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언니 박근혜> 책 낸 재미동포 김수길씨 “친일과 유신 잔재 청산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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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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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마마와 유신공주>라는 책이 있다는 귀띔을 받은 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이었다. 이미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는 책이었다. 그런데 다시 국회 도서관에 소장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가 읽었다. 저자가 궁금했다. 책에 나온 출판사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다시 생각나 전화를 하니 오랜 통화연결음 끝에 통화할 수 있었다. 짐작이 맞았다. 자비 출판이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책의 저자 김수길씨(71)였다. 재미교포인 김씨는 신통하게도 기자가 전화 걸기 전날 한국에 왔다고 했다.

시간이 한 달쯤 흘러 김씨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새 책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변화된 상황과 새로 업데이트된 내용을 보완한 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또 보름 남짓. 새 책이 나왔다고 했다. <최순실 언니 박근혜>라는 제목의 책이다. 이번에도 자비 출판이다.

김씨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회사에서 김씨를 만나 책을 낸 소회를 들었다. “내일 들어가면 다시 미국생활을 열심히 해야 하는데, 책을 내도 잘 팔리지는 않아요. 이전에 책을 내고도 교보문고에 가니 책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가서 찾아보니 구석진 곳에 딱 두 권, 숨겨져 있더라구요. 이 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김씨는 이번에 낸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크게 박정희 비자금과 친일·유신독재 청산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박정희 비자금이 엄청 많았어요. 누구는 예산의 13%를 차지하는 정도라고 하는데, 박근혜가 박정희 사후 청와대 집무실에 있던 금고를 털어 재산관리를 맡긴 사람이 바로 최태민 아닙니까. 최순실 자매들의 부동산 규모가 3000억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그 돈이 어디서 나왔겠습니까. 더 중요한 이야기는, 우리가 해방이 되고 친일 청산이 제대로 안 됐어요. 그러다가 박정희 유신독재를 맞이했는데, 그에 대한 청산도 안 됐습니다. 한국 사회가 더 좋은 사회, 정의로운 사회가 되려면 이 두 가지 과거와 단절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책을 쓰게 됐습니다.”

전에 낸 <태자마마와 유신공주>도 그렇지만, 이번에 낸 책도 새로운 사실을 담은 책은 아니다. 대부분 보도나 각종 회고록, 인터넷 게시판에 오른 글들을 참고한 것들이다. 그렇지만 이 책의 미덕은 최태민에서부터 최순실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박정희 정권의 인권탄압 역사를 집요하게 추적해 묻혀 있던 자료들을 발굴, 하나로 이어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 낸 책은 원래 2007년도에 내려고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대선을 앞두고 내면 선거법 위반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원고뭉치를 방치해두고 있다가 박근혜가 되면 안 되겠다 싶어 선거법 적용을 피해 2012년 대선 6개월 전에 발간했습니다. 그래도 법적 자문은 꽤 받았습니다. 한국에서 변호사 하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될 수 있으면 부드럽게 가는 게 어떠냐, 이거는 빼는 게 좋겠다’ 해서 60페이지 분량을 들어냈어요. 언론 쪽에 있던 친구에게도 물어서 나름 감수를 받았고요.”

김씨의 고향은 평안북도 의주다. “고향에 한 번 가보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사실 지금도 미국에서는 관광 목적으로 고향방문은 가능해요. 저희 어머니도 한 번 다녀왔습니다. MB(이명박) 때 평통에 가입해서 가볼 수도 있었는데 안 갔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고향에 한 번 다녀왔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마지막 꿈이에요.” 그 꿈, 꼭 이루시기를.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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