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논란 일침 가하는 역사교육연구소장 김육훈 교사 “편향성으로 소동에 그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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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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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국정교과서 논란은 일종의 ‘소동’이다.” 1987년부터 중·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쳐 온 김육훈 교사의 말이다. 그는 역사교육자들의 연구단체인 역사교육연구소 소장도 맡고 있다. 김 교사는 현재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정교과서가 시대의 흐름과 역행하고 있고 그러한 역행이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28일 교육부가 공개한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시기, 박정희 전 대통령 미화 등의 편향적인 내용으로 논란이 됐다. 김 교사는 국정교과서의 문제를 두 가지로 짚었다. 첫째는 내용의 편향성이다. “‘박정희 추모 교과서’라고 이름 붙여도 될 정도다. 한마디로 독재는 불가피했다, 나아가 독재가 한국 사회에 공헌했다는 식의 독재 미화다.” ‘친일’ ‘북한’ 관련 서술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방 후 친일 청산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은폐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서술은 시종일관 반북·반공만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 우리 민족의 일부이고 평화통일의 상대이기도 한데, 학생들이 이 책으로 공부하고 난 다음 북한과 통일하고 싶은 생각이 들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내용뿐만이 아니다. 교과서의 질 또한 수준 이하라고 평가했다. 정치적인 편향성뿐만이 아니라 학생들이 학습자료로 사용하기에 국정교과서는 이전 검정교과서에 비해 질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금 국정교과서에는 나도 읽기 어려운 낯선 용어들이 많다. 또 수많은 사실들을 기계적으로 나열해 놓은 수준이라 학생들이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책이 됐다. 이 책으로 내신과 수능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학생들에게는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왜 이런 교과서가 탄생한 것일까. 교과서 집필에 여러 번 참여한 김 교사는 우선 졸속으로 꾸려진 자격미달의 집필진 탓이라고 지적했다. “교과서 집필에 여러 번 참여한 사람들이라도 교과서를 한 번 쓰면 열 번 이상은 고쳐 쓰게 된다. 그런데 국정교과서 집필진은 교과서 집필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며칠 안에 수정·보완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 현장에서 전혀 쓸 수가 없다. 책 한 페이지에 고유명사가 30~40개 나온다. 그런 책으로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교사들이 시험문제를 낼 수 있나?”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은 국정교과서를 만든 목적이 다분히 정치공학적이라는 데 있다. 그 결과 교육현장과 괴리되고 학생들에 대한 배려 없는 교과서가 탄생했다.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좌편향으로 몰아넣음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집단이 국정교과서를 활용한 것이다. 여론조사를 봐도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집단이 압도적으로 많다. 교육부와 청와대가 정치적인 이유로 교육을 왜곡시키고 과잉정치화시키고 있는 상황인데, 정말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 교사는 ‘국정교과서 논란’이라는 ‘소동’이 끝나고 나면, 역사교육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사교육은 본질적으로 해석의 다양성과 비판적인 사고를 배우는 공부다. 학생들로 하여금 교과서조차도 구성된 역사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누군가의 말을 그저 신뢰하기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 자료를 통해 이를 따져볼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게 필요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역사교육이 지향할 중요한 가치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주의적 가치를 넘어 인권의 소중함, 민주공화국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는 교과서가 되어야 한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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