먼저 영화를 접한 이들 중에는 폭력적 묘사가 너무 과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과연 그럴까?

예상대로 꽤나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다. 하지만 감독은 영민하게 ‘1980년 5월의 광주’ 자체가 슬픔의 감정을 유발하는 직접적 대상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사건은 관객들을 두렵게 하고 분노케 하는 거대한 참사일 뿐이다. 정작 관객을 슬프게 만드는 주체는 주인공인 택시운전사 만석이 개인적으로 느끼는 고뇌와 아픔이다. 뜻밖의 참상과 불의를 목도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개인. 그나마 도망쳐 자신의 몸이라도 건사하는 것이 최선일 수밖에 없는 대다수 보통사람의 비애가 가장 큰 슬픔이다.

여기서 배우 송강호는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한다. 평소 연기력은 물론 작품을 선택하는 안목까지 관객들의 신뢰와 지지를 받아온 그였기에 이번 작품 역시 기대를 사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그 이상의 성취를 이뤄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변호인> 때와 마찬가지로 <택시운전사>의 시나리오를 받고 처음엔 출연을 거절했었다고 말한다. 쉽지 않은 이야기이고 그만큼 책임이 따르는 배역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쉽게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야기였기에 결국 출연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의 고심과 과정은 허튼 것이 아니었음이 영화 속에서 고스란히 증명된다.

영화의 마지막은 위르겐 힌츠페터가 생존 당시 남긴 짧은 인터뷰 영상으로 마무리된다. 감독이 영화화를 준비하며 독일로 찾아가 처음 그를 만난 날 녹화한 영상이란다. 힌츠페터는 죽기 전에 자신이 ‘김사복’이라고 알고 있는 택시기사를 꼭 다시 한 번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카메라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말하는 그의 눈동자와 목소리엔 간절한 진심이 담겨 있다. 하지만 결국 그는 김사복을 만나지도,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이 작품의 완성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착하고 간절한 소망이라고 다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게 우리네 삶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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