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째 맞은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성공리 끝낸 장혜진 큐레이터 “예술 본질보다 시민 소통에 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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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과 ‘예술’, 얼핏 봐선 그닥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여기에 지역 이름까지 붙으면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흔해 빠진, 그리고 시민들은 무관심한 치적사업처럼 보일 수 있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는 바로 그 점에서 반전을 시도했고, 시도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시민들이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예술에 공공이라는 지향을 담아 시민들이 일상에서 쉽고 가까이 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여기에 안양이라는 지역의 특성을 담았다. 2005년 첫선을 보인 이후 올해 5회째를 치르기까지 11년을 거치며 국내 유일의 공공예술트리엔날레로 자리잡았다.

지난 10월에 시작한 5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가 두 달 동안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한 12월 15일, 장혜진 큐레이터는 스스로가 한 단계 더 나아간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준비기간이 짧아 정신 없이 기획을 하고 주어진 기간 동안 강도 높게 일해야 했지만, 이번 5회 APAP를 진행하면서 예술, 특히 공공예술의 의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장 큐레이터가 주은지 예술감독, 박재용 큐레이터, 그리고 국내외 100여명의 작가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시민들과의 소통이었다. 그는 “이번 5회에는 별다른 제목을 붙이지 않기로 했는데, 프로젝트를 실제로 해가면서 시민들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낼 새로운 결과에 열려 있도록 하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공공예술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막연히 도로나 공원 등지에 설치된 조형물 등 딱딱하고 눈길이 닿지 않는 작품들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들은 그런 예상을 뛰어넘는다. 안양의 지형, 문화, 역사 등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어 도시 곳곳에서 미술·조각·건축·영상·디자인·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공공예술작품을 선보이고, 시민들이 일상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도시 자체를 하나의 갤러리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장 큐레이터는 “공공예술이란 조각이나 건축 같은 하나의 장르가 아니라 장르의 구분을 넘어서 예술이 지향하는 방향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며 “다양한 퍼포먼스나 워크숍, 프로그램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그 자체가 예술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공공예술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의 주무대가 된 안양예술공원이 새로운 공공예술의 명소로 자리 잡게 된 것도 시민들의 손길과 발길이 닿은 덕택이다. 공원 주변 상인들이 시민 큐레이터로 참여한 ‘예술 속 상점’ 작품이나 덴마크 건축가 그룹 ‘수퍼플렉스’가 진행하는 ‘웰컴센터’ 설계에 시민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보탠 것 등이 대표적이다. 수명이 다한 공공예술 작품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일몰 프로젝트’에서는 2010년 3회 APAP 작품인 라움라보어의 ‘오픈하우스’를 철거하면서 이 과정에서 나온 폐자재로 새 작품을 만들어냈다.

공공예술프로젝트가 지역의 특색을 잘 보여주는 사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다소 밋밋했던 안양의 도시 이미지에도 예술적 감각과 생동감을 더하는 계기가 됐다. 장 큐레이터는 “다른 도시 이름이 붙은 비엔날레 등의 예술행사는 사실 예술계 내부에 더 초점을 맞추는 면이 있지만, APAP는 일반 시민들과의 만남에 더 중점을 둔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며 “안양이라는 도시가 가진, 그렇게 튈 것도 없고 또 모자라지도 않은 평범한 이미지에 새로운 색을 더한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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