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서사 속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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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주류 서사 속 불편한 진실

제목 패트리어트 데이

원제 Patriots Day

감독 피터 버그

출연 마크 월버그, 존 굿맨, 케빈 베이컨, J. K. 시몬스

상영시간 133분

개봉 2017년 4월 6일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사회 날 아침, 전화가 왔다. 영화사였다. “기자님, 오늘 시사회 참석하시는 거죠?” “그럼요.”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무슨 걱정이 있길래. 홍보사 직원에게 표를 건네받으면서 물어보려고 했는데 못 물어봤다. 뭘까. 생각해봤다.

우선 마크 월버그. 영화의 주연이다. 요즘 줄기차게 비난을 받는 중이다. 구글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아예 racist, 그러니까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연관검색어가 따라붙는다. 그가 10대 시절 흑인과 베트남계 미국인에게 가했던 범죄경력이 뒤늦게 논란이 됐다. 최근 2~3년 사이다. 국내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쓰레기 같은 X”과 같은 욕설이 올라와 있다. 찾아보니 그냥 험담이 아니라 진짜다. 2015년 ‘보스턴 글로브지’에서는 오피니언면을 통해 그의 ‘증오범죄’를 용서해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지면 논쟁이 벌어졌다. 그는 자신의 10대 시절 저지른 철없는 짓에 대해 사과성명을 발표했지만 그 역시 그가 프랜차이즈로 운영하는 레스토랑 때문이라는 의혹이 더해졌다.

영화 <패트리어트 데이>는 2013년 4월 15일 벌어진 ‘보스턴 마라톤 테러사건’을 다룬 영화다. 영화는 지난 2015년 나온 논픽션 책 <보스턴 스트롱>에 기반하고 있다. 이 논픽션 책에 붙은 부제를 의역해보면 ‘비극을 극복해낸 도시 이야기’쯤 된다. 영화사는 ‘4일간의 위대한 추격 실화’라는 부제를 영화 제목 위에 붙이고 있다. 위대하다고? ‘위대하다’로는 요약할 수 없는 불균질한 텍스트를 영화는 담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형사다. 범인 검거에 너무 오버해 잘릴 뻔하다가 마라톤 행사 당일 교통정리에 나서게 된 형사. 이 형사의 눈에 비친 나흘간의 이야기다. 이 주관적 시점은 이 테러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러시아 태생의 키르기스탄 망명자 가족 형제들이 왜 ‘외로운 늑대’형 테러사건을 일으켰는지, 그들이 증오하고 좌절했던 대상이 무엇이었는지 깊게 들여다보지 않고도 쉽게 악마화하는 편리한 도구다. 이를테면 형제 테러리스트의 형은 자신의 부인을 폭행하는 뼛속까지 가부장제에 사로잡힌 남자이며, 친동생에게도 말보다 손이 먼저 나가는 구제불능에다 시대착오적인 무슬림이었다. 게다가 이들은 주인공의 동료 경찰관까지 죽였다. 주인공 형사의 ‘불만’은 뒤늦게 나타나 현장을 장악하려는 FBI로까지 뻗친다. 그리고 신문 현장에 느닷없이 나타나 질문을 쏟아놓고 떠나는 HIG까지. HIG는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에 대통령 직속으로 만든 신문전담 전문기구다. 요트 속에 숨은 테러리스트 동생을 잡기 위한 경찰과 FBI, 폭탄물 제거반과 지역경찰의 합동작전에서 벌어지는 불협화음까지 영화는 곳곳에 실제 벌어졌던 우왕좌왕 대처의 ‘힌트’를 담고 있다. ‘위대한 추격 실화’가 아니라 ‘엉망진창이었던’, 2명의 외로운 늑대의 공격에 지극히 무능했던 반테러 관료 시스템의 오작동 단서를 이 실화를 다룬 영화는 곳곳에서 뿌리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주류적 서사 속에서 마치 자루 속 송곳처럼 튀어나오는 이 불균질한 텍스트들을 하나씩 짚어보며 분석해보는 것도 꽤 해볼 만한 작업이 되겠지만, 여기서는 한 가지만. 주인공 형사 역을 맡고 있는 마크 월버그는 이곳 보스턴 출신이다. 아마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매년 봄철에 열리는 보스턴 마라톤 행사도 여러 번 구경했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의 10대는 진짜로 악행을 저지르는 불량청소년으로, 경찰서 문을 닳도록 드나들었다. 그 불량청소년이 이제 40대 중반이 되어서 경찰역을 맡는 소감은 어떠했을까. 문득 문득 스치는 주저하는 듯한 표정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 그 자신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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